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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60)
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토요일이면 가족이 함께 집 뒤편에 있는 나지막한 뒷동산을 오릅니다. 매주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지요. 일단 몸이 힘들면 나와 남편이 가기 싫어지고, 아직 8살짜리 아들은 산책을 해서 좋은 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가려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야 합니다. 부모인 저와 남편은 주말에 게임만 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고, 산이라도 같이 오르고나면 부모로서 자식에게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준거 같아 맘이 편안해집니다. 그런데 산책이 유익하다는 건 부모의 기준에서 나온 것이지요. 저희 아들은 시원한 집에서 편히 손가락만 움직이며 소파에 앉아 게임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함께 가는 대신 보상을 요구합니다. 아주 어릴땐 젤리 하나면 쉽게 성사됐던 거래였는데, 학교를 들어가고나..
달달달달~ 쪼만한 오토바이 시동을 걸면 나는 소리입니다. 요즘은 취미생활을 위해 큰 배기량을 가진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오토바이는 소리부터가 다르죠. 제 어린 시절엔 취미생활이 아니라 이동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쓰는 집이 심심치 않게 있었지요. 특히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는 꼭 한대씩 있었던 듯 합니다. 요즘은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집이 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골에서 오토바이의 소리를 들으면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반갑습니다.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빠의 직장이 집과 가까워지면서 한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집 안에서 아빠가 퇴근하고 오시길 기다렸지만 아빠가 오토바이를 타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아파트 현관문에서 기다렸습니다..
학교를 다닌지 서너달이 지났을 때쯤, 아들이 독후기록장으로 쓸 공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예쁜 공책을 사러 문구점에 갔다오면서 제 어린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책과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던 몇가지 사건들이 있었지요. 책을 읽는 목적이 평가받기위해서나 시험 때문이 아니라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규칙을 깨고 자유를 주었던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계셨지요. 내 아들도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길 바라며, 공책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부모가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 아이도 책을 읽는다고 하던데... 아니었습니다. 우리아들은 엄마가 책을 읽고 있으면 닌텐도 게임에 더더욱 집중하였습니다.^^ 학교에서선 책을 많이 읽는 학생에서 독서상을 준다는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아들에게 그간 책을 얼마나 읽었냐고 물어보..
"건우야~ 노올자!!" 놀이터에서 건우를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들은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저에게 뛰어와 말합니다. "엄마, 나 놀이터에서 놀다올게. 친구가 나랑 놀려고 우리집 앞 놀이터로 찾아왔어!" 아주 신이 난 상태로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후다닥 밖을 뛰어나갔지요.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뚱~한 표정으로 집을 들어왔습니다. 빨리 돌아온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물었지요. 그랬더니 "친구가 날 배려하지 않고 혼자 하고 싶은 놀이를 계속 했어. 규칙도 계속 자기한테 유리하게 바꾸고. 그래서 노는 게 재미있지가 않아서 와버렸어. 나랑 같이 놀려면 나도 배려해야지 칫!" 아들의 말에 놀랐습니다. 평소 친구를 너~무 좋아해, 걱정이 될 정도였거든요. 건우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 건강검진이 있었다. 해당 병원에가서 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들러 검진을 마쳤다. 어금니 중 영구치가 2개 올라왔다고 했다. 홈메우기로 예방하는 치료를 해주면 좋다고 치과의사가 말했다. 그리고 한 주 후 다시 치과를 찾았다. 아들은 아주 어릴때부터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왔지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진료는 처음으로 받게 된 것이다. 어린이치과라 뽀로로가 곳곳에 보이지만 진료 방식은 똑같다. 입을 벌린 채 누워서 물을 쏘고 코로 숨을 쉬라고 주문한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 아들은 당황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치과의사는 다음 주에 다시 시도해보자며 치과에 대한 트라마우가 생기지 않게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다시 일주일 후로 예약을 ..
