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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서른 넘어 해본 첫 아르바이트 본문
아르바이트 : 본래의 직업이 아닌 별도의 수입을 얻기 위하여 하는 일로 단기 혹은 임시로 고용되어 일하는 경제행위.
대학생일때 학생이란 본업을 두고, 별도의 수입을 벌기위해 방학동안 잠시 아르바이트를 한적 있다. 이후론 상시근로를 하다 서른 넘어 첫 알바를 하게 됐다. 백수생활로 평균 기상 시간이 9시, 10시 였던지라 알람 줄줄이 맞춰두었다. 알바 첫 날, 아침 6시 눈이 번쩍 뜨였다.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ㅋㅋ 자본 주의에 길들여진 이 몸은 근로계약서만 쓰면 자동 전환되었다. 출근 시간, 한 발이라도 더 걷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키로 했다. 잠시 버스에 몸을 실을 때, 짦은 영상강의나 오디오북을 듣는다. 자투리 시간을 알뜰히 챙긴다. 백수로 시간부자일 땐 없던 일이다. 9시 50분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준비하며 일과를 준비한다. 5분 전에만 출근해도 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좋다. (그전엔 하루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을 별도로 갖고자 30~50분씩 일찍 출근하곤 했다.)
맡은 일은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생긴 지원제도를 수행하는 행정 보조다. 이 일을 근무시간 내에만 하면 된다. 능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업무 또한 단조롭다. 누구나 금방 익힐 수 있다. 새롭게 일을 발전시키거나, 이후 진행상황을 머리에 그릴 필요도 없다. 오늘의 일만 충실히 해내면 된다. 5시 55분 퇴근을 준비한다. 6시 땡! 과 동시에 퇴근.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집을 향할 수 있다. 이것이 아르바이트의 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알바 시간에 맞춰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니, 탄력을 받는다. 그 밖에 '무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역시 몸이 움직여야 의욕이란 게 생기는 듯 하다. 의욕이 없어 시작할 수 없다는 말은 어패가 있다.
딱! 일주일이 지나자, 놀랍게도 일은 이미 익숙해졌다. 귀여울 정도의 월요병이 온다. 돈버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새롭게 알게된 사람들, 새롭게 알게된 정보들, 작은 배려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송가인이란 트로트가수가 우리에게 알려지기 전, 그녀는 비녀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을 해왔다고한다. 무명이라 이따금 무대에 오르는 가수생활을 지속하려면 생계를 위한 별도의 일이 필요했다. 비녀 만드는 일은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인 가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 생각해 기꺼이 그 일을 했다. 나 또한 한, 두 달의 알바로 내가 원하는 일을 보다 길게 할 수 있다면 이 일 또한 나에게 귀중히 여겨진다.
반대로 맡은 역할이 책임과 권한이 없으므로 업무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차별된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일이 반복적이라면 스트레스로 작용될 것이다. 2주가 지나자 벌써 월급날을 기다리게 됐다. 그전엔 월급날을 모르고 살았던 나로서는 색다른(?) 경험이다. 업무 내에서 성취나 만족, 목표가 없다보니 근무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때가 많다. 한 달짜리 아르바이트란 생각에 가벼히 하고 있으나, 그 이상 이 일을 오래하긴 어려울 듯 하다. 아르바이트의 정의가 그러하 듯, ‘본래의 직업’이 있다고 생각될 때 이 일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본업을 찾기위한 실험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도 괜찮을 듯 하다. 그러나 본업을 찾는 과정이 아니고, 본업을 돕는 일도 아니라면 아르바이트를 하는동안 불안한 마음이 클 것이다. 또 하나 특이점을 찾자면 경쟁 구조가 아니라 알바 동료들과 나이스한 태도로 지낼 수 있다. 협력하는 구조도 아니므로 깊이 있게 동료와 알 필요가 없으며 소속감은 제로다.
그 밖에도 느낀 점이 있다. 일반 직장에선 상과 벌을 통해 경쟁구조를 갖추고 사업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 각 기업, 직무에 맞는 인재상이 있고 개인은 그 인재상에 맞는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달랐다. 상과 벌이 없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에도 '일'을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 업무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범주를 최대로 넓히고, 요청하는 업무 그 이상의 것을 하는 사람이 있다. 주어진 역할은 7할만큼 하고 나머지 3할은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한다. 또는 주어진 일 외에는 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최소한의 범주로 선정하고 임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앞서 설명한 사람이 3할의 새로운 일을 찾아나설 때, 비워진 자리를 묵묵히 채운다. 자신의 성격과 기질에 맞게 같은 일이라도 각기 다른 자세로 임한다. 모두가 똑같은 규격에 맞춰 일한다면 일은 순환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해결책을 찾아 새로운 일을 하는 이도, 꾸준히 주어진 일을 지속하는 이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다만 자신의 기질과 성격에 맞는 역할과 일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상호보완적인 존재란 것을 안다면 '사람' 때문에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줄지 않을 까 싶다.
한 달의 아르바이트, 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을 깨닫게 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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