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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60)
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최근에 아들과 잠들기 전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인간다움'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많은 일을 해낸다는 아들의 말에서 시작된 대화였지요. "엄마, 인공지능 로봇이 수술도 하고 전쟁에나가서 사람을 구하거나 싸우기도 하고 그럴꺼래! 꼭 게임같아. 나를 대신해서 농사도 짓고, 집을 짓기도하고, 싸움도 하고." "그럼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 대신 다~ 하면 우리는 뭘 하고 살지? 힘들고 위험한 일들 로봇이 대신해줘서 좋긴한데, 우리가 먹고 살라믄 일을 해야하는데...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할텐데 그게 뭘까?" "그런거 있지! 첫 번째는 말야. 게으름이야. 게으른 로봇은 없는 거 같아. 시키면 시키는데로 다 하잖아. 근데 인간은 게을러. 나는 잠자기 전에 양치할 ..
어느 날 아들이 게임기를 잃어버렸다며 대성통록을 하며 집에 들어왔습니다. 놀란 가슴으로 아들은 먼저 안고 어디에 들고 갔었냐고 물었지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무서웠는 지, 생각나는 데로 말을 쏟아냈습니다. "친구집에 갔는데 강아지가 나와서 놀래서 그냥 나왔는데, 놀이터에는 찾아봐도 없는 거 같고. 누가 가져간거면 어떡하지?" 어떤 친구네 집을 갔었는 지 묻자 오늘 처음 본 친구라 얼굴과 이름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순간 욱하고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말이 있었습니다. '이름밖에 모르는 친구집을 왜 갑자기 간거야? 엄마가 뭐랬어. 놀이터나가서 노는데 게임기 잃어버릴 수 있다고 놔두고 가랬지? 그러길래 그걸 왜 들고 가서는!!' 하는 말들이 불쑥 나오는데, 일단 삼켰습니다. 혼내기엔 아이가 너무 놀라있..
“나는 군대 안갈래~ 무서워.” 같이 티비를 보고 있던 있던 8살 아들이 하는 말 입니다. 군대에 'ㄱ'자 근처에도 안가본 녀석이 왜 군대를 무서워하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최근에 저랑 tv를 봤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의사가 나왔습니다. 매년 장마가 끝나고 나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게 된 병사들의 수술을 맡고 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실제 다리가 잘린 20대 청년이 tv에 나왔습니다. 최근엔 전쟁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 뉴스에서도 매일같이 군인과 인질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저와 남편,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얘기합니다. '우리 아들(혹은 손자) 군대가기 전에 통일되야할텐데…‘ ’군대갔을 때 전쟁없이 평온해야 할텐데'하는 얘기하지요.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
최근들어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는 아들. 어른들 눈엔 짧은 머리가 멋있어보이지만 아이들눈엔 긴머리가 멋진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앞머리가 눈을 찌를때까지 기르고, 덥수룩 해진 머리를 보고 있자니 답답~ 합니다. 지금까지 옷을 입을때나 머리를 자를 때, 자기의견이 전혀 없던 아들이었는데 처음으로 자기 의견을 고집하기에 '꽤 자랐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라는 건 좋은데 덥수룩한 머리는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부모의 마음ㅠ) 아들에게 머리를 자르거나, 묶고 다니거나, 그것도 싫으면 펌을 해서 계속 길뤄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퍼머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냥 자르겠단 말을 기대했는데 의외였습니다.) 미용실에 나란히 앉아 펌을 했습니다.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펌을 해보는거라 제가 더 설..
어느날 아들이 방과후 수업을 듣지않고 사라졌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염려가 되지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시계를 반복적으로 살피다 결국 밖을 나섰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아들과 마주칩니다. "어디 있었어! 엄마 걱정했잖아 오늘 비도 내리는 데 놀이터에도 안 보이고." "(손바닥을 펴 내보이며)엄마 걱정되서 화난 거 아는 데, 일단 집에 들어가서 설명할게." 집에 들어와 옷을 벗고, 가방을 제자리에 두더니 차분한게 설명을 이어갑니다. "놀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계속 놀았어. 근데 비가 와서 잠시 비를 피하러 친구집에 잠시 갔다 왔었어. 잘못했어요." 그렇게 방과후 수업은 결국 못가고 놀았다고 합니다. 아들이 차분히 설명하는 동안 다급했던 제 감정도 누그러졌습니다..
