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하나에 집중하지못하고,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요" 본문

내-일의 고민

"하나에 집중하지못하고,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요"

O:nle 2020. 9. 11. 01:40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는데, 전 그러질 못해요. 제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은데,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전시 기획이나 무대설치하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자동차 정비일도 해보고 싶어요. 무술 유단자라 사범으로 학원 운영도 생각해본 적 있어요. 이전에 해본 일은 커플매니저와 대형마켓의 안전요원 일을 해본 적 있어요. 전공이 경호학과였거든요. 지금은 건축BIM설계과정을 공부합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상위 목표로 두고 있는게 몇가지 있습니다. 첫번 째는 개개인이 '자기답게' 일과 삶을 설계해 보다 만족된 오늘을 살아가는 것, 두번째는 직업인으로서 '업'를 쌓고 다른 '업'과 통섭할 것, 세 번째는 자기 인생의 리더로서 선택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질 것. 이 세가지 입니다. 

 

직업심리검사로 흥미유형을 체크하다보면 홀랜드의 흥미유형검사에서도 대표 코드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심분야가 방대해, 하고 싶은게 정말 많은 사람과 반면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얘기하는 경우 입니다. 이럴 경우, 어떤 사람이 빠르게 취업할까요? 대부분 관심사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다. 다양한 관심사만큼 재능이 다양하고, 지원할 회사의 폭이 더 넓다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보면 평균적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내담자가 더욱 빨리 취업합니다. 왜 그럴까요? 하고 싶은 게 다양하다고 해서 모두 직업으로 연결되지 않기때문입니다. 취업을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그 중 대부분은 취미나 학습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내담자들은 자신의 욕망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없는 것은 아닙다. 또는 자신이 원하는 게 있어도 그 것을 입밖으로 내는 것조차 눈치보거나 인정하지 않았던 경우도 많습니다. 한 가지만을 꿈으로 설정하고 강렬하게 원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또렷한 만큼 원치 않는 것도 명확합니다. 저항을 보이는 게 많지요.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걸 모르겠다'는 분들이 큰 저항 없이 빠르게 취업하는 결과를 보입니다. 

 

그럼 이것 저것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관심사를 하나로 일축시켜야 할까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당장 취업을 목표로 했을 때 평균적으로 조금 느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업을 빠르게 한다고 해서 제가 말씀 드린 상담의 3가지 목표를 빠르게 완성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더 길게 본다면 폭넓게 갖고 있던 관심사는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2020 제5판 한국직업사전에 보면 우리나라 직업수는 총16,891개입니다. 과거에는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직장에서 근무했다면, 지금은 평균 4~5개의 직업을 가집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직업을 가져보게 될 것입니다. 당장 일로 연결되지 않아도 취미나 학습영역에 있었던 나의 관심사는 나의 다음 직업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심사를 연결해 확장시킬 수도 있죠. 

 

무대설치와 자동차 정비일을 하고 싶고, 무술 학원 강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상상해본 적 있고, 전공을 살려 안전요원 일을 해보았으며 현재 건축BIM설계를 학습하는 내담자는 이 중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시작하면 됩니다. 내가 가진 능력을 돈으로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거나, 여력이 된다면 학습을 이어가면 됩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연이 닿는 '일'을 만나 경험적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나답게 살아가면 됩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형태로든 그 관심사를 탐구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계신겁니다. 체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사실 그 어떤 것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기 힘듭니다. 꾸준하기도 어렵죠. 당신의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당신의 경제적 여력이 되는 만큼 충분히 탐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장에 그것을 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고 해서 서 그 시간을 낭비했다거나, 방황했다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쓰임을 한정 짓지말고, '오늘'을 충실히 살다보면 고르게 쓰일 일이 생깁니다. 또 그럴 일이 생기지 않으면 어떤가요?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괴롭고 힘들었나요? 불안해서 혹은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했던 자기계발이 아니라면, 과정이 즐거웠을 겁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활력을 주고,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얻은 셈입니다. 하고 싶은 게 많아도, 하고 싶은 걸 몰라도. 문제삼지 마시고 나의 욕망을 면밀히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탐구하는 삶을 선택했다면 그에 따르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수용하고 책임지면 됩니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어른의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