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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이십대 프리터족, 여든까지 갈까요?

O:nle 2025. 2. 14. 17:00

어느날 저녁식사를 위해 지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을 찾아갔습니다.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 씩은 꼭 그 가게를 찾아서 가족과 식사를 합니다. 갈때마다 아르바이트생은 매번 바뀌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한 30대 여성이 홀서빙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가게 주인인 지인과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아르바이트생 또 바뀌었네요. 가게 주인이 너무 힘들게 해서 바뀌는 거 아니에요?^^"(농담)
"아니에요. 2달 전에 나오던 친구였는데,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다시 온거에요. 낮에는 점심시간때 라이딩하고 저녁에는 여기서 일해요. 남은 시간엔 취업준비 시험공부 한다고 하네요.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이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손님이 덜 붐빌 때 잠시 얘기를 나눌 시간이 생겼습니다. 짧은시간 대화를 나눠보니 그녀에게 지금의 삶 형태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자신만의 대차대조표를 명확히 그려봤다고 보여졌습니다.
 
그녀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10여년 일을 한 분과 자신의 급여가  별반 차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오랜시간 근무하셨던 분들은 신입에게 비교적 큰 급여(?)가 주어지는 것에 불만이 컸고, 이 점을 빌미로 필요 이상의 업무를 요구하는 게 스트레스였다고 합니다. 기존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라고 여겨졌으나 최저시급에서 10만원 정도 웃도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신입급여가 자신들과 별반 차이나지 않아 시샘했어요. 칼퇴하고 가는데 급여는 많이 받는다고. 그래서 저한테 더 많은 일을 줘서 균형을 맞추려는 분위기였어요. 웃기죠. 근데 주변 친구들 얘길 들어보니 이 회사만 그런게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작은 조직은 비슷비슷해요.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2025년 최저시급이 드디어 만원을 넘겼습니다. 이제 프리터족의 급여와 중소기업 신입의 급여차는 점차 줄어들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프리터족으로 일할 때 더 많은 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런 사례를 먼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청년 집단의  프리터족이 생겨났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령 프리터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2030 나이때는 체력과 지력 모두 라이프사이클 내에서 높은 단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성이 높은 순간이죠. 기업에서 대부분 이 나이의 근무자들이 실무를 맡습니다.  이 시기엔 프리터족을 하거나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프리터족을 선택했을 때, 청년 대부분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위해 자기계발을 병행합니다. 
 
중소기업의 급여 수준이 피크점에 도달한 40대, 평균 311만원의 급여를 받는다고 합니다.( 2021년 세전 기준, 서울신문) 대졸자 나이때의 급여 평균을 보자면  227만원에 해당됩니다. 단순히 비교해본다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20대 중반과 40대 중반의 급여가 그리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대기업은 급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집니다. 공무원의 경우 신입의 급여가 높지 않으나, 근로기간에 따라 꾸준히 급여가 높아집니다. 특히나 남녀의 차이가 대기업 대비 크지 않고 노후 준비도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장 중소기업에서 2~3년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 스펙쌓기를 통해 급여의 시작점을 높이는 것이 인생에서 부를 쌓기에 훨씬 유리합니다.   
 
생산성이나 학습력이 높을 2030세대에 단순노무를 지속하며 스펙쌓기를 할 경우, 그 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목표를 이루지 못할 때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40대가 가까워졌는데 프리터족으로 하던 일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남아있는 유일한 옵션이라 여겨지는 순간 불행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배우나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유명세를 얻기 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2030 나이때에 배달업무를 하며 연기를 꾸준히 병행해 왔을 때, 그 사람이 40대가 될때까지도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지 못해 연기자의 길을 포기하게 됐을 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방향성은 다양하기 어렵습니다. 충분히 짐작되는 부분이지요. 그러다보니 프리터족으로 일하는 청년들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볼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일부 그 걱정이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청년들이 프리터족 일을 10년, 20년이고 지속 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두지 않습니다.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목표 달성을 이루기에 필요한 기간을 염두하며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기성 세대들은 요즘 청년들이 꾸준함이 부족하다고들 말합니다. 하물며 좋아하는 일도 10년을 지속하기 어려운데, 순전히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단순노무를 10여년간 유지하는 청년들은 극히 드물지요. 보통은 단기간동안 자신이 필요한 금액만큼을 마련하고자,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고 수익을 얻는 겁니다.  
 
보다 나은 노동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건강상태와 실력을 갖춘 청년들이 단순노무하는 일에 몰린다면 그것은 사회적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한 청년들은 자기객관화가 훌륭합니다. 자신이 시간당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원이 가장 높은 일,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일들에는 무엇이 있는 지를... 예를 들자면 교사를 준비 중인 청년이 시험 준비를 하는데 잠시 프리터족으로 일했다고, 그 경험에 만족하고 익숙해져 주저 앉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교사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학원에서 강의를 하거나, 공부방을 운영하거나 이에 준하는 난이도와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일들을 탐색합니다.    
 
따라서 20대에 프리터족 일을 한다고 그 일을 평생업으로 갖게 될거라 걱정하는 시선은 조금 덜어내셔도 괜찮습니다. 대학생 졸업을 앞둔 청년들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설명한 사례들을 찾을 때 아르바이트 경험을 얘기 나누게 됩니다. 제가 상담했던 청년 중 아르바이트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단순노무를 계속 하려고 노력하는 청년은 없었습니다. 가끔 부모님께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생각은 안하고, 맨날 아르바이트일 하면서 시간만 죽인다'고 염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부모들에게 말하진 않지만, 자신의 길을 열심히 찾고 있는 청년들이 많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저는 단순노무를 10년간 쉬지 않고 일하는 청년이 있다면, 그 청년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합니다. 우리는 '달인'이란 프로그램에서 한 직무를 꾸준히 한 사람들이 가진 철학와 손에 베일 듯이 예리한 업무의 완성도를 보면서 박수를 칩니다. 그 일은 잘 못 된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