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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면 생기는 일 본문

내-일의 고민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면 생기는 일

O:nle 2020. 4. 25. 00:01

“대학 졸업 이후 한 직장에서 영양사로 일해왔어요. 퇴사나 이직을 생각 해 본 적도 있죠. 그때마다 ‘이것만 넘기고 그만두자’했는데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오래 일한만큼 회사에서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기도 하고... 이제는 익숙해져서 일 하는 데 어려움 없이 하고 있어요. 얼마나 더 이 일 할 수 있을 진 모르겠는데... 한 곳에서만 일해서 다른 일을 찾거나 새로운 직장을 잘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불안의 시대,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싶은 욕망은 높아졌으나 실제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유연한 고용방식(인턴, 계약직, 비정규직 등) 때문에 생긴 변화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욕구에 따라 취업 뿐만 아니라 창업, 창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 노동자, 긱 노동자들이 생겨나면서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분들이 줄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기업 신입사원 평균 근속연수는 2.8년.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간의 노동자 중에서도 신입 퇴사율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퇴사복음’이 널리 전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직장에서 오랜기간 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 직장 롱러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와 그들이 가진 불안에 대해 알아봅니다.

시작은 나를 위해

여기서 ‘오래’ 근무한다는 기준은 10년 이상 한 직장에서 한 직업으로 근무하신 분들이 해당됩니다. 이런 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공통분모를 발견합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땐 ‘나를 위해(내가 갖고 싶은 욕구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사내 불만을 일부 감내하고 일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경력을 쌓는 중이야’ ‘일과 학습을 병행하려면 이 직장(또는 이 직업)이 적합해’ ‘당장의 필요한 소득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어’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난 하고 있어’ ‘직장동료와 손발이 너무 잘 맞아’ 등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렇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현상유지편향이 생깁니다. 현재의 성립된 행동을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입니다. 새롭게 얻게 되는 것보다 잃는 것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생기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한 곳에서만 일하다보니 우물안에서 지낸거 갖고, 같은 일 계속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진거 같아요.”
“지금 이 일이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직이나 전직을 하면 더 좋을 거란 보장도 없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엄두가 안나요.”

구원투수는 있고 호구는 없는 것 ‘거절하는 기술과 일하는 즐거움’

50인 미만의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의 개인 역량에 많이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래 일한 직원이 그만두게 되면, 그 사람이 일하며 얻은 무형의 자원을 기업에 축척시킬만한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오래 근무하신 분이 그 회사의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

“그건 00씨가 알거에요. 물어보세요.“
“이건 00씨가 잘 아니까, 처리해주시면 안될까요?”

한 직장에 오래 있다보니 회사의 조직도, 업무 형태, 사문화 등 지금의 모습을 갖추된 이유를 자세히 압니다. 그러다보니 선발투수로 이미 뛰고 있음에도 구멍난 곳이 생기면 구원투수로 언제든 등판해야 합니다. 조직과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당신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그 업무를 처리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부당하고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을 ‘대체할 수 없는 사람’ ‘조직 내 중요한 사람’이라 느끼며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을 해내는 분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공헌감을 가지고 근무한다면 앞으로 그 일을 계속 하셔도 좋습니다.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이 ‘남(회사) 좋은 일 한다’여겨지고 다른 대안이 없어 오늘도 출근하는 거라면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공헌감을 갖고 근무할 때도 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과중한 업무는 일과 삶의 균형에 금이 갑니다. ‘나만 조금 희생하면 되지’ ‘잠깐만 고생하지 뭐’하며 일의 양이 늘어나고,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면 결국 번아웃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럴 땐 거절의 스킬을 키워나가시기 바랍니다. 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공헌감을 가질 때, 그 누군가의 범주에는 꼭 ‘자신’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마세요. 나를 대체해서 누구든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해야만 회사도 당신도 롱런하게 됩니다. 열정으로 일하던 직원이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져버리는 일은 회사 또한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회사는 유능한 당신과 더욱 오래 일하길 원합니다.

앞으로는 일의 즐거움을 찾습니다. 일의 즐거움은 일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터득했을 때 일어납니다. 일에 숙달된 사람들이 일을 진정으로 즐길수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을 누구든 대체할 수 있도록 하되, 같은 일을 해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찾기위해 노력해야합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 태도가 달라지면 같은 직장, 같은 일도 달라집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직장 후임이나 동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나누게 됩니다. 이 또한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에 ‘공헌’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