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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2020년 삶의 만족도 어땠나요?

O:nle 2020. 11. 5. 17:19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가요. 2020년은 코로나때문에 제대로 해본 것도 없는 거 같아요. 사실 코로나 때문만도 아니에요. 매년 새로운 걸 계획하지만, 사실 해낸 것들이 없어요. 딱히 지금 직장생활에 불만있거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썩 만족스럽지도 않아요. 내년은 정말 달라지고 싶은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올한해 내가 했던 일들을 한 번 되돌아보고 앞으로 1년, 내가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계획할 시기입니다. 2020년 올 한해 어떤 일들 있으셨나요? 계획한 바를 얼마나 이루셨나요? 이 질문에 대부분 얘기합니다. "별로 한게 없어요." 정말 그럴까요? 조목 조목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기 자신을 먹여살리기위해 최선을 다한 한해 였습니다. 매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해, 꼬박 8시간 또는 그 이상을 일했습니다. 일부 과오도 있었겠지만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늘 자신에게 야박하게 굽니다.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느끼는 기분탓일까요?

 

삶에 자동모드와 수동모드 몇 대 몇?

 

운전을 하신다면, 한번 쯤 느껴볼만한 경험이 있습니다. 원하는 주차공간에 한치의 오차없이 한 방에 주차했을 때, 그때의 만족스런 쾌감! 별것도 아닌 일에 주차된 차를 보며 뿌듯해 합니다. 하물며 1년을 성실히 직장생활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할 때 얻는 만족 만큼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인생을 어떤 모드로 운영해왔는 지와 관련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요즘은 키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차가 된다고 합니다. 버튼 하나 눌러서 주차했을 때, 만족스럼 쾌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결과에 대한 나의 기여도가 없다면 뿌듯함도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인생을 운영할 때, 자율주행에 맡긴 확률이 얼마나 되나요? 한해 농사의 만족감, 그 키체인은 '결과'보다 '기여도'입니다.

 

사람의 모든 선택엔 나의 '욕망'이 깃들어있죠. 살아간다는 것은 욕망을 풀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흘러가는 의식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을 '태어난김에 사는 사람'이라 칭하는 것을 TV로 보았습니다. 순간 순간 흐르는 생각과 욕망대로 살아가는 것에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 때 삶의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순간적 생각과 욕망을 좇는 일에는 기여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지만, 중요성이 떨어져 기여하지 않지요. 배가 고파 끼니 챙기는 일은 내 욕망을 해소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일에 기여한 바가 적다보니, 세끼를 챙겨먹고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만족도를 어떻게 높일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동모드 운행을 늘려 인생을 사는 겁니다. 내 삶의 기여도를 높이는 일이지요.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예로 들자면, 인간은 보편적으로 1/3을 수면으로 채워야 합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지요. 나머지 2/3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장생활하는데 씁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100% 본인이 주도하에 근무시간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들을,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만 하지요. (월급을 받는 이유죠^^)

 

그래서 새벽형인간의 성공담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온전히 내 시간을 수동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이 새벽이 된 겁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인생에서 수동모드 시간을 늘리는 게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으나, 모든 시간을 개인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여러사람의 경험을 참고하자면 수동모드는 하루 중 2~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 시간이 꼭 새벽일 필요는 없습니다. 낮이건 밤이건 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의 루틴에 기여도를 높이는 방법은? 

 

2~3시간의 수동모드 운행이 확보됐다면, 그 다음은 자동모드로 운행되는 삶에 만족도를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보통 수동모드로 하는 일에는 '왜?'라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내가 그 일을 하는 이유를 명백히 알고 있으면 늦더라도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내면 만족감을 얻지요. 그러나 루틴으로 흐르는 시간에 '왜'를 물어서는 안됩니다. 인간에게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자동으로 일어나는 행위에 '왜'가 붙으면 나는 왜 먹는가, 왜 사는 가. 이같은 질문에 봉착해 앞을 나아갈 수 없지요.

 

루틴으로 흐르는 시간에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떻게 먹을것인가? 어떻게 직장생활을 할 것인가? 질문이 바뀌면 내가 갖출 태도를 고르게 됩니다. 건강하게 먹어야지, 즐겁게 직장생활 해야지. 건강하게 한 끼를 먹기위해 패스트 푸드가 아닌 슬로우 푸드를 택했다면 배고파 한 끼를 해결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기위해 긍정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동료가 일을 제대 끝내지 못해, 일이 넘어왔습니다. 그 일을 내가 하기엔 벅찹니다. 즐겁게 일하기위해 상사와 얘기해 업무를 다시 조율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아니면 여유가 좀 있으니, 그 일을 하면서 또 새로운 경험을 쌓기로 합니다. 이번 계기로 실력이 늘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루틴으로 흐르는 시간은 주로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흘러갑니다. 이 시간을 모두 바꾸려들면 나를 부정하게 됩니다. 내가 가진 습관을 뜯어 고치려다, 변하지 않는 나를 미워하게 되지요.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위해 나를 미워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동모드로 지나가는 시간에 '어떻게'를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란 질문으로 자동모드에 나의 기여도가 스며들면, 보다 만족된 1년을 보내게 됩니다. 2020년 남은 1달동안 꼭 실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올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