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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어느 날 아들이 게임기를 잃어버렸다며 대성통록을 하며 집에 들어왔습니다. 놀란 가슴으로 아들은 먼저 안고 어디에 들고 갔었냐고 물었지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무서웠는 지, 생각나는 데로 말을 쏟아냈습니다. "친구집에 갔는데 강아지가 나와서 놀래서 그냥 나왔는데, 놀이터에는 찾아봐도 없는 거 같고. 누가 가져간거면 어떡하지?" 어떤 친구네 집을 갔었는 지 묻자 오늘 처음 본 친구라 얼굴과 이름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순간 욱하고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말이 있었습니다. '이름밖에 모르는 친구집을 왜 갑자기 간거야? 엄마가 뭐랬어. 놀이터나가서 노는데 게임기 잃어버릴 수 있다고 놔두고 가랬지? 그러길래 그걸 왜 들고 가서는!!' 하는 말들이 불쑥 나오는데, 일단 삼켰습니다. 혼내기엔 아이가 너무 놀라있..
“이전 회사는 으샤으샤 서로 응원해가며 일하는 곳이었어요. 민원처리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어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 모두 관계가 좋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조금 큰 회사의 지사로 옮겼어요. 살벌해요. 다들 날카롭게 날이 서 있으니 그 속에서 일하는 저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몸이 피곤해요. 아랫사람들은 못본 척, 안들리는 척, 하고 있지만 몸은 다 느끼고 있죠. 매일이 몸살이에요." 종종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하는 업무는 맘에 드는데 회사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무색무취의 가스가 회사내에 깔려있는 것처럼. 겉으로는 아무 이상 없어보이지만 그 가스 속에서 작은 스파크가 일어나면 금방 불씨가 커집니다. 이 불씨는 어디로 옮겨갈지 모릅니다. 짜증과 신경질적인 말들이 난무한 곳에 있으면 그 속에 있는 모든 사람..
“나는 군대 안갈래~ 무서워.” 같이 티비를 보고 있던 있던 8살 아들이 하는 말 입니다. 군대에 'ㄱ'자 근처에도 안가본 녀석이 왜 군대를 무서워하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최근에 저랑 tv를 봤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의사가 나왔습니다. 매년 장마가 끝나고 나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게 된 병사들의 수술을 맡고 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실제 다리가 잘린 20대 청년이 tv에 나왔습니다. 최근엔 전쟁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 뉴스에서도 매일같이 군인과 인질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저와 남편,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얘기합니다. '우리 아들(혹은 손자) 군대가기 전에 통일되야할텐데…‘ ’군대갔을 때 전쟁없이 평온해야 할텐데'하는 얘기하지요.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
20대에 제 이상형은 둥글 둥글 포근하고 키가 큰 남자였습니다. 직업도 집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30대 제가 직업인의 삶을 살게 되니, 남자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직업인으로서 어떤 태도와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살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관심이 생기자 남자의 직장이 결혼생활에 적합한 지, 아이를 키우기에 괜찮은 환경인지 관찰하게 됐죠. 40대가 되니, 요즘 싱글인 친구들에게 배우자의 조건으로 또 다른 것을 얘기합니다. 시부모님의 노후가 준비돼 있는 지, 남성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자립을 이루었는 지, 삶의 지향성이 비슷한 지 등등 고려사항이 더욱 고차원적이고 다양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이가 들수록 싱글들이 바라는 배우자의 조건은 보다 구체적이고 다면적 입니다. 덕분에 ..
최근들어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는 아들. 어른들 눈엔 짧은 머리가 멋있어보이지만 아이들눈엔 긴머리가 멋진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앞머리가 눈을 찌를때까지 기르고, 덥수룩 해진 머리를 보고 있자니 답답~ 합니다. 지금까지 옷을 입을때나 머리를 자를 때, 자기의견이 전혀 없던 아들이었는데 처음으로 자기 의견을 고집하기에 '꽤 자랐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라는 건 좋은데 덥수룩한 머리는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부모의 마음ㅠ) 아들에게 머리를 자르거나, 묶고 다니거나, 그것도 싫으면 펌을 해서 계속 길뤄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퍼머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냥 자르겠단 말을 기대했는데 의외였습니다.) 미용실에 나란히 앉아 펌을 했습니다.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펌을 해보는거라 제가 더 설..
