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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것 본문
부모로서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는 무엇일까? 아이가 클수록 이것에 대한 고민이 커집니다. 갓 태어난 아이일때는 사랑과 헌신으로 키웠습니다. 아이를 제 삶의 최우선에 두었지요. 아이는 부모 없이 무엇하나 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요. 그런데 학교를 들어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차 늘어납니다. 자기 주장도 꽤 뚜렷해졌지요. 이렇게 성장한 아이에겐 또 다른 모습의 사랑과 헌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렇듯 아이가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부모가 제공해야할 것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8>에서 가출한 고등학생 동룡을 친구들이 찾으러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대학을 다니던 성보라가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니가 지금 엄마아빠 필요할 나이야? 어디서 투정이야. 너 지금 신발 뭐 신었어? LA기어지.
성덕선 3년째 아티스 신고 다녀. 니 나이때는 부모가 자상한게 좋은게 아니라 돈 많은게 좋은거야 알어?"
아들이 요즘 투정을 부리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은 대부분 휴대폰이 있어. 그리고 지갑에 카드가 있어서 언제든 사먹을 수 있단말야. 그리고 00친구는 새로나온 게임팩 새로 샀대." 등과 같은 말입니다. 물론 나름의 기준을 두고 아직 휴대폰이나 용돈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달 나가는 통신비, 게임에 쓰는 비용, 불량식품을 사먹는데 드는 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 더 가치있는 일에 돈을 쓰고자, 저는 선택을 하게 되지요. 어떨땐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더 풍요 속에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더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제공했을텐데...'하고 말입니다.
제 지인 중 예체능을 전공으로 삼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계기를 물었습니다. 부모와 함께 음악회를 꾸준히 다녔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매력적인 악기를 발견하게 되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저 또한 부모와 음악회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내 안에 어떤 울림을 느끼기도 전에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런 건 돈 많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 내가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야'라는 한계를 두었습니다. 만약 우리집 형편이 조금 더 좋았다면 나는 다른 꿈을 꿀 수 있었을까? 한계선을 좀 더 높이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의 스펙을위해 수상이력을 만들어주는 부모들이 나왔습니다. 훌륭한 스펙으로 외국에 있는 좋은 대학에 진학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지요. 학교 졸업을 돕기위해 과목별 과제를 맡아줄 강사를 섭외하였습니다. 드라마는 현실을 쫓아가기 힘들만큼, 다큐멘터리는 놀라웠습니다. 사실 멀지않게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자식에게 주고싶습니다. 그렇게 자녀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돕고 싶어 하지요. 가진게 없어도 주고 싶은데, 하물며 가진 게 많은 부모는 얼마나 주고 싶을까요. 차라리 없어서 못주는 것이 쉬운 편일지 모릅니다. 가진게 많은 데 안주는 것은 너무나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럼 나는 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에 잠깁니다. 결국 생각의 끝자락에 나온 답은 '자유'였습니다. 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입니다. 제가 부모에게 받았던 최고의 것도 '자유'였습니다. 물론 자유의 폭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선택의 노선을 2가지 줄 수 있는 부모와 10가지 줄 수 있는 부모가 있을테지요. 2개밖에 못주더라도 그 중 선택은 자녀가 할 수 있게 할겁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준 선택권이 부족하면 나머진 자녀가 직접 만들어나가겠죠? 제가 그랬던 것 처럼.^^)
사실 저는 진로상담을 하면서 부모가 가진 것이 많아, 자녀에게 한 가지 옵션밖에 주지 않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무조건 의사가 되어야 하는 집안, 특출나게 뛰어나지 못할거 같으면 사업을 이어받아야 하는 집안. 다른 친구들은 중간만 해도 그 일을 계속 이어가는데, 최고가 되지 못할 것 같으면 집안의 비즈니스를 배우라고 하지요. 어느 것이 더 좋은 환경이라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가난이 결핍이되어 큰 꿈을 불러들이기도 합니다. 여행가가 직업이된 유튜버 원지님은 비가 오면 바닥이 축축히 젖는 작은 단칸방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해외여행 한 번 해본 적 없던 그녀는 작은 방에서 휴대폰으로 광할한 초원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결핍을 채울 욕구가 자라났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완벽한 환경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줄 수 있는 것은 그 것대로 감사하고, 줄 수 없는 것은 없는 것대로 아이에게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결국 저는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유'를 제공해야겠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러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여러분은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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