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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잘타고 싶지 않아, 재밌게 타고 싶어!"

O:nle 2023. 10. 17. 20:26

하늘을 바라볼 일이 전보다 많아집니다. 가을입니다. 날씨도 좋고 아들과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동네 공원을 찾았습니다.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라인을 타보게 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공원을 산책하던 중, 그룹으로 수업받고 있는 아이들을 본 적 있습니다. 아들에게 권했을 때,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친한 친구가 서툴게 타는 모습을 보더니 용기가 났던 모양입니다. 인라인을 타보겠단 말을 하더군요.

 

사실 아들은 인나인을 타는 것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심심하던 찰나, 친구와 나가서 놀 수 있다는 말에 나갔던 것이지요. 친구가 없으면 뭘 하든 재미없다더니,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것.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꼈나 봅니다. 첫 경험을 한 이후, 친구 없이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나가자고 얘기합니다. 그렇게 처음이 두 번째가 되고, 3번째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아장아장, 수십 번씩 넘어졌다 일어나며 인라인을 타더군요. 그리고 두 번째부턴 손을 놓고 중심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타러 나가서 바닥을 밀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휘청휘청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타고 있습니다. 

 

아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체육활동이 생긴 듯 해 기뻤습니다. 그런데 주변 또래 남자아이들이 타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잔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쟤봐봐, 쟤처럼 양발을 떼었다 밀면서 타야지. 넌 한 발만 쓰잖아. 저 여자친구 너보다 어린것 같은데 진짜 잘 탄다. 멈추는 방법을 따라서 해봐. 꽈당 넘어지지 말고." 아들이 제 잔소리를 2번 3번 듣더니, 화가 났나 봅니다. "싫어! 엄마가 시키는 데로 안할꺼야! 나는 잘 타려고 나온 거 아니야. 재밌게 타려고 나왔어. 지금 충분히 재밌으니까 지금처럼만 탈 거야!" 저도 그 말을 듣고 화가 버럭 올라왔지요. "엄마가 말하면 '알겠어~ 그렇게 타볼게'하면 될 일이지 안 타겠다고   또 뭐야? 똥꼬집아! 실력이 늘어야 재밌는 거야!"

 

뭐든 어느 정도 실력이 늘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마련입니다. 일도 그렇지요. 신입 때 일이 즐겁기는 어렵습니다. 주어진 과제를 내가 핸들링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쯤, 재미가 붙기 시작합니다. 내 실력보다 일이 클 땐, 감당이 안돼 버겁습니다. 그땐 일을 즐길 순 없다만 해내고 싶은 마음, 성장하는 기쁨으로 버텨내지요. 경험상 제 말이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들의 말도 옳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야구를 전혀 할 주 모릅니다. 배트 한 번 잡아본 적 없고, 글러브 한 번 껴본 적 없지요. 그런데 야구 경기를 보는 게 즐겁습니다. 야구를 더 즐기기 위해 꼭 야구선수처럼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야구를 즐기는 방법에는 직접 게임에 나가는 선수도 있지만, 관중도 있습니다. 그리고 구단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아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길 때,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겁니다. 그중 직접 타기를 선택했습니다. 직접 탄다고 꼭 훌륭하게 타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잘 타고 싶은 순간이 올 수도 있지요. 그 '시점'은 엄마가 정해줄 수 없습니다. 아들에게 적정한 이유가 생겨 마음이 움직일 때,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럼 부모가 직접 도움을 주거나 또는 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특장점은 물어볼 때, 저는 현재 잘하는 것보다 앞으로 잘하고 싶은 것을 확인합니다. 왜냐면 간절히 원하지 않았지만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경우 '잘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잘 하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은 일정 수준까지 높은 성과를 얻습니다. 그래서 더 큰 무대를 나가게 되죠.  하지만 잘 하는 사람끼리 모여있을 때, 늘 좋은 성과를 얻긴 힘듭니다. 그럴때 더 이상 잘 하는 것이 아니기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 하지 못해도 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 저도 오랜만에 인라인을 타보았습니다. 아들에게 잔소리했던 내용을 기억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었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아마 아들도 그랬을 듯 합니다. 알려주는 방법때로 해보고 싶지만 안될때도 있었겠지요. 내리막길에서 바둥바둥거리는 엄마 손을 잡아준 아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내일 또 인나인을 타러 갑니다. 이번엔 주변의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잔소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고 놀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잘 타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친구와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알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