"못보던 포켓몬 카드네. 아들 이거 어디서 났어?" "아~ 그거.... 친구가 선물줬어." "친구 누구?" "음~ 00이가." "00이가 왜 너한테 이 카드를 줘?" (생략) 아들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유아시기에 시제가 혼돈되거나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하게된 거짓말을 제외하고) 저 대화의 끝에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됐지요. 사실을 길거리에서 주어온 카드였지요. 아들이 그것을 숨겼던 이유는 제가 했던 말 때문입니다. 길을 가다 신발에 붙이는 지비츠를 발견했습니다. 아들 눈에 띄어, 얼른 주었지요. 아들에게 제 자리에 두도록 했습니다. 잃어버린 친구가 다시 찾으러 올 수 있으니, 그 자리에 두자고 했지요. 그리고 '네 것이 아니면 절대 줍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주의를 주었던 일이..
부모로서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는 무엇일까? 아이가 클수록 이것에 대한 고민이 커집니다. 갓 태어난 아이일때는 사랑과 헌신으로 키웠습니다. 아이를 제 삶의 최우선에 두었지요. 아이는 부모 없이 무엇하나 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요. 그런데 학교를 들어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차 늘어납니다. 자기 주장도 꽤 뚜렷해졌지요. 이렇게 성장한 아이에겐 또 다른 모습의 사랑과 헌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렇듯 아이가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부모가 제공해야할 것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드라마 에서 가출한 고등학생 동룡을 친구들이 찾으러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대학을 다니던 성보라가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니가 지금 엄마아빠 필요할 나이야? 어디서 투정이야. 너 지금 신발 뭐 신었어? LA기어..
하늘을 바라볼 일이 전보다 많아집니다. 가을입니다. 날씨도 좋고 아들과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동네 공원을 찾았습니다.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라인을 타보게 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공원을 산책하던 중, 그룹으로 수업받고 있는 아이들을 본 적 있습니다. 아들에게 권했을 때,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친한 친구가 서툴게 타는 모습을 보더니 용기가 났던 모양입니다. 인라인을 타보겠단 말을 하더군요. 사실 아들은 인나인을 타는 것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심심하던 찰나, 친구와 나가서 놀 수 있다는 말에 나갔던 것이지요. 친구가 없으면 뭘 하든 재미없다더니,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것.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꼈나 봅니다. 첫 경험을 한 이후, 친구 없이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나가자고 얘기합니다. 그렇게 ..
초등학교 1학년, 가방싸기는 저의 몫이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오면 가방을 획! 던져넣고 다음날 아침까지도 가방 한 번 열어보지 않았지요. 어떨때는 가방을 학교에 두고 집에 쫄랑 쫄랑 걸어옵니다. 그럴때마다 제가 어릴 때 들었던 레퍼토리를 저도 모르게 하고 있습니다. "아들, 군인이 전쟁나가면서 총을 아무데나 던져놓고 다닐까? 공부하는 학생이 책가방이 어딧는 지 모르고 돌아다니면 어떻게해? 빨리 학교가서 찾아와." 아~ 이 래퍼토리를 제가 들을 때 '나는 전쟁안나간다고~' 하며 씰죽거렸던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그 말을 저 또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도 저 또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제가 챙겨주지 않으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려울테니, 일단은 챙겨주고 2학년부터 스스로하게 하자고 생각..
유퀴즈온더블럭을 자주 봅니다. 보던 중 꿀벌 가축의사의 인터뷰 내용을 보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너무나 존귀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앞으로도 자신의 업을 멋있게 이어갔음 좋겠고, 이 영상을 본 또 다른 청년들이 지구환경에 유익한 저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 뿐만 아니라 중년들 중에도 이미 많은 노하우를 가진 중년들이 이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식사시간에 불연듯 "꿀벌 의사, 너무 멋진 일인거 같애! 엄마는 벌이 너무 무서워서 할 수 없는 일인데, 사람과 지구에게 꼭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 '일'이라는 건 어차피 해야하는 데, 내가 하는 일이 사람에게도 좋고 지구에게도 좋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