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거짓말을 시작한 아들에게 본문

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거짓말을 시작한 아들에게

O:nle 2023. 11. 9. 15:54

"못보던 포켓몬 카드네. 아들 이거 어디서 났어?"
"아~ 그거.... 친구가 선물줬어."
"친구 누구?" 
"음~ 00이가." 
"00이가 왜 너한테 이 카드를 줘?"  (생략) 
 
아들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유아시기에 시제가 혼돈되거나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하게된 거짓말을 제외하고) 저 대화의 끝에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됐지요. 사실을 길거리에서 주어온 카드였지요. 아들이 그것을 숨겼던 이유는 제가 했던 말 때문입니다. 길을 가다 신발에 붙이는 지비츠를 발견했습니다. 아들 눈에 띄어, 얼른 주었지요. 아들에게 제 자리에 두도록 했습니다. 잃어버린 친구가 다시 찾으러 올 수 있으니, 그 자리에 두자고 했지요. 그리고 '네 것이 아니면 절대 줍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주의를 주었던 일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동전이 떨어져 있으면 줍습니다.ㅋㅋ) 
 
아들은 길거리에서 카드를 주었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버리거나, 제자리에 두고 오라고 할까봐 거짓말을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직 거짓말이 서툰 아들은 금새 들통이 났지요. 만들어 낸 이야기의 구성이 엉성하고, 섬세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그 거짓말에 그냥 속아주지 않고 진실을 캐물었던 이유는, 혹여 부정적인 방법으로 그 카드를 얻게 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위해서입니다. 아들은 거짓말 한 것이 들통나자, 혼날까봐 살짝 긴장한 듯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거나, 훔친 것이 아니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구입한 것도 아니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아들에게 얘기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드디어 인간이 가진 슈퍼 파워를 활용하기 시작했구나! 인간만이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꾸며내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믿는 '믿음 엔진'도 가지고 있지. 그 시작이 거짓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야. 금방 아들의 뇌가 열심히 일했을꺼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하거든. 엄마도 어릴때부터 지금까지도 거짓말을 의미 없이 쓰기도 해. '밤에 피리불면 뱀나온다'이런거 사실 거짓말이잖아.ㅋㅋ 근데 거짓말하고나면 썩 유쾌하지도 않고, 좋은 해결책이 못 될때가 많아. 그 카드 엄마가 안버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혀서 얻은 게 아니니까. 근데 길거리에 있던거라 지저분하다~ 깨끗히 닦아서 써."
 
인간이 가진 이러한 능력 때문에 인간은 동물과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나'라는 관념을 갖고 '회사'에서 일을하고, '돈'을 쓰고, '종교'생활을 하면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 정의하며 생활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에서 기인했습니다. 이 능력 때문에 누군가를 지독하게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피해를 입었단 생각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인간인지라 갖게 된 능력 덕분에 우리는 지금처럼 놀라운 발전을 이뤘습니다. 인간인지라 얻은 능력 때문에 끔찍한 전쟁사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능력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을 비난하고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 생각치 않길 바랍니다. 그 능력을 활용해 보다 이로운 일에 쓰고, 그 능력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어내 거짓말을 시작한 아들에게 그 자체를 비난하고 혼내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이야기 만들기를 잘 했습니다. 수업시간 공상으로 시간을 다 쓰기도 하고, 꿈에서 본 이야기의 끝을 내 마음대로 지어내 결말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 능력으로 시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혼나지 않으려고 혹은 잘난체 하고 싶어서 거짓말했다가 들통나 낯뜨거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요. 지금도 종종 편의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굳이 사실을 말하기보다 듣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에겐 조금은 거짓을 보태, 나의 의견이나 경험을 나누기도 합니다. 사실이 늘 거짓보다 값어치 있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거짓말, 즉 일어나지 않은 사실을 만들어내 한 말.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고 하게 됩니다. 그런데 단편적으로 "거짓말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거야!"라며 아이를 혼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진실된 사람도 때에 따라 거짓말을 합니다. 제 생각에 진실된 삶이란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스스로에게 진실된 것'입니다. 그럴려면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수용해야합니다. 또 한 편으로 진실됨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배워야합니다. 아들이 진실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 없는 삶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