띠띠띠띠 "다녀왔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건우의 소리입니다. 오늘도 무탈히 집으로 돌아온 아이를 안아주고 속으로 감사합니다 읍조리게 됩니다. 마스크를 벗자마자 건우는 오늘 어떤 친구랑 어떤 놀이를 했는 지, 선생님한테 칭찬받거나 혼이 났던 순간을 쉬지 않고 얘기합니다. 이 시간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저또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내 얘기를 들어줄 엄마가 있었습니다. 씻으러 화장실을 들어가는 순간에도 말을 끈지 않고 엄마에게 학교에서 경험한 것들을 얘기했던 듯 합니다. 그 시간은 어린 내가 학교에서 느낀 긴장감을 풀고 억울하거나 힘든 감정, 기쁘고 설렜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건우와도 그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 날은 아들이 학교 마치고 친구를 집에 ..
"엄마 시계 잃어버렸어~~~. 너무 속상해. 나랑 추억이 많았던 시계인데, 어떡해? 계속 그 생각만 나. 밥먹을 때도 수업시간에도... 똑같은 시계 다시 사줘" "시계 잃어버린 걸 계속 생각하면 시계가 나타날까? 안나타나. 그런데 건우는 시계 잃어버린 걱정하는 동안, 오늘 급식에 건우가 좋아하는 마카롱 나왔던데, 그것도 못느꼈네. 그리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중요한거 알려주셨을 텐데 그것도 지나쳐버렸고. 잃어버린건 어쩔 수 없어. 건우가 가졌기때문에 잃어버릴 수 있어. 잃어버리가 싫으면 아무것도 안가지면 되는데, 건우는 장난감도 사고 싶고 갖고 싶은거 무지 많잖아. 그럼 잃어버렸을 때 힘든 마음을 책임져야돼. 그리고 시계때문에 지금 더 많은 걸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금' 집중해야 남는 장사야." "걱정한다..
"학교에서 친구 얼굴 그리기 했는데, 나는 그림을 못그리는 것 같애. 상을 못받는 다는 건 그림을 못그린다는 걸 증명하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그림엔 재능이 없나봐." "그림은 5-2=3인것처럼 정답이 없어. 그래서 엄마 생각엔 못 그리고 잘 그리고는 없는 것 같애. 어떤 화가는 살아생전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죽고 난뒤 사람들이 그 사람의 작품에 열광하는 일도 있어. 건우는 오늘 하루안에, 오늘만의 잣대로 평가했을 때 상을 못받은거야. 오늘 상을 못받았으니 재능이 없는 건 아니야. 그래서 엄마는 아주 가끔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해. 상은 안받았어^^" 학교에서 사랑하는 친구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건우도 한 친구의 얼굴을 열심히 그렸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
"우쒸~ 반이나 틀렸어. 너무 짜증나 안하고 싶어." "건우야 정답을 맞춘 문제에서 알 수 있는 건,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 밖에 없어. 근데 틀린 문제에서는 배울 게 진짜 많아. 건우가 이 수학문제를 다 맞줬다면 엄마는 나눌 말이 없는데, 건우가 틀려서 해줄 말이 많아졌어. 건우는 배울게 많아졌고. 얼마나 좋은 일이야." 아들이 요즘 학교에서 수학시간에 더하기와 빼기 개념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지 궁금해 문제를 몇개 내 보았다. 절반을 틀렸다. 너무 웃겼다. 비가 쭉쭉 내리는 문항을 보고 아들은 심술이 났다. 그리고 안하겠다고 했다. 엄마가 수포자니 아들도 수포자가 될거라 짐작을 했으나... 1학년에 수포자가 되게 둘순 없었다. 틀린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 지 물어보았다. 자기..
어린 아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린 꽤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하다보면 나의 어린시절이 듬성 듬성 소환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들이 물어오는 질문에 생각이 잠길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하게 된 나의 답변에, 나 스스로가 위안을 얻을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어린시절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을 지금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화나는 감정이 앞서 내가 어린시절 받았던 상처를 그대로 아들에게 물려주기도 합니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려합니다. 육아일기를 아들이 8살이 되고 처음 써보는 듯 합니다. 이 글은 어쩌면 온전히 날 위해 쓰는 글일지 모릅니다. 어린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소통하고 싶은 나의 아들과 대화하는 연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