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신입사원의 이른 퇴사 막는 디폴트값 3가지 본문

내-일의 고민

신입사원의 이른 퇴사 막는 디폴트값 3가지

O:nle 2020. 10. 6. 00:57

"학교에서 학점도 꽤 나왔고, 교수님한테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전공 살려 졸업하고 프로그래머로 바로 취업했죠. 4개월만에 그만두게 됐어요. 실무에 투입되고 느낀것은 내가 너무 무능하다는 것이었어요. 비유하자면 학교에서 레고 블록으로 한 마을을 어렵지 않게 제가 만들었어요. 근데 회사와서는 집 하나 지으라고 업무를 지시 받았는데, 실제 사람이 사는 집을 짓는 느낌?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주임에게 물어보기도 어려운 분위기였고, 제 능력밖의 일을 해야한다 생각하니 출근하는게 너무 싫었어요."

 

취업이 이토록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첫직장에서 1년 이내 퇴사 하는 사회초년생이 많다는 뉴스는 많이들 들어보셨을겁니다. 이유로 수직적 사문화나 워라벨 등이 많이들 거론합니다. 그러다보니 조직 내 상사들은 "나 때는 말이야~" 라떼를 한 잔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것들은 끈기와 열정이 없다"는 평가를 합니다. 하지만 첫 직장에서 빠르게 퇴사를 결심한 청년들을 상담해보면 끈기와 열정이 부족한 게 아닐때가 많습니다. 주로 빠른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갖는 생각들이 무엇이며, 이 생각들을 전환시켜줄 디폴트값을 살펴봅니다.

 

먼저 상담 중 첫 직장에서환경 1년 이내 퇴사를 결정한 청년들을 만나면 공통분모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겪던 어려움을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고, 바꿀만한 힘이 자신에게 없다는 전제. 본인이 느끼는 장애요인, 혹은 문제점이 영속적으로 존재할것이란 판단이 바탕에 있습니다. 장애요인은 하기 싫은 업무, 싫어하는 사람 등 다양합니다. 무튼 장기적이며 반복적으로 장애요인과 부닥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취약점이 들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일을 내가 오래동안 평생 할 수 있을까?' '저 사람과 같은 팀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입사후 금방 퇴사를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신입사원의 이른 퇴사를 예방해줄 직장생활의 디폴트값을 얘기해봅시다. 우선 사회에 진입하기 전, 대학교 4학년들은 스스로를 완성된 으른으로 느낍니다. 학교 안에서는 '시니어'에 해당되니까요.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 모습을 두고,  스스로를 그 틀에 맞춰넣습니다.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회사원증을 목에 걸고 폭풍으로 일을 해내는 직장인을 말이죠. 아~무도 본인이 상사에게 깨지고, 정말 하찮은 실수를 반복하고, 긴장한 모습으로 자기 의견도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을 상상하진 않죠. 하지만 돈을 내고 다니는 학교와 돈을 받고 일하는 직장에선 입지가 다릅니다. 현실은 '쭈글이'가 디폴트 값이죠. 좋은 학교를 훌륭한 성적으로 나와도 누구나 사회초년생으로 쭈글이 시절을 보냅니다. 당신이 만난 유능한 상사 또한 자신만 아는 쭈글이 시절이 있었습니다. 쭈글이가 기본값이라 생각하면, 모르는 걸 당연히 묻겠죠. 실수도 하겠죠. 때론 상사에게 지적받는 일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기본값을 '완벽'에 두니 부족하고 취약한 나를 볼때마다 내 가치를 깎아내리게 됩니다. 견디기 어렵죠.

 

두번째는 '과대평가 하지 말 것'입니다. 이 말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해 근거없는 자신감에 빠지지 말란 뜻이 아닙니다. 신입사원으로 당신이 하는 실수를 확대해석하지 말란 뜻입니다. 조직은 신입사원의 실수로 회사가 휘청거릴만한 일을 애당초 맡기지 않습니다. 만약 그럴만한 일을 맡겼다면, 그것은 회사의 잘못이죠.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쭈글이가 하는 실수는 회사에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친 사고나 실수를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그리고 업무를 지시한 상사 또한 당신이 프로처럼 일을 해내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주 가끔 일을 잘 해내면 그건 '예외적인 사건' 입니다.  

 

사회초년생이 가져야할 3번째 디폴트값은 '현재에 집중할 것' 입니다. 조직은 유기적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장애요인이나 문제점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조직개편이 일어나기도 하고, 정말 안맞는 사람이 퇴사를 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사업의 수익성을 고려해 하던 업무를 정리하고 새로운 파일럿 사업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현재 겪는 어려움을 앞으로 40년간 견딜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을 확장시키면 '퇴사'를 끌어당길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제든 당신이 원하면 퇴사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당신을 포박하고 있는게 아니지요. 그렇다면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내가 그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경험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경험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당신에게 있어도, 큰 프로젝트를 1인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홍보전문회사에 직원으로 있다보니 다양한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지요. 현재 그 직장에서 하는 일은 당신에게 주어진 유한한 기회입니다. 직장에서 얻어가길 원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적극적인 쭈글이로 일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현재를 사는 방벙입니다. 원하는 경험을 충분히 얻었다면 언제든 주도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됩니다. '이런 일을, 이런 사람들과 몇 십년간 할 수 있을까?' 이런 상상력은 잠시 넣어두시기 바랍니다.  

 

 

취업됐다는 소식을 전해오는 내담자에게 저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이 3가지를 예방접종하듯 알려줍니다. 실제 일하면서 위에서 말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아 그때 말씀해주신 것이 이런 경우구나~"하고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퇴사를 부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납니다.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익숙치 않은 일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쭈글이면 어떤가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다면 당신이 옳은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