올해들어 직장에 다시 나갈 계획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몇 곳에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았습니다. 면접을 직접 보면서 최근 여성노동자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 지, 여전히 출산과 육아가 업무의 방해요소로 고려하고 있는 지, 경력보유여성을 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 단편적 경험을 확대해석 할 순 없겠지만 다양한 업체에 지원해보면서 느낀 이슈를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여전히 여성이 여성에게 묻습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겠어요?" 저 질문은 사실 노동자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아닙니다. 자신의 조직에 물어야할 질문이지요. 1인 가구이든 결혼과 출산을 한 노동자든. 그들이 삶 속에서 일을 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육아 중인데 야근이 많아도 괜찮나요?(야근수당은 ..
구직활동에 성공한 청년들과 실패한 청년들, 그들에게 질문해봅니다. "당신이 합격했거나 탈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과를 두고, 그 원인이 될만한 것을 찾다보면 수만가지가 넘게 나옵니다. 결국엔 결과론입니다. 합격을 했으니 당시 자신이 썼던 이력서가 적합했고, 면접 시 입었던 의상과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고, 합격했으니 당시 면접에서 했던 자신의 대답이 훌륭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탈락이란 결과값을 두고 그 원인을 퍼즐조각처럼 맞춰보면 모든 것이 조금씩 문제였던 겁니다. 이력서도 면접 때 입었던 옷도, 자신이 했던 답변도 모두 말입니다. 하지만 두 청년의 지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면접 때 입던 의상도, 면접을 준비했던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지요. 실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청년에게..
"지원서를 제출하면 1차는 늘 합격합니다. 그런데 늘 2차에서 미끄러집니다. 3분자기소개,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 써보기 다 해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뭘 더 해야할까요?" 1차 서류심사에서 합격했다면 이미 해당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경험을 갖췄다고 증명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면 안, 팍으로 점검해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면접자는 응시 서류를 읽고 기대하는 상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면접 자리에서 그 사람을 실제 대면하게 되는 것이지요. 해당 업무를 하기에 적합한 인성과 성격을 가졌는 지, 캐릭터를 파악하는 자리가 면접입니다. 그런데 첫 인상에서 원하는 느낌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똑같은 사람이 다시 면접을 보러 들어갔을 ..
"제가 지원하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조건에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아직은 원서를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올해까지는 준비를 좀 더 하고 내년에 지원해 보려고요." "어제 채용공고를 발견했는데, 이미 지원서 제출일이 지났더라고요. 너무 아쉽지만 이제 다른 곳을 찾아봐야할 것 같아요." "채용공고가 분명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사라졌어요. 아마 직원을 뽑은 것 같아요. 지원서 넣으려고 준비해 뒀었는데 이제 다른 데 지원해보려고요." 청년들의 진로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씩 듣게 되는 말입니다. 요즘은 공채로 사람을 뽑는 일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가능성을 보고 인재를 뽑은 다음, 학습과 훈련으로 원하는 인재를 만들기보다 이제는 준비된 인재를 선발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경력, 경험이 적은 신입사원들이 선발되기 ..
"퇴사를 고민 중입니다. 제조회사에서 영업지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한 뒤 주기적으로 관리해주는 일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외부인을 들이는 걸 불편해하는 고객이 커졌어요. 그래서 회사는 기술을 개발해 셀프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관리해주는 직원들의 고용이 줄었고, 그들을 관리하는 저의 역할도 점점 축소됐어요. 그렇게 코로나 기간동안 조금씩 변하더니 올해는 지점 두개를 하나로 통합한다고 해요. 사무실도 바뀌고 팀으로 일하던 사람도 바뀌고, 심지어 제가 하던 업무의 성격도 조금 바꼈어요. 출근할때마다 한숨이 나와요. 회사의 기조가 바뀌는데 제가 원치 않는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요. 그럼 얼른 적응하고 빨리 마음을 잡아야하는데, 그게 안돼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