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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퇴사의 이유, 진실 혹은 거짓

O:nle 2020. 10. 9. 00:33

"상사는 제가 기대하는 리더쉽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저는 문제점이 보이는데, 그것을 개선해달라 요구하면 상사는 '수익'이 잘 나고 있는 매장인데 괜한 것을 문제삼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책임은 제가 져야하는 데 말이죠. 그만두고 다른 회사간다고 해도 이만큼 월급주는데도 없을것 같단 생각이들어 버텼어요. 근데 더이상 못하겠어요. 퇴사하려고요. 퇴사이유로 진심을 말해야 할 지, 아니면 거짓으로 조용히 나오는 게 나을지... 고민됩니다. 이럴 때, 어떤 선택이 저에게 도움이 될까요?" 

 

최근에 직장인 52%가 "퇴사하는 진짜 이유 숨겼다"는 기사를 읽게 됐습니다. 위 내담자처럼 회사를 나오면서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한 번 쯤 해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짜 퇴사사유 1위는 일신상의 사유, 2위 개인적 사유(건강, 이사, 육아 등) 3위 자기계발, 학습 등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진짜 이유는 상사 또는 동료와의 갈등이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결국 '인간관계'가 이유인거죠.    

 

퇴사의 이유가 상사 때문인데, 퇴사를 결심하고 첫 대화를 해야하는 것 또한 상사입니다. "당신 때문이야"라는 말을 할 수 없기에 대부분은 거짓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합니다. 또는 조직문화가 맞지않아 퇴사하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죠. 오너와 중간관리자, 그간 일해온 사람들이 만들어온 것이 사문화입니다. 상사가 만든 팀문화, 일하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을 때 상투적인 이유를 들이밀게 됩니다. 아름다운 이별(?)엔 거짓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럼 퇴사는 무엇을 의미하고, 퇴사사유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일반적으로 '퇴사'는 직장 상사나 동료, 퇴사를 결심한 사람이 서로 비난하고 감정상할 일이 아닙니다. 회사와 노동자는 서로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계약을 맺었습니다. 노동자는 일정기간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준하는 급여와 성장의 기회를 얻습니다. 그러다 서로가 원하는 역할과 기능을 다 마치는 시점이 옵니다. 누군가는 그 시점이 3개월만에 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1년, 10년만에 오는 사람도 있죠. 퇴사는 결국 '완료'를 의미합니다. 퇴직이 아닌 졸직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마다 입사 당시 목표나 원하는 바가 다릅니다. 정확히 무엇을 기대하는 지 모르고 입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다 일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는 결단코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가치기준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람마다 졸직의 시기가 다르게 정해집니다.  

 

퇴사의 뜻을 밝히면 보통 '퇴사 인터뷰'를 1~2회에 걸쳐 면담이 이어집니다. 퇴사 일정도 함께 정하고,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동료 또는 후임자에게 어떻게 배정할 것인지 등. 퇴사를 해도 업무에 지장없도록 서로가 노력합니다. 퇴사 인터뷰엔 이것 외에 다른 목적도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이 퇴사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앞으로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럴 때, 퇴사를 결심한 사람이 진실되게 면담에 임해준다면 매우 감사할 일입니다. 그 직원은 적어도 이 회사가 앞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겁니다. 따라서 퇴사의 이유로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설명하면 됩니다. 또는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고, 이제 새로이 기대하는 점이 생겼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면 됩니다. 진실된 퇴사 사유를 배달사고없이 잘 전달한다면 회사에 매우 유익한 정보가 됩니다. 진정한 졸직을 만들어주지요.  

 

거짓사유는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 수 있을까요?

 

거짓 사유가 필요한 이유를 해당 설문조사로 조사한 결과, '알린다고 달라질것 없을 테니까' '업계가 좁아 또 만날 수 있으니까', '불이익 있을까봐'가 있었습니다. 퇴사 이후를 염두에 두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를 택한겁니다. 업계가 좁아 불이익을 당할까봐 염려하는 것 중 '레퍼런스 체크'가 있습니다. 경력직의 경우 퇴사하고 새로운 직장에 지원 했을 때, 보통 레퍼런스 체크로 평판을 확인합니다. 전에 다녔던 회사의 동료나 상사와 통화해 신뢰할만한 사람인지, 조직생활은 어떻게 했는 지, 실제 지원서 내용에 맞는 업무를 맡아서 했는 지 등을 파악하죠. 이 때 솔직하게 퇴사 사유를 말하고 나온 사람에게 복수하듯 나쁜 평을 얘기할까요? 아닙니다. 평소 그 사람이 일을 어떻게 해오고,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 지에 대해 평할 것입니다. 마찬자기로 평소 근태관리가 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사람이 거짓된 사유로 '좋게 좋게' 퇴사를 했다면 그 사람을 좋게 평하지 않습니다.

 

퇴사 인터뷰, 아름다운 졸직(卒職)의 자세

 

직원은 상사에게 '덕분에 혼자선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며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안정적으로 가정도 꾸리고, 자녀들을 이만큼 키울 수 있었습니다'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마무리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자신이 퇴사하는 이유를 사실대로 전달한다면 아름다운 졸직을 할 수 있습니다.

 

상사는 퇴사하려는 직원이 진실되게 대화를 시작할 때, 자신의 취약점을 지적한단 생각에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기분이 태도를 만들어 그간 맺어온 소중한 인연을 소홀히 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당신 덕분에 팀원이 자주 바껴도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당신이 책임감있게 일을 마무리해줘 무리없이 일을 이어갑니다'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마무리 합니다. 사람을 뽑을때만큼 신중하고 면밀하게 퇴사자를 살펴준다면 생각보다 좁은 업계에서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