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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직장내 부당한 일, 건강하게 불만 키우는 법

O:nle 2020. 5. 6. 17:20

"8시 30분에 출근하는 건 아무말 없으면서 6시 1분에 퇴근하는건 경고를 받습니다."

"근로자 대표로 사업주의 아들을 뽑고, 강제로 동의서를 작성하게끔 하고선 법적휴일을 연차로 대체합니다."

"회식으로 2차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놓고,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 이름을 한명 한명 호명하며 결국엔 모두 강제 참여 시킵니다."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주질 않아요. 더 길게 육아휴직을 쓰고 싶다고 했더니, 그런 전례 없다며 불가하다고 해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데, 지역 축제 티켓을 1인당 100장씩 강매 시켜요."

"8급 공무원은 초과근무 30시간은 되야한다나요? 야근한다고 일 잘하는 거 아닌데, 직책으로 찍어누르며 이상한 기준으로 평가해요."

"신입사원 장기자랑 시간을 만들어 춤과 노래를 하라고 시켜요. 작년에 들어오신 분들을 안무를 짜서 의상까지 맞춰입고 했다나요...ㅠ"

"근로계약서에는 9시까지 출근인데, 40분 전에 출근해서 예배를 들여야 한다고 해요. 전 무교인데요."

"제약회사 영업사원입니다. 의사 아내가 교통사고가 나면, 자동차보험회사가 아니라 저에게 전화해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합니다."

"회의시간에 나와야 할 얘기를 흡연자들간에 나누고 팀원 중 비흡연자들에게 통보합니다. 항의했더니, 억울하면 같이 담배를 피라고 비아냥거립니다."

"렌탈 업체에서 일하는데, 저희회사 물품은 혼자 사는 저에게 꼭 필요한 게 아닙니다. 영업실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눈치를 주고, 신청하라고 요구 받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사내 사원끼리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관리자 없이 사원끼리 하는 모임은 유익하지 않다며, 모임을 금합니다."

"일반 사무직 직원입니다. 매일 같이 정장을 갖춰 입도록하고 화장, 머리스타일까지 관여합니다.직무와 무관하며 T.P.O에 맞지도 않지만 모두 따르고 있어요. "

"상사의 생일 기념, 3단 케익과 선물을 사야한다고 돈을 각출하더라고요. 전 그런 선물을 할 의사가 없는데, 한 사람이라도 더 추가해야 부담비가 줄어드니 팀원들이 모두 강요합니다."

 

커리어 상담 중 퇴사 사유를 묻다보면 일본문화와 군대 문화가 빼인 직장의 사문화를 듣게됩니다. '이런 사소한 점들이 직장 괴롭힘이나 갑질에 해당되나?' 생각하는 분도 있고 '부당한 처사다' 딱 잘라 얘기하는 분도 계십니다. 과거에 비해 직장 괴롭힘의 민감도가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근무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수준이 현저히 낮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과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직장내 민주화는 뿌리 내리지 못했습니다. 직장갑질 심각성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직장인, 임시직 노동자, 여성에게 주로 갑질이 집중됩니다. 직장갑질을 인지한 직장인 중 40%는 참거나 모른 척 했는데 그 이유는 '대응해도 나아지지 않을 거 같아서'(65.5%),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34.1%)가 대부분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직장갑질 예방 메뉴얼/직장갑질119)

 

잘못을 나에게서 찾지 말 것!

 

직장 상사나 사업주, 직장동료가 상식에 벗어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다고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고통까진 아니지만,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자신에게서 원인 찾는 일을 우선적으로 멈춰야 합니다. '다들 군말 없이 하는 데 나만 이상하나?' '내가 부적응자인가?" 또는 "나만 이기적으로 구는 건가?'와 같은 생각들로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일을 멈춰야합니다. 당신이 아는 한에서,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옳습니다. 그것은 괴롭힘 또는 갑질, 부당한 대우가 맞습니다.

