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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꼰대 면하려다 선배역할 잃는다

O:nle 2020. 5. 6. 15:45

"젊은 것들한테 꼰대란 소리 들을까봐, 눈치 엄청 보죠. 요즘 말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입니다. 9시 땡! 출근하면서 6시 땡! 칼퇴하면서 시간이 없어 요청한 업무를 기한 내 못했다는 후임을 볼 때,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노트북 들고 커피숍으로 나가는 후임을 볼 때, 팀원끼리 출퇴근 확인하며 인사나누는 것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후임을 볼 때, 팀원과 논의 없이 '내 연차니까' 불연듯 일주일 이상 휴가신청서 결재 올리는 후배를 볼 때- 등등. 사칙에 어긋나는 것은 없으니 뭐라 말하진 못하는 데... 불편함을 느낍니다. 말로 표현은 못해요."

 

꼰대 진단 문항을 한 번 쯤 본 적 있을 겁니다. 나이가 적건 많건 한 번쯤 '내가 꼰대인가?'하고 자기검열을 해보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영국 BBC방송에서는 꼰대(Kkondae)라는 단어를 설명하며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이 잘못됐다고 여기는 나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기득권층이며 인구수 또한 절대적으로 많은 베이비부머들을 꼰대의 의미로 'boomer'이라고 쓰기도 하는데요. 최근 '꼰망주'라 불리는 젊은 꼰대들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이상 꼰대는 나이의 적고 많음으로 구별하지 않습니다.

 

그럼 소위말하는 꼰대질은 무엇일가요? 나이, 지위, 권력 등 자신과 비교해 약자로 정의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조언, 강요하는 겁니다. 여기서 젊은 꼰대와 나이든 꼰대는 각자가 다른 시대를 살아온 만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꼰대임에도 서로는 이질감을 느낍니다. 젊은 꼰대와 나이든 꼰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젊은 꼰대의 경우, 자신이 꼰대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나이든 꼰대는 '꼰대'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두려워합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 지, 사회적 평판이 중요합니다. '좋은 어른'으로 존경 받고 싶은 욕망이 크다보니 꼰대로 불리는 것이 몹시 거북합니다. 반대로 젊은 꼰대는 젊은 나이임에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것을 'flax(자랑스러워)'합니다. 자신이 꼰대질 할 수 있다는 전제를 인정하나 행위는 그대롭니다. 젊든 나이가 많든 꼰대들은 선택해야합니다. 자신보다 경험이 적고, 나이, 지위, 권력이 낮은 사람에게 나의 주장을 관철시킬 것인지, 아니면 꾹~ 참고 꼰대가 아닌 척 할 것인지.

 

선택은 당신에게 유익하게, 예단은 놉!

 

젊은 리더로서 깨어있는 사고로 회사를 운영하거나 팀을 이끌기 원합니다. 그런 평판을 얻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목젖까지 올라오는 그 말들을 삼켜야 합니다. 반대로 꼰대로 불려도 상관없습니다. 팀과 회사, 그리고 후임에게도 꼭 필요한 조언이라 생각됩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인데, 늘 불편함을 견디며 회사 생활 하려니 힘듭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을 주저 없이 하십시오. 정답은 당신에게 보다 유익한 선택을 하면 됩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행할 뿐입니다.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듯, 듣는 이는 수용 또는 거부할 자유가 있습니다.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심신에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면 됩니다. 다만 후배세대를 마음대로 추측하고 단정짓는 독심술 인지적 오류를 피해야 합니다. 이 오류는 마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심술사처럼 매우 모호하고 사소한 단서에 의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단정하는 오류입니다. "이렇게 말했다간 꼰대란 소리만 듣고, 실제로 바뀌지도 않을 텐데..."하고 대화 조차 시도하지 않는다면, 후배세대는 이유도 모른체 선배세대와 벽을 두게 됩니다. 후배세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점심을 혼자 먹고 싶은데, 내가 식사시간을 따로 쓰겠다고 하면 팀원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평가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휴게시간을 쓰고 있다면 선배세대는 짐작도 못한체 혼자 스트레스 받는 게 됩니다.

 

선배세대 曰 "꼰대 되지 말아야지" / 후배세대 曰 "인생 선배가 없어요"

 

시대의 어른이 없다고들 얘기합니다. 시대의 어른이라 불리는 분들은 종교적 해탈의 경지에 오른 추기경이나 스님입니다. 그런 분들은 자주 볼 수 없으며, 주변에서 찾기도 힘듭니다.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 중, "일을 알려주는 분이 없다", "일과 삶에 조언을 얻을 만한 분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후배세대는 선배세대가 이룬 것들을 인정하고, 분명 그들에게서 얻을 만한 지혜가 있습니다. 그러나 후배세대에게 꼰대로 낙인 찍히기 두려운 선배세대는 좋은 선배의 역할 조차 움츠리게 됩니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은 모두 부정적이기만 할까요? 지금도 회자되는 책 중 유성룡의 '징비록'이 있습니다. 처참했던 임진왜란의 수난을 기록한 책으로 후세가 더이상 참혹스러운 일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책입니다. 후세를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쓸 수 없습니다. 징비록은 엄중한 라떼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징비록에서 배우는게 많습니다.

 

꼰대되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직장에서 가장 손해가 큰 것은 선배를 잃은 후배입니다. 나이 많은 상사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두 '꼰대'로 이름 붙이고 자신은 옳고 그들은 잘못되었다고 여긴다면 당신 또한 꼰대입니다. 선배세대는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가져봅시다. 후배세대는 '그때는 맞았고, 지금도 맞을 수 있다'를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봅시다. 보다 가까이서 인생 선배를 찾게 됩니다. 가까이 있는 꼰대에게서 본도 받고, 반면교사도 할 주 아는 스마트한 후배세대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