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계단오르기 운동을 해요. 아니면 출근하기 전 헬스장에서 '오운완'하고 출근합니다. 오전 근무를 하면서 이어팟 한 쪽을 끼고 영어 듣기를 짬짬이 하는 편이에요. 점심시간엔 간단히 혼자 식사하고 차에서 낮잠을 자고요. 오후에는 일에 집중하고 채용정보들 확인합니다. 그리고 퇴근 이후에는 자격증 따려고 학원을 가고 있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온라인 강의로 학점제 이수과정 마치고 유튜브 잠시 보다가 잠듭니다. 주말에는 재테크 관련해 학습동아리가 있어요.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신입 사원, 1년 경력자)
코로나 시기에 우리나라에 꽤 유행했던 것이 있습니다. '00챌린지' 여럿이 함께 하는 활동에 제약이 생겻지만, 삶은 지속되야 하기에 우리는 혼자서도 자기계발을 위해 다양한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투잡을 하거나 서브잡을 하기도 하고, 직장 일 외에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sns를 통해 기록하며 자신의 발자취를 조금씩 남겨둡니다. 그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오각형 인간이 되려는 노력, '갓 생'을 사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 외에 다른 일을 시작하지 않는 사람, 학습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안하기 시작합니다.
하루는 24시간. 누구에게나 하루가 주어집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 때 우리는 보람 찬 하루라고 느낄까요? 요즘 말하는 ‘갓 생’의 기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최근 분주히 하루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을 상담하며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생활하는 청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나는 저 나이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하는 때늦은 자기 반성도 한답니다. 그런데 ‘갓 생‘을 사느라 조금씩 지쳐가는 청년들을 보며 불편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내 생’이 빠져있단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갓(god)의 생을 살려고 하니 그 간극이 여간 크지 않습니다. 1년 중 우리가 갓 생으로 생산성을 뽑아낼 수 있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될까요? 또 갓 생을 보내지 못한 하루는 나의 삶이 아닌걸까요? 생각해볼 부분이 많습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잡으려면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인간이 신의 생을 살려면 몸도 정신도 찢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황새 같은 삶이었을까요? 황새를 따라잡고 나면 뱁새는 또 무얼해야만 할까요? 저는 꾸준한 수련을 통해 뱁세만이 낼 수 있는 수려함을 찾고 뽑낼 수 있길 바랍니다. 갓 생이 아닌 ’나의 생’이면 충분합니다.
'내 생'을 산다는 것은?
인스타그램에서 갓생이란 키워드를 넣었을 때 나오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계획한 대로 하루 일과를 효율성 높게 사용했을 때 ’갓 생‘이란 키워드가 사용됩니다. 오늘 하루를 휴식을 취하기로 계획했을 때, 그래서 하룻동안 잘 쉬었을 때. 우리는 갓 생이란 단어를 않습니다. 촘촘히 일과를 계획하고 24시간 내에 계획한 많은 활동을 해냈을 때, 갓 생이었다고 포스팅합니다. 결국 최대 성과를 내는 ‘효율성‘이란 단어와 연관성이 높습니다.
비유를 좀 해보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젖소라면? 오늘 일찍 일어나 스트레이칭이나 산책도 좀 하고 몸의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움직였습니다. 그랬더니 하루동안 젖을 200리터를 짜냈습니다. 어제는 150밖에 생산하지 못했는데 50이나 더 높은 성과를 낸 것이죠. 그럼 갓 생을 살았기에 보람찬 하루가 되었다 말하는 겁니다. 반대로 어느 하루는 늦잠도 좀 자고 끼니도 건강하게 챙겨먹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젖이 100리터만 나왔죠. 그런 날은 우울하고 자책까지 합니다.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갓 생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리터 생산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남에게도 칭찬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100리터 생산한 날은 나를 질책해야만 합니다. 남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도 당연시 여기지요. 그럼 1년 365일 중 우리가 ’갓 생’의 효율을 보이며 생산성을 발휘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를 횟수로 따져보면 어떤 날이 더 많을까요? 평균 또는 평균 이하의 성과를 보일때가 대부분이겠죠. 결국 갓 생을 정의할 때 효율성과 성과를 기준에 두면 부정하고 싶은 일상이 많아집니다. 만족된 삶을 살기 어렵지요. 해결방법은 간단합니다. 200리터를 생산한 날에 보람을 얻지 않으면 100리터 생산한 날에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성과주의에 익순한 우리는 그럴 수가 없지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어떤 결과를 내건 내 생으로 품는 것입니다.
두 번째, 갓 생이란 키워드가 나올 때 따라나오는 단어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루틴, 자기계발 입니다. 결국 나의 하루를 잘 통제해낼 때 우리는 갓생을 살았다고 얘기합니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고 나를 잘~ 통제해 다이어트를 성공했을 때. 소비하고 싶은 마음을 잘 관리해서 종잣돈을 모았을 때, 갓 생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일단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한 가지 일을 오~~래한 장인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듭니다. 그들은 한 가지 일을 잘 해내기위해 자신의 삶 속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통제하고 삽니다. 유재석은 애연가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예능일을 하기위해 담배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런닝맨 촬영을 할 때 지구력이 필요하고 체력이 받쳐줘야만 박진감 넘치게 게임을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가수 박진영은 지금도 지긋지긋한 운동을 매일같이 한다고 합니다. 60살까지 아티스트로 무대에 서기로 계획했고, 춤추고 노래하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은퇴를 했을 때 운동을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합니다. 얘기만 들어도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지 짐작됩니다. 하기 싫어 죽겠는 그 일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고 갓 생의 기준이라니 버겁습니다. 정반대로 내 욕망대로 살아서 괴로움 없이 살면서 갓 생을 만들어낼 방법은 없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유재석, 박진영 외에도 수많은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분들, 갓 생을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꾸준했다는 공통점과 동시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본능을 따르는 것,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일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입니다. 저는 진로 상담이나 생애설계와 관련된 교육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만납니다. 흔히 말하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커리어패스(career path)를 살펴보면 ‘안전성‘이나 ’성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선택했던 분들은 적습니다. 당시에는 불안정했고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자신을 믿고 본능에 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안성재 셰프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물었을 때 길을 지나가는 셰프가 의복을 갖춰입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정비사가 되겠단 목표를 바꾸고 요리학교로 입학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불안전하고 규칙적이지 않은 선택이 모여 지금의 안정성과 성공을 가져다줬다고 얘기합니다.
무엇을 해야할 지 선택할 때는 본능을 충실히 따르고, 그것을 실행할때는 절제하고 통제하며 자신을 관리해야합니다. 그리고 보람된 일상을 정의할 때 성과나 효율성이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200리터 우유를 생산하는 소가 되려 하지말고, 위치와 상관없이 리더쉽을 발휘해 선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소(?)가 되려고 한다면 갓 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내 생만으로도 충분히 만족된 일상을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