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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일한다는 것

O:nle 2020. 4. 28. 12:20

"돈벌려고 일하죠.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잘하는 일도 아니에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결혼 전 취업한 곳인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하다보니 이직이나 전직은 쉽지가 않네요. 아침에 출근하는 게 너무 힘들고 싫은데, 와이프한텐 말할 수가 없어요. 다니는 직장을 대체할만한 회사가 있고, 그 회사에 입사할 확율이 90%정도는 되야 얘기를 나눠보죠. 그전에는 이야기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고민꺼리만 안겨주는거같아 주로 친구나 선배들과 얘기 해요. 딱히 해결책은 없어요. 다들 저와 똑같은 처지에서 일하고 있으니, 잠깐 위로 받는 거죠. 다들 그러고 사니까..."

 

이번에는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싱글일때는 이직이나 전직을 할 때는 결혼 전보다는 가볍게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 후, 아내보다 소득이 많다보니 거주지를 남편 중심으로 정하게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니, 아내는 출산 휴가를 사용하거나 육아휴직을 신청합니다.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 출산과 동시에 퇴사합니다. 휴직을 한 경우라면, 이제 정규직으로 근무할 가망성은 낮아집니다. 이미 정규직이었다면,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고, 승진의 기회를 잃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보다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가기위해 가정의 주된 소득은 남성이 벌어야 합니다.  

 

저출산시대가 되니 여성들의 육아노동을 재조명합니다. 육아의 노고를 높이사고 임신한 여성을 부정적으로 보던 시선을 지적합니다. 여성이 육아로 우울증을 겪거나 하면, 남편으로서 육아에 충분히 참여하지 않았거나 아빠의 역할을 다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내고 싶지만 그럴려면 '슈퍼맨'이 되야 합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직장인 아빠는 그들처럼 자녀와 함께 시간을 갖기 어렵습니다.

 

백세시대, 지금 직장을 그만두면 무얼 해야할지 모릅니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고공승진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갈수록 직장내 설자리는 줄어듭니다. 직장을 10년 넘게 다녔지만, 직업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을 직장 선배와 나눠보면 그들 또한 대안이 없어 일을 지속할 뿐입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한 분들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회사가 쫓아내기전까진 붙어있으란 말만 합니다. 제2의 인생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전환하고 성공한 사례는 책이나 tv에서 봅니다. 대기업의 높은 직책을 가진 분, 돈과 인맥이 많은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그 밖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내가 공무원,  약사와 같은 전문직 여성일 경우 남편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하죠. 중소기업의 평범한 직장인은 해당사항 없어 보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버지세대가 살아온 삶을 똑같이 살고 있습니다. 가장의 무게가 갈수록 커집니다.

 

이것이 제가 만나온 중년 남성이 느끼는 '현실'입니다. 아마 대부분 직장인 남성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이럴 때, 짚어봐야할 것이 3가지 있습니다. 막연한 경제적 두려움을 제대로 파악할 것, 배우자와 논의할 것, 자신에게 투자할 것 입니다.

 

돈은 쓰기위해 모우는 것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세대가 갖는 불안 중, 가장 큰 것은 일정 소득이 끊긴다는 겁니다. 사실 미래를 위해 조금씩 저축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성장 곡선을 그리던 때, 왕성한 경제활동을 했기에 세대별로 본다면 가장 많은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산을 늘려가는 건 정상, 자산을 까먹는 것은 비정상의 불안정한 상태로 여깁니다. 돈은 쓰기위해 모웁니다. 미래를 위해 저축한 돈을 써야한다면 제2의 인생설계를 준비하는 바로 ‘지금' 입니다. 이는 호모헌드레드시대를 사는 직장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나 예측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조금씩 할 것입니다.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만이 내가 대비해야할 미래가 아닙니다. 갭이어를 갖고 인생을 재설계해야 하는 순간도 해당됩니다. 매달 나가는 지출금을 정확히 계산하고, 인생 설계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 지 확인하고 자원(시간, 돈)을 확보하세요.   

 

배우자를 한 가정의 파트너로 대우하라

회사에선 일반 직장인이지만, 당신은 삶의 주인이자 가정의 ceo입니다. 가정에는 또다른 ceo가 있습니다. 공동대표인 배우자 입니다. 공동대표를 일계 직원으로 취급하고, 혼자서 결정하고 통보해선 안됩니다. 배우자와 상의하고 같이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남편이 커리어전환을 위해 갭이어 기간을 갖는다면, 아내에겐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선 여자가 경제적 자립을 포기할 때 생기는 불행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사람의 직업 인생은 40년이다. 전업주부 기간은 그중 10년 내지 12년 정도인데도, 젊은 여성들은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양육에 맞춰 산 10년 뒤에는 또 다른 30년이 기다리고 있다.」 아내 또한 살면서 갭이어 기간을 거쳐 보다 원하는 일을 갖고자 인생설계를 해야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 또한 남편과 함께 논의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주식, 부동산, 로또가 아닌 자신에게 투자하라

성인이 되고 난 후, 직업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높이기위해 자신에게 투자한 시간이나 돈이 얼마나 될까요? 회사에서 강제로 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학습한 이력이 있나요? 사교육은 자녀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꼭 필요합니다. 초중고등학교까지는 누구나 필수교육과정을 받습니다. 이후 선택적 학습으로 대학진학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지금까지 소득을 벌고, 가정을 일굴 수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벌어드렸습니다. 이제 재투자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인풋(input) 없이 더 높은 아웃풋(out put)을 바라는 건 로또를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직장인 대부분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멈추고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합니다. 나쁜 방법만은 아닙니다. 생계유지를 위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보다 나답게 시간을 활용하기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렇게 얻은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모른체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에 대부분의 시간과 돈을 쓰고 있다면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합니다. 유리비커에 큰 돌부터 입자가 작은 돌까지, 다 담아내려면 큰 돌을 먼저 집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주식투자사나 부동산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된 일을 목표하는 게 아니라면, 당신에게 큰 돌이 무엇일지 잘 선정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