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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MZ, 절이 싫어 떠나는 이유를 외치다

O:nle 2024. 9. 15. 11:55

최근 안세영 배드민턴 선수가 올림픽 금매달을 따고 했던 발언들이 연일 화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녀는 구시대적 악습을 7년간 모두 견뎌내고도 세계 1인자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에 힘이 생기고, 모두가 주목해주는 그 순간, 용기를 냈다고 합니다. 자신이 용기를 내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만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을 위해 나서게 된 것입니다. 어리고 여려보이는 한 소녀의 강단있는 모습에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녀는 이제 막내를 벗어날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수고로왔던 그간의 잡일을 후배에게 넘기고 자신은 혜택을 볼 차례이지요. 하지만 안세영 선수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 일을 되물림하지 않기위해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안세영 선수가 개인 SNS에 올린 글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합리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수면위로 올려 논쟁을 시작하는 것. 최근 MZ가 해내고 있는 일입니다. 

 

 커리어 상담을 하면 이전 직장을 그만둔 사유와 그 과정을 얘기나누게 됩니다. 절(기업)이 싫어 떠나는 중(근로자)이 그 사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퇴사하는 일들이 늘고 있음을 체감적으로 느낍니다. 과거에는 그만두게 되더라도 실질적 이유보다 개인적 사유를 변명아닌 변명(?)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기도 했고, 앞으로의 평판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하고자 거짓말이 필요했던 겁니다. 실제 상담할 때도 그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진짜 퇴사이유를 얘기하는 게 맞을까요?” 그럴 때면 저는 퇴사가 ‘졸(卒)사’의 의미가 될 수 있도록 권유하는 편입니다. (관련 글 : 퇴사의 이유, 진실 혹은 거짓)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변화가 생겨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유는 같습니다. 자신의 평판과 가치를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집니다. 레퍼런스 체크는 회사에 남은 자로부터 전달됩니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설명없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MZ세대라 ‘책임감이 부족했다’ ‘사회성이 부족해 직원들과 못 어울리더니 그만뒀다’와 같은 평이 나오기 쉽상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평판이 오도되지 않도록 퇴사의 이유를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직장’외엔 노동을 하고 수입을 얻을 곳이 없었던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평생을 책임지던 직장의 개념도 없어졌지요. 이제 직장은 자신이 원하는 경험으로 능력을 쌓는 곳이며, 요즘은 자신만의  목표 능력을 향상시키기위해 언제든 그만두고 다음 직장을 찾는 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직장의 상사는 나의 생계 목줄을 쥐고 있지 않습니다.

 

mz세대들이 스스로를 설명할 때 '강강약약'이란 단어를 쓸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근거를 물었을 때, 상사에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듭니다. 사실상 x세대 상사는 더이상 강자의 위치에 서있지 않습니다. 낀세대라 불리는 그들과 한 평생 같은 직장을 다닐 게 아니기에 MZ세대는 회사에서 형평성에 맞는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하길 희망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처우를 스스로 찾고자 노력합니다. 절이 싫어 떠나는 이유를 명확히 외치는 이유가 바로 이 것 입니다.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나오면 저도 편하고요.근데 말을 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 전임자도 한 달도 안돼 그만뒀다고 들었어요. 계속 그렇게 사람이 나가는데, 대표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것 같았어요. 일하면서 부당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얘기해줬고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사람의 행동에 대해 말해줬어요. 나오고나서 다른 사람 통해 들었는데 그들은 지금도 같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제 이미지만 나빠지는 건 싫었어요.”

 

“이전에 2명이서 하 던 일인데, 1명이 그만두고 저 혼자서 그 일을 맡아 하게 됐어요. 업무량이 늘고, 책임감도 커지면서 빨리 인원을 충원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뜨뜨미지근 하더라고요. 사람을 뽑지 않고도 제가 계속 일을 해내니 급해보이지 않았어요. 하는 일은 늘어나면서 야근도 많아졌는데 급여는 똑같고, 별다른 수당도 없었어요. 그래서 급여를 올려달라고 얘기했죠. 그런 사례가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결국 그만뒀어요. 일을 하는 동안 충분히 요구했는데도 바뀌지 않는 걸 보고,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기업과 근로자는 각자 서로의 필요조건에 맞춰 계약을 맺고 각자 계약을 준수하기위해 노력합니다. 근로자는 계약서에 쓰인 업무내용을 정해진 시간 내에 이행합니다. 그런데 직무에 맞지 않는 업무를 반복적으로 요청하거나, 근무 시간을 벗어나 개인시간까지 할애하길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그에 준하는 처우를 요구하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 ‘부당하다’고 표현합니다. 더이상 한 회사가 평생을 책임질 수 없는 구조이기에 내가 완성하고 싶은 '나만의 업'을 쌓고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이어 갑니다. 그게 쉼일지라도 지속성을 고려하며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한 삶을 삽니다. 따라서 MZ세대가 직장에 들어갈 때는 기대하는 업무경험과 스킬을 쌓고자 일정 시간과 나의 자율성을 투자해 급여와 교환하는 근로계약을 맺은 겁니다. 

