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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인간다움이 뭘까?

O:nle 2024. 5. 29. 13:54

최근에 아들과 잠들기 전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인간다움'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많은 일을 해낸다는 아들의 말에서 시작된 대화였지요. 

 

"엄마, 인공지능 로봇이 수술도 하고 전쟁에나가서 사람을 구하거나 싸우기도 하고 그럴꺼래! 꼭 게임같아. 나를 대신해서 농사도 짓고, 집을 짓기도하고, 싸움도 하고." 

"그럼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 대신 다~ 하면 우리는 뭘 하고 살지? 힘들고 위험한 일들 로봇이 대신해줘서 좋긴한데, 우리가 먹고 살라믄 일을 해야하는데...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할텐데 그게 뭘까?" 

"그런거 있지! 첫 번째는 말야. 게으름이야. 게으른 로봇은 없는 거 같아. 시키면 시키는데로 다 하잖아. 근데 인간은 게을러. 나는 잠자기 전에 양치할 때가 젤 하기싫어. 게을러서 그래.ㅋㅋㅋ" 

 

이렇게 아들은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뛰어난 점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첫번째를 게으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게으르기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창조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치하기가 싫으니까 자동으로 양치가 되는 기계를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인간의 게으름이 편리함을 만들어낸다는 신박한 아들의 생각에 또 그런 점이 인간에게 있는 지 물었습니다. 

 

두 번째는 '감정을 가지고 나이들어 죽는 것'이라고 합니다. 

"엄마는 나이들고 죽는 거 싫은데? 그게 왜 인간의 뛰어난 점이야?" 

"엄마 그럴 때 있지, '이때가 참 좋았는데~'하는 거. 나 아기때 사진보고도 그런 얘기 하잖아. 내가 만약에 계속 10살이면 그런 얘기 안할껄? 내가 점점 자라고 늙으니까 그런 얘기하는 거지. 그래서 나이들고 죽는 건 인간이 로봇보다 축복받은 일이야." 

아무래도 삶이 유한하기때문에 로봇과 달리 인간만이 '순간'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말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감정을 가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고 해석되었지요. 순간 반성이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오늘 하루, 지금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고 있는 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인간만이 실수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수가 왜 강점이 될 수 있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우니까, 근데 로봇은 실수가 실수인지 모르잖아. 사람이 알려줘야 아는거지. " 

사실 제가 아들에게 늘 하는 말이었습니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우니까, 틀리는 걸 무서워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했던 말이지요. 단원평가에서 5문제를 틀리면, "오늘 5개나 새로 알았네!! 많이 배웠다~~~"하고 얘기해줍니다. 

 

아들은 인간다움을 게으름, 노화, 실수하는 존재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들의 신박한 생각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나갈 아들에게 '실수'는 필연일테니까요. 그리고 무언가를 성취하기위해 늘 '게으른 나'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어렸을 때 했던 이 생각을 잊지 않는다면 저는 큰 힘이 될것이라 생각했기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코더 시험이 있었습니다. 시험 곡을 연습하는 데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는 자신의 손가락 때문에 음이 삑사리 나는 데, 계속 반복하며 짜증 부리는 아들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리코더를 보게 돼 저는 아들의 리코더를 얼른 뺏어 제가 불어보았지요. 저도 실수를 반복했지요. 그런데 완벽함보다 '완주'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었기에 틀리면 틀리는데로 화낼필요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얘기해주었습니다.

 

"인간이 로봇처럼 완벽할 수 없고, 실수로 배우는 거 우린 알고 있잖아. 근데 실제로는 완벽하지 못하고 단점이 많은 내가 너무 싫고 짜증난다! 안틀릴려고 하면 더 크게 화가 나. 화가나면 2번 연습할 거, 1번 밖에 못하는 거 같아. 근데 틀리더라도 노래 끝까지 연주해보고 그걸 반복하는 걸 연습해봐. 그럼 머리로 기억해서 연주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이 연주하는 법을 외워서 알아서 움직인다!" 

 

아들은 실수하는 자신에게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반복해 연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2번 째 시험, 3번 째 시험에서는 화를 덜 내고 연습에 집중하는 것을 모습을 보았습니다. 머리로 '실수하는 나'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해는 했지만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습니다. 아들은 이번 기회로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습득하는 과정을 1개 얻었다고 봅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분명 저보다 좋은 어른으로 클 수 있지 않을 까 짐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