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회사는 으샤으샤 서로 응원해가며 일하는 곳이었어요. 민원처리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어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 모두 관계가 좋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조금 큰 회사의 지사로 옮겼어요. 살벌해요. 다들 날카롭게 날이 서 있으니 그 속에서 일하는 저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몸이 피곤해요. 아랫사람들은 못본 척, 안들리는 척, 하고 있지만 몸은 다 느끼고 있죠. 매일이 몸살이에요."
종종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하는 업무는 맘에 드는데 회사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무색무취의 가스가 회사내에 깔려있는 것처럼. 겉으로는 아무 이상 없어보이지만 그 가스 속에서 작은 스파크가 일어나면 금방 불씨가 커집니다. 이 불씨는 어디로 옮겨갈지 모릅니다. 짜증과 신경질적인 말들이 난무한 곳에 있으면 그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긴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나를 방어하고 남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게 됩니다.
부모가 매일 같이 싸우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의 마음엔 커다란 불안감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공격성도 높아지죠. 비슷합니다. 전쟁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업무 외에도 필요이상의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몸이 늘 긴장상태에 있으니 내담자처럼 몸살이 나는 게 당연합니다.
이럴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까요?
갈등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결국 갈등에서 벗어난 제3자가 매듭을 푸는 데 필요합니다. 갈등을 수면위로 끌어내고 중재할 전문가를 섭외한다면, 앞으로도 함께 일할 동료사이에 완충작용을 해줄겁니다. 그러려면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끼고 결단을 내려 줄 상사가 필요하겠죠? 그런데 그 역할을 해야할 상급자가 갈등의 핵심일때도 있습니다. 나의 상사가 회사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드는 중심인물이며 심적 압박을 신경질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먼저 신경질적인 사람은 대게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거나, 통제할 필요가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자신이 받는 압력을 어디론가 쏟아냅니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기류가 흐르듯, 보통은 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행합니다. 상대가 하는 말과 행동을 대부분 공격으로 해석하고 받아드릴 경우가 큽니다. 언제든 싸울 태세를 갖추고 틈만 보이면 ‘니가 잘못이야!’라고 지탄하는 말하기를 합니다. 언쟁을 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대화의 흐름을 갈등으로 몰고 갑니다.
첫 번째. 이런 사람과 엮이지 않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대화거리를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겁니다. 정확히 필요한 정보전달만하고, 글이라는 문법안에 정제된 대화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가요?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다보니 불가능하죠. 다만 직접적으로 부딪힐 확율을 줄이는 겁니다.
두번째. 만만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비난을 하거나 질타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 점을 명확히 밝혀야합니다.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감정과 일을 분리하도록 얘기해야합니다.
"오늘 안좋은 일 있으세요? 평소보다 예민하시네요."
"제가 금방 한 말(또는 행동)이 어떻게 문제가 되었는 지 소리지르지말고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신경질적으로 업무를 지시하실때마다 모욕감을 느낍니다.”
보통 이렇게 얘기하면, 상사들은 자신이 했던 행위를 반추합니다. 다수가 있는 곳에서 말했다면 집단을 의식하기도 하지요.
또 하나의 방법은 녹음하십시오. 거울효과라 하지요? 소리지르며 신경질부리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대면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당신에게 신경질을 부리기 전, 제동 장치가 생길겁니다. 이것이 만만해지지 않는 길이지요.
만약 팀원 중 누군가가 용기를 내, 당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감사할 일입니다. 요즘은 블라인드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개적인 게시글로 내부 이슈들을 알립니다. 이런 플랫폼이 생겨서 긍정적인 기능도 하지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밝히지않은 채, 일방적으로 상사가 뭇매를 맞도록 비방글을 쓰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건전한 ‘일 공동체’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일하는 분위기도 살벌한 회사만큼이나 견디기 어렵습니다.
‘피하거나 만만해지지 않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본다면?
이 분위기를 환영할 직원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실제로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 대부분 두통이 심하고 몸살이 난다고 말합니다. 결국 한 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원 전체를 위해 이 문제를 개선해야합니다. 이 점을 ‘동의’하는 시간이 일차적으로 필요합니다. 그 동의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들입니다. 누군지 모르는 온라인 상의 대중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일을 테이블위에 올려두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뒷담화가 아니라 앞담화를 통해 생산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느끼는 심각성이 모두 똑같진 않으니까요. 충분한 동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면, 상사의 타겟이 되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당신이 도움이 필요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돕겠다’ 또는 ‘같이 이 문제를 풀어보자’라는 메세지를 전달해 보세요. 그것으로 작고도 강력한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들리는 데도 못들은 척, 봤는데 아무것도 못 본 척, 잘못인 걸 알면서 모르는 척.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상사의 갑질이 난무하는 살벌한 분위기를 계속 허용한다면 우리 중 누군가는 지옥같은 하루를 보내야합니다. 그 누군가는 내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이 아닐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