 

전제는 '당신이 알고 있는 한' 입니다.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방이 모르는 것과 나는 모르지만 상사만 알고 있는 것이 있을 겁니다. 따라서 두 번째로 해야할 것은 서로가 제한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확인하는 겁니다. 상대와 대화를 하기 전, 확인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부당한 행동이 '나에게만' 제한적인 것인지, 직장동료 모두에게 그러한 행위나 말을 하는 지 확인하는 겁니다. 나에게만 제한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한다고 느낀다면 1:1 대화를 요청해보세요.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설명합니다. 가급적 "나는-" 화법을 사용합니다. "나는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거나 말할 때, 상처를 입습니다. 소외감을 느낍니다. 혹은 서운했습니다” 여기까지 용기 내 얘기하면 상대방은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이 의도한 바를 설명할 것입니다. 이 대화로 나만 알고 타인이 몰랐던 것을 설명하고, 상대방은 알지만 나는 몰랐던 것을 공유해 정보의 차를 줄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일부 해소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이 대화의 목적은 누가 옳은지 가리자는 끝장내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둘도 없는 절친이 되기위함도 아닙니다. 상대방과 내가 회사에 온 이유는 같습니다. 효율적으로 목표한 성과를 내는데 문제 없을 만큼의 관계를 유지하면 됩니다. 직장 밖, 당신에겐 충분히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회사 밖에서도 좋은 멘토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미 속한곳에서 좋은 친구와 멘토를 삼을만한 사람을 만난다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욘 없습니다.)

 

건강하게 불만 키우는 법 ‘요구하기’

 

이제는 나 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 모두에게 해당되는 시스템, 사문화에서 부당함을 느끼는 사례입니다. 법적으로 노동법에 위반된다면 정당하게 요구하거나 신고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위법은 아니나 부당함을 주는 애매~한 부분에 있습니다. 보통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이 이러한 부당함을 빠르게 잡아냅니다. 그러나 회사에 기여한 바가 적고, 근무한지 얼마안돼 말꺼내기가 어렵죠. 특히나 우리 대부분이 근무하는 3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정확히 없을때도 많습니다. 이럴 때, 주변의 동료들에게 당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나눠보세요. 아마 공통된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있을 겁니다. 이를 물 밑에서 반복해서 얘기하면 '불만'만 커집니다. 불만이 커지면 어차피 다녀야할 회사가 더더욱 싫어집니다. 부정적 에너지는 내 주변 동료에게도 번져갑니다. 좋은 방향이 아닙니다.

불만을 건설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생각을 잘 다듬어 문제의 개선안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개선안을 실행하기위해 개인이 책임져야할 역할을 생각해 봅니다. 다음으로 팀회의 시간처럼 공식으로 안건을 제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의견을 개재합니다. 본인이 직접 의견을 낼 수 없다면, 의견을 내 준 사람의 첫번째 팔로워가 되어주세요. 세컨 팔로워까지, 적어도 3명이 같은 의견을 낼 때 힘을 가집니다.

이제 당신의 의견이 받아질수도, 가벼이 묵살될지도 모릅니다. 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당신이 고민한 만큼, 상사 또한 고심하고 회신 줄 것을 요청합니다. 불만으로 남기지 않고, 조직에 질문을 던지고 함께 개선해나갈 책임과 의지를 보이는 것. 여기까지까지가 당신의 역할입니다. 이로서 당신은 성숙하게 불만을 성장시켰습니다. 상사 몰래 불만만 쏟아낼때와 다르게 당신은 깨어있는 의식으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 했습니다.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다’ 란 말이 있습니다. 무력한 을이 아닌 스스로를 책임지는 을이길 바랍니다.

 

가끔 개선안을 요구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이 "현재 노동법에 어긋난 것이 없다"라고 회사측에서 대응할 때가 있습니다. 법은 최소한으로 갖춰줘야할 기준이지 최선이 아닙니다. 최저선을 목표로 운영하는 회사라면, 그 회사의 수준은 딱 거기까지! 근무자들도 최소한의 기준에 맞춰서만 일하게 됩니다. 짤리지 않을 정도만, 손해보지 않은만큼만 일하겠다 마음먹은 직원들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 마음으로 일하는 직원 또한 괴롭기만 합니다. 서로에게 해가 되는 악순환을 시작한다면 회사는 생명력을 잃고 맙니다. 회사를 보다 성장시키고 개선시키는 직원은 회사가 요구한 바를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직원이 아닙니다. 불만을 건강하게 키워내는 직원이야말로 조직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