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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초3, 외모에 관심이 생겼어요

O:nle 2024. 3. 26. 12:38

최근들어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는 아들. 어른들 눈엔 짧은 머리가 멋있어보이지만 아이들눈엔 긴머리가 멋진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앞머리가 눈을 찌를때까지 기르고, 덥수룩 해진 머리를 보고 있자니 답답~ 합니다. 지금까지 옷을 입을때나 머리를 자를 때, 자기의견이 전혀 없던 아들이었는데 처음으로 자기 의견을 고집하기에 '꽤 자랐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라는 건 좋은데 덥수룩한 머리는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부모의 마음ㅠ)  아들에게 머리를 자르거나, 묶고 다니거나, 그것도 싫으면 펌을 해서 계속 길뤄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퍼머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냥 자르겠단 말을 기대했는데 의외였습니다.) 

 

미용실에 나란히 앉아 펌을 했습니다.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펌을 해보는거라 제가 더 설레기까지 했지요. 기분 좋게 만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견뎌낸 다음, 마지막으로 샴푸를 하고 완성된 머리를 본 아들은!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멋진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뽀글뽀글해진 머리를 보며 못생겨졌다며, 당황스러워 합니다. 저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삐져나오는데, 꾸욱~ 참고 멋지다고, 앞으로 자연스러워질거라고 위로(?)의 말을 건냅니다.^^ 

 

이전엔 거울 한 번 안보던 녀석이 이제 등교전에 거울로 꼭 한 번 머리를 확인합니다. 이제 자신의 외모, 그 외모를 보는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 의식을 가집니다. '이 머리가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자신이 의도하고 바라는 '나의 모습'이 있고 타인이 판단하는 '나의 모습'이 있을 겁니다. 이 간극을 좁히기위한 방법으로 아들은 외모를 가꾸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학생일 때, 외모에 관심을 갖고 꾸미는 친구들을 보면 "겉멋만 들어서는...."하면서 어른들이 혀 끌는 소리를 내곤 했습니다. 중학교때는 귀 밑 3센치 단발머리를 강제로 모두 똑같이 자르게 했고, 똑같은 교복을 입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틀 안에서도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자 노력합니다. 치마는 점점 짧아지고, 바지통은 줄어들고.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귀 밑 3센치의 단발머리는 학업에 전혀 도움이 되는 머리가 아닙니다. 특히나 허리를 조이는 치마 교복은 늘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의 소화불량만 일으킵니다. 어른들이 강제했던 그 외모는 기본 소양을 익히는 학생의 역할, 그 본질을 중시 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정체성을 쌓아가는 청소년에게 '겉 멋'이란 단어를 쓰는 게 저는 매우 불편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보이는 게 다 일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영특하게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에  힘을 갖도록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지요. 원하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겁니다. 이것을 '퍼스널 브랜딩'이라고도 하지요. 이것을 잘 하는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 갈 때 조금 쉽게가는 편입니다. 반대로 이 일에 무심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알맹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을 가야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목표를 못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면접을 볼 때 이미지 컨설팅을 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지요. 국회의원 선거 유세활동이 시작되면 여기 저기 2:8 가르마에 이마를 보이는 후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이 국정활동을 할 때 유익하기 때문도 아니고, 선거활동에 적합한것도 아닙니다. 외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움직이려면 활동성이 높은 트레이닝복이 가장 적합하겠지만 정장을 차려입지요. 신뢰감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하는 중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만한 나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자존감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제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들이 자신의 욕구를 확일할 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관념과 허상이 불러낸 욕구인지 분별하고. 영리하고 지혜롭게 두 가지를 잘 활용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