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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살이

학습, 낯선 경험을 선택하는 일

O:nle 2020. 7. 18. 01:26

우연히 하게 된 아르바이트, 그 곳에서 또 우연히 다음 계획이 세워졌다. 이미지와 영상을 편집하는 교육으로 여성 백수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이었다. 2달간의 교육으로 큰 스킬을 익히긴 어렵겠지만,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툴들에 관심을 가져보았으면 했다.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보다 쉽고 간편하게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이 생각을 했지만 실상 내가 해야할 일 중 급하거나 중요한 일이 아니라 뒤로 밀리고 밀려 지금까지 배우질 못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중요하고 급한 일이 다 제거되고 나니 이제서야 순번이 돌아오는 듯 하다.

다양한 커리어 히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다. 각자의 이유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인다. 그들이 만난 직업들과 그 직업을 선택하게 된 사유들. 사실 나는 배우는 수업보다 다양한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게 더 흥미롭다. 20여명이 모인 곳에서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들여다 본다. 이 또한 흥미롭다.

 

보통 커리어를 전환하거나, 새로운 직무를 맡기위해 징검다리로 쓰는 것이 '학습'이다. 일정 기간 그 분야를 학습했다는 것, 또는 학습의 결과로 자격을 취득했다는 것이 새 직무를 맡을 준비가 되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학습을 통해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다 섬세하게 하거나, 풍부하게 하기도 한다. 하고 있는 일이 뻔하고, 지루하다 여겨질때도 '학습'은 활력을 준다.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인싸이트를 얻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때가 있다. 나의 경우, 같은 목적의 교육을 반복해 기획하거나 집단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새로운 컨셉을 잡고 기획을 해도 변화를 주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때, 전혀 다른 톤앤무드로 진행하는 수업에 직접 참여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생각의 물고가 트이고,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학습은 일을 할 때도, 일을 멈출때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새롭게 배운다는 것은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경험을 선택하는 일이다. 낯선 경험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잠재력을 키운다. 그러나 낯선 경험을 스스로 선택하기 여간 힘든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익숙한 것에 머물고 싶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나면 더더욱 그러하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단 생각도 견고해진다.  '나는 이런 머리, 옷 스타일은 안어울려' '난 저런 스타일의 사람들이랑 잘 안맞더라고...' '난 그런 일을 맡으면 결과가 늘 안좋았어'   과거의 경험과 성찰로 스스로를 잘 이해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흔히 말하는 '내 스타일'을 잘 아는 것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강점이 되지않고, 미래의 경험을 제한시킨다면 독이나 다름 없다. 이럴 때, 부담을 덜고 낯선 경험을 시도하기에 '학습'은 꽤 좋은 도구가 된다.

 

은퇴후 인생설계를 위해 수업에 참여했던 분 중, 일상을 낯설게 사용하고자 30년간 입던 정장을 벗어던지고 청바지를 입고 왔던 게 기억난다. 그날 늘상 타던 자동차를 두고 이어폰을 꽂고 지하철을 타고 교육장까지 왔다고 하셨다. 당시 20대였던 나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어느덧 내 옷장에는 비슷하게 생긴 옷이 쌓여간다. 머리는 늘 같은 스타일로 하고 있다. 주로 만나는 사람만 만난다. '나 답다'라는 말로 나의 한계를 정하고 넘어서지 않으려던 순간, 학습으로 낯선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본다. 코로나로 모든게 언택트로 변하는 시점에 새로운 것을 익히며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그 다음 스텝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걱정보단 설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