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이 게임기를 잃어버렸다며 대성통록을 하며 집에 들어왔습니다. 놀란 가슴으로 아들은 먼저 안고 어디에 들고 갔었냐고 물었지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무서웠는 지, 생각나는 데로 말을 쏟아냈습니다.
"친구집에 갔는데 강아지가 나와서 놀래서 그냥 나왔는데, 놀이터에는 찾아봐도 없는 거 같고. 누가 가져간거면 어떡하지?"
어떤 친구네 집을 갔었는 지 묻자 오늘 처음 본 친구라 얼굴과 이름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순간 욱하고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말이 있었습니다.
'이름밖에 모르는 친구집을 왜 갑자기 간거야? 엄마가 뭐랬어. 놀이터나가서 노는데 게임기 잃어버릴 수 있다고 놔두고 가랬지? 그러길래 그걸 왜 들고 가서는!!' 하는 말들이 불쑥 나오는데, 일단 삼켰습니다. 혼내기엔 아이가 너무 놀라있었거든요. 그리고 엄마가 도와주겠단 얘길하며 놀란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혼날 줄 알았던 아들은 제 얘길듣고 더 크게 울며 안도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와 놀러 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속으로 또 생각했지요. '속도 없네. 지 물건 중에 최고로 아끼는 거라면서, 잃어버리고 또 친구 만나러 가네'
그 날 저녁 잠들기 전, 얘기를 나눴습니다.
"걱정이 됐을텐데 또 친구랑 놀고 싶은 마음이 들디?"
"어차피 잃어버렸고, 엄마가 내일 선생님한테 물어봐준다고 했고. 집에 그냥 있으면 더 속상할꺼같아 나갔어. 근데 엄마 나 못찾을까봐 너무 걱정돼. 게임기에 이름이랑 전화번호같은거 안써놨는데 어떡하지? 엄마가 경고했을때 그냥 집에 두고 갔어야 했는데 괜히 가져갔나봐. 놀면서도 계속 생각나서 사실 재밌지가 않았어. 너무 속상해~"
"찾았을 때 좋은 점과 잃어버렸을 때 좋은 점을 찾아보자. 세상에 그 어떤 일도 나쁜 점만 있진 않아. 엄마 생각엔 게임기를 잃어버리면 앞으로 아들의 눈시력이 좋아질거 같아. ㅋ 그리고 엄마는 게임팩을 더이상 사주지 않아도 되니까 돈이 남겠네 ㅋㅋ 또 앞으로 물건을 잘 간수할테니까 교훈도 얻게 되겠네."
"그건 엄마한테 좋은 점이고, 나한텐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 교훈은 얻겠지만, 나는 게임기랑 교훈 모두 얻고 싶어. 엄마 생각엔 어때? 내 게임기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찾을 수 있을거야! 근데 저번에 시계 잃어버렸고 교훈을 얻었는데 이번에 또 니 물건 잃어버렸지. 인간은 원래 실수에서 배우고, 또 같은 실수를 해. 그니까 전쟁이 얼마나 나쁜지 알면서 또 하고 있잖아. 대신에 3번 실수할거 2번으로 줄여가는 거지~ 아예 실수를 안할 순 없더라고.“
아들과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다행이 게임기를 찾았습니다. 아들말대로 교훈과 게임기 모두를 얻게 되었지요. 이후로 아들은 게임기를 들고 밖에 나갈 때, 아주 꼼꼼하게 챙기는 편입니다.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인 카드도 넣어두었지요. ‘앞으로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다’가 아니라 ‘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보완하게 된 점이지요.
인간은 늘 그렇게 실수를 통해 배우고, 또 실수를 반복합니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필연적으로 스스로를 비난하게 됩니다. 혹은 그 어떤 것도 시도할 수 없게 되지요. 반대로 ‘인간은 실수를 필연적으로 하고, 그 점을 포함해 존재 자체로 온전하다’는 점을 깨달아야합니다. 다시말하지만 ‘나’는 실수하지 않기에 가치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실수하는 나’를 수없이 만나야할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