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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여성 면접자, "가족 계획을 묻는데, 어떻게 대답하죠?"

O:nle 2020. 9. 1. 15:21

"면접보는 데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더니 결혼 계획을 묻더라고요. 이럴 때 어떻게 대답해야해요? 결혼할 계획이 있으면 마이너스 일까요? 남자친구가 있긴해서 있다고 했는데, 똑같은 조건이면 남친이 없는 사람을 뽑는걸까요?" (20대 여성)

 

"가족관계를 물었습니다. 결혼했고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가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아프면 본인이 우선적으로 가야하냐, 야근을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할 수 있냐, 아이를 케어해주는 식구가 있느냐, 둘째를 언제 가질꺼냐 등을 끝없이 물어요. 진짜 불쾌했지만, 일하고 싶으니 묻는대로 다 대답했어요. 이럴때 어떻게 대답해야 현명한 걸까요?"(30대 여성)

 

"면접에서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질문 받았습니다. 왜 묻냐고 했더니, 돈이 정말 필요해서 취업하려는 건지 궁금해서 묻는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돈을 충분히 벌고 있다고 하면, 전 면접에서 떨어질까요?"(40대 여성)

 

커리어 설계 이후 취업위한 코칭을 하다보면 면접 후 여성분들이 대게 이런 질문을 '아직도' 합니다. 놀라울 따름이죠. 하지만 이게 대부분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일상입니다. 20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고, 언제 결혼할꺼냐 질문하죠. 결혼 했다면 출산 계획을 묻고, 아이가 있다고 하면 육아와 일을 어떻게 병행할건지 질문합니다. 아무렇지 않게요. 이유는 뭘까요?

 

사실 이 질문의 답이 사실인지 또는 거짓인지 면접관이 알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없으니 저 사람을 뽑자!' 혹은 '결혼한 여성이니 뽑지말자!'라며 직원을 선발하는 회사는 없을 겁니다. 그 답변에 따라 당락이 정해질 회사라면 애초에 안가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질문을 할까요? 면접에 응시한 사람의 성별이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답변이 지금처럼 별 의미가 없다면 불편한 질문에 대처하는 지혜로운 자세를 보여주는 겁니다.

 

질문은 가정을 돌보는 것과 아이를 돌보는 것이 일을 하는데 방해요소라 생각하는 시선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 사람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일을 등한시하지 않고 집념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도를 갖고 있죠.

 

직무역량평가와 관련없는 사적인 질문이라 대답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면접자의 선택입니다. 사적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크게 꺼리김 없는 분도 계십니다. 다만 저는 나 다음으로 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올 여성을 생각하면서 보다 슬기롭게 대답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실례지만, 그 질문의 답이 면접에 큰 영향을 미칠까요? 그렇지않다면 너무 사적인 질문이라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공과사를 정확히 구분합니다. 그 전에도 일을 해왔지만, 가정에서 얻은 경험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 방해가 된 적 없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꼭 필요하다면 야근도 할 것이고, 출장을 가는 데도 문제 없습니다. 답변이 충분히 됐을까요?"

 

면접에서 나올 필요가 없는 질문임을 알리고, 면접관이 질무하는 의도에 맞는 답을 줍니다. 이를 대응하는 자세는 상냥하고 배려심도 묻어납니다. 위 답변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이보다 더 좋은 답도 있을 겁니다. 다만 후회가 남지 않게, 여성분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꼭 한번 정리하고 면접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저 또한 저 질문을 받은 적 있습니다. 처음엔 발끈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이 질문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 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질문을 받았을 때, 보다 후회남지 않는 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면접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죠.

 

단순히 한 번의 면접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대답으로 노동시장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또 다른 여성이 그 질문을 듣고 난감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면접관이 여성일 때, 더더욱 개인적 가족사를 집요하게 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성으로 일하며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적이 여성이 아니라, 여성을 돕는 것이 여성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