 

최근 쉐프로 일하는 사람들이 신입을 뽑아 함께 일을 할 때, 종종 듣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고 합니다. “설거지는 제 업무가 아닙니다.”  쉐프로서 역량을 기르기 위해 입사했습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쿠킹을 마치는 일까지. mz세대가 기대하는 업무입니다. 그런데 입사하고도 줄곧 설거지만 담당하며 어깨 너머로 선배들이 하는 일을 눈치껏 보고 배우라고 하면 근무할 목적이 사라지는 겁니다. 과거처럼 훌륭한 사부 밑에서 청춘을 받쳐 일하면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줄만한 가게를 내주고 도움을 받던 형식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훌륭한 사부의 방식이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 소위 먹히는 방법인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신입 요리사는 청소나 설거지를 하며 청춘을 받칠 시간이 없습니다. 여러 곳에서 자신이 목표한 스킬들을 익혀서 자신만의 식당을 스스로 차려야 합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티를 개발해야 합니다.  

 

절(직장) 안에 있을 때도 상식적으로 기대되는 범위 내의 업무를 요구하고, 퇴근 후 개인적 시간을 확보하고자 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부당했음'을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이유입니다.  또다른 환경적 요인도 있습니다. 직장 외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생겼다는 것.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기록하고, 그것으로 ‘일’을 창조해내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 영상을 만들어 자신의 경험을 나누거나 자신만의 클래스를 오픈 하는 등. 과거와 달리 자본이 많지 않아도 뛰어들 수 있는 사업분야도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버는 소득이, 대다수의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버는 급여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최근 플랫폼 노동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 소득을 조사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약 250만원. 4년 대학을 나온 중소기업 일반 사무직 신입사원의 급여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 입니다. 남다른 재능이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클라우드 노동자로도 참여할 기회가 늘고 있습니다. 만족할만한 수익은 아니지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할 기회가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퇴근하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머니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사실 지금 직장에는 꼰대가 많아서 만족스럽지 못해요. 일이 없어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곳이라서요. 연차를 쓰면 '어디 아파 연차 써야되는 거냐'고 수차례 물어요. 아픈 게 아니면 연차는 쓰지 말라는 말처럼 들려요. 그리고 상사는 전 날 새벽까지 근무했다고 계속 강조해요. 그때부터 세컨잡을 준비해서 시작했어요. 목표는 급여보다 높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세 번째, 자신의 정체성으로 ‘일하는 나’를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직장인으로서 정체성이  자신의 전부라 생각치 않습니다. 한동안 ‘부캐’ 문화가 유행을 한 적 있습니다. 이처럼 MZ세대는 멀티 페르소나를 갖고 다양한 자신을 표현하며 삽니다.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균형감 갖고 인생을 즐깁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택적으로 깊고 또는 얕은 관계를 가집니다. 이처럼 삶을 주도적으로 통제, 관리하며 만족감을 얻습니다. 그런 MZ세대에게 직장에서 정당하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세밀하게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건 부당합니다>의 작가 임홍택 작가는 이를 두고 "세상을 보는 프리즘이 세분화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직장에 근무하는 것을 넷플릭스 회원제에 가입하는 것에 비유한 영상을 본 적 있습니다. 원하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맞는 급여를 대가로 받는 것, 직장은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기존의 방식대로 직장에 오너십을 갖길바라거나 부당함을 감수하며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길 바라며 회사를 운영한다면 기업은 더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듭니다. 앞으로 직장에서 비효율성, 비합리성, 비공정에 대한 얘기가 점차 외부로 표출될 겁니다. 저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속됨'에서 찾는게 아니라 스스로 설계하느라 언제나 불안감을 갖고 진로를 그려갈 MZ세대에게 희망을 걸어봅니다. 그렇게 조직의 혁신이 시작되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