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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가장 보통의 중년이 창업을 시작할 때

O:nle 2020. 10. 28. 17:28

"아이들 한 창 학교가야할 시기고, 지금도 절약하며 살고 있어 더이상 줄일 것도 없습니다. 재취업으로 그전 만큼 소득을 벌기도 어렵고,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어딜가도 제 나이는 조직에서 부담스러운 나이니까요. 그래서 창업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친구가 라멘가게를 운영하는데 체인점을 3개개 정도 갖고 있어요. 수익이 직장인 월급보단 낫더라고요. 직장동료도 같은 고민 하길래, 동업으로 4호점을 해볼까 합니다."

 

위와 같은 사례들,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신중년(40~50대 연령)이 주로 창업에 들어설때, 위와 같은 순서로 입문합니다. 저기서 친구가 친적 또는 아는 선배 정도로 바뀌거나 라멘가게가 편의점 또는 카페 등으로 바뀌는 수준입니다.    

 

첫번째 공통 조건은 연봉이 아닌 몸값이 떨어졌습니다. 이직해서 더 좋은 회사를 들어갈 타이밍은 놓쳤지요. 이제 직장에서 코너에 몰리는 위기를 실감합니다. 선배들이 명퇴란 이름으로 권고사직을 당하는 걸 보게되는 것이죠. 두번째 연봉이 조금씩 오른만큼, 소비습관도 계속 늘려왔습니다. 이제 다운사이징에 돌입해야하지만, 소비를 줄이면 삶의 질 또한 떨어질거란 생각이 듭니다. 20평에서 30평으로 이사가는 건 쉬워도 30평살다 20평으로 이사가는 게 어려운 이유와 같습니다. 세번째 창업을 해본 적 없으니 인맥으로 사전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직장생활하며 쌓아온 인맥으로 창업 또는 프렌차이즈를 차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문의를 하죠. 그렇게 몇몇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다보면 우연찮게 제안이 들어옵니다. 이를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3가지 조건이 딱! 떨어지면 퇴직금을 미리당겨 받습니다. 대출도 받아 창업을 시작합니다. 퇴직금과 대출로도 자금이 부족할 때는 '동업'을 시작합니다.

 

이제 통계자료로 현황과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중소벤초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의 창업 기업 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창업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시작하는 확률 82.4%, 창업 준비 기간도 평균 10개월에 불과합니다. 자영업 현황분석에서 보면 다섯곳 중 한 곳은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렇게하다 1년 이내 폐업하는 곳은 37%가 넘고, 5년을 못넘기는 곳이 72%가 넘습니다. 매년 자영업 대출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자영업자 1%늘었는데 대출은 11% 증가해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535조원이 넘는 자영업 대출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수치들은 코로나로 실물시장이 바닥칠 때가 아닙니다. 하물며 'with 코로나'인 지금은 어떨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순서로 전례를 밟고 있습니다.

 

결국 창업을 해선 안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고령사회,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창업이 필수인 만큼 첫 시작은 동업일 때도 많지요. 다만 돈이 부족해서 함께 시작하는 동업 또한 상당히 위험합니다. 자신의 불안감으로 하게된 섣부른 선택은 도박과 다를게 없습니다.(불안감이 불러드린 선택임을 본인은 잘 모릅니다만...) 준비없이 황금알 낳는 거위를 꿈꾸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첫 창업은 어떻게 시작해볼까?

 

스마트스토어 창업과 관련해 성공 경험을 나누는 유튜버 신사임당은 실패를 줄이기위해 "현재 1000만원이 있다면, 천만원을 걸어서 성공 혹은 실패하는 게임에 참여할 게 아니라, 100만원으로 10번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는 게임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규모로 반복해 도전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방식을 '린스타트업'이라고도 합니다. 한 번의 어퍼컷으로 성공을 노리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연히 대처하며 수차례 잽을 날려보는 것이지요. 이것이 보다 안전하게 성공율을 높이는 창업 방법입니다. 

 

자본금이나 권리금이 필요없는 취업을 할 때도 관련 분야의 정보를 꾸준히 모우고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직무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전문지식을 쌓고자 대학 4년의 학습도 합니다. 하다못해 가전제품 하나를 살때도 수차례 후기를 확인하며, 단 5만원이라도 저렴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구입 시기와 회사, 제품을 선별합니다. 그런데 퇴직금 탈탈 털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시작하는 창업입니다. 교육 한 번 받지 않고, 10개월 이상의 준비도 없이 시작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까요? 

 

창업 컨설턴트들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늘 최우선으로 조언합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시작하십시오."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대부분이 준비없이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취업준비생의 시절을 거쳐 취업해 10여년간 일해왔습니다. 이제는 무한경쟁 시장에 놓이게 됩니다. 창업준비생으로 차근히 준비하셔서 앞으로 10년, 15년간 할 일을 시작하는 겁니다. 친구가 준 기회로 라멘가게를 당장 차리지 않아도 당신의 몫으로 남겨진 성공은 곧 찾아옵니다. 다시말해 지금 라멘가게를 차리지 않아, 남에게 성공의 기회를 뺃기는 거란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멘가게 창업을 해야겠다면, 라멘가게 사장을 목표한 창업준비생으로 살아보는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