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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일'의 첫인상은 부모가 준다

O:nle 2024. 4. 4. 23:13

“나는 군대 안갈래~ 무서워.” 
 
같이 티비를 보고 있던 있던 8살 아들이 하는 말 입니다. 군대에 'ㄱ'자 근처에도 안가본 녀석이 왜 군대를 무서워하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최근에 저랑 tv를 봤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의사가 나왔습니다. 매년 장마가 끝나고 나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게 된 병사들의 수술을 맡고 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실제 다리가 잘린 20대 청년이 tv에 나왔습니다. 최근엔 전쟁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 뉴스에서도 매일같이 군인과 인질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저와 남편,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얘기합니다. '우리 아들(혹은 손자) 군대가기 전에 통일되야할텐데…‘ ’군대갔을 때 전쟁없이 평온해야 할텐데'하는 얘기하지요.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부모의 기준을 참고합니다. 아들이 세살정도 됐을 때가 기억납니다.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밖에 나가 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들에게 주어지는 자극의 양이 방대해졌습니다. 길을 가다 새롭고 낯선 것을 만날 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정하기전에 엄마를 먼저 살펴봅니다. 그런데 그 낯선것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가 긍정적이면 자기자신도 긴장감을 늦추고 편안하게 다가갑니다. 그런데 엄마가 경계심을 보이고 위험을 경고하면 아이는 부모와 똑같이 경계모드로 변합니다. 
 
아이들이 맨 처음 만나는 '직업' 그리고 '노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부모가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일'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가 원치 않는 일을 자녀때문에 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한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는 삶을 보인다면 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사람은 누구나 '일'로서 사회에 한 역할을 부여받고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합니다. 나의 부모는 노동자였고, 나 또한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다면 아마 우리의 자녀도 노동자의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아들에게 일 또는 직업의 첫인상을 어떻게 심어줄 지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실제 진로상담을 해보면 현재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많은 정보력을 갖고 있는 직업인데 해보지도 않고 거부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사회복지관을 운영합니다. 자연스럽게 그 업무에 대한 정보가 많고, 어떤 것을 학습했을 때 그 일에 도움이 되는 지, 급여나 처우, 인력수급사항 등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결단코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 일을 하는 부모의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들을 얘기 나눴습니다. 사실상 '직업'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부모님이 직장 일로 견해 차이를 보이며 빈번히 싸운 것이 문제였지요. 그 갈등이 버거운 자녀는 ‘직업’이 문제라 여기고 멀리두려 했습니다.
 
선입견에 가로막혀 내담자는 온라인 소매업을 해보기도 하고, 관심분야와 무관하지만 행정사무원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와의 상담을 마치고 복지관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선택했지요. 지금쯤 내담자는 그 일을 계속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일을 찾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자신이 겪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가 생긴것이 저는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또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가 사업을 했습니다. 사업이 망하면서 가세가 기울고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고 뿔뿌리 흩어져 살아야 했던 내담자를 만났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개인사업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사업으로 가정이 불우해지는 경험이, 새로운 경험을 제한시킨 것이지요. 

우리는 이럴때 정확히 내 판단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는 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지요. 여러분이 그 일을 꼭 해야하거나, 꼭 하지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과연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