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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경력이 있어서 적응하는 게 더 어렵네요"

O:nle 2024. 7. 8. 16:08

“제가 꽤 괜찮은 회사에서 일했었나봐요. 당시에는 몰랐죠. 이번에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게 되면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적응되서 무뎌질까봐 염려되는 그런 회사에요. 새로 일한 지 딱 하루만에 이상(?)하다고 느꼈고, 3달이 되고 나니 이제 겁부터 납니다. 이런 분위기에 적응될까봐요. 제가 느낀 문제점에 대해 상사에게 얘기했어요. 문제를 알고있지만 개선할 여지가 없더라고요. ‘이전부터 이렇게 해왔다’ 혹은 '그간 문제 없었다'는 이유로 반복해요. 저는 그렇게 일하는 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 열중할 수 없어요. 회의감이 큽니다. 이 곳에서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제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에요.”

 

MZ세대 중 회사 적응을 못해 조기퇴사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나,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의 의견을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실상 진로상담을 해보면 사회 초년생보다 경력자들이 새조직에 적응하는 것을 더욱 힘들어한다고 느낍니다. 실제 적응기에 받는 스트레스 지수를 표기하도록 했을 때, 경력자들이 더 강력하게  피력합니다. 

 

신입의 경우,  회사가 제시하는 방식을  그대로 흡수하고 적응해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옳고 그름 혹은 합리적인지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지요. 그런데 경력자의 경우, 그간 자신이 일할 때 익숙하게 사용하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자리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사문화에 적응하면서 부딪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나 경력자 채용은 회사 내에 문제를 개선하기위함이거나, 새롭게 요구되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충원하면서 일어납니다. 또는 전임자가 더이상 업무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몫을 완벽히 해내줄 사람을 선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미션이 있거나, 전임자가 해냈던 몫. 그 이상을 기대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니 경력자들은 자신을 증명해내기위해 빠르게 성과를 내고자 노력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야구팀에 고용되는 외국인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구단의 선수들로 매워지지 않는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계약을 맺습니다. 또는 현재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게 됐을 때, 그를 대신할 다른 선수를 영입해 옵니다. 그럴때 외국에서 나고자랐으며 MLB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한국의 야구문화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나이에 따른 선후배간 예우,  유교적 문화 등이 낯설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참여하면 실수없이 좋은 성과를 내야합니다. 기존의 한국선수들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 자신을 증명해내려고 애씁니다. 

 

힘을 빼라! 

 

용병의 야구선수나 트레이드돼 새롭게 영입된 선수에게 많이들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힘을 빼라!’ 입니다. 야구는 팀스포츠 입니다. 괴물같이 잘 하는 한 명의 선수가 있다고 해서, 그 팀이 승리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일이든 혼자서 잘. 해낼 순 없습니다. 자신이 그간 해온 경험이 조직문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조직의 목표를 이루는 탁월한 방법을 갖고 있다고해도 그것을 완성하려면 ‘협력관계’가 필요합니다. 이때! 힘을 빼는 것이 관건입니다.
 
새로운 사람이 조직에 들어오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그 사람을 파악하려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사람들은 그간 자신이 만나왔던 사람들간의 결과값을 중심으로 카테고리화 작업을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관념 속 카테고리 속에 그 사람을 분류합니다. 그렇게 분류가 끝나고 나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요즘 흔히들 하는 질문 있죠? “MBTI가 뭐에요?”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하고나면 보다 편안해집니다. 그런데 새로온 사람이 몸과 마음에 힘을 꽉 주고 있으면 주의에서 경계심을 풀기 어렵습니다.  

 

몸과 마음에 힘을 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수용적 자세를 갖는 것 입니다. 환경이 달라지면 내 안에 저항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마찰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것이 감정적으로 부침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열린 자세로 기존의 문화를 수용하고, 갈등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온보딩 프로그램의 핵심은 이것에 있습니다. 

 

경력자, 일을 잘 한 다는 것 = 의사소통을 잘 한다는 것 

 

일을 만족되게 하려면 우선 ‘왜’ 이 일을 해야하는 지. 스스로 납득할만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 가? 하는 물음이 따라오지요. 경력자의 경우, 대부분 ‘무엇을’할지 정해졌기 때문에 관련 직무로 지원하거나, 제안을 받아 입사하게 됩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일 하는 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똑같은 일이라도 그 일을 행하는 방식에 따라 일의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어떻게’일 하는 지는 조직문화와도 연관성이 큽니다. 그래서 직접 일해보기 전까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일을 하는 사람과 사람간, 또는 팀간의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개인과 회사의 운영체제와 교류하는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보통 기업의 대표가 가진 철학이 그 컬러를 정하고, 그것이 문화로 완성됩니다. 한편 구성원들의 다양성 수치가 낮을 때는 구성원들로인해 컬러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직원 모두가 여성이거나 남성인 경우,  사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직원들은 이미 익숙해져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입사한 사람들은 일 처리과정에서 특이점이나 문제점을 금방 찾아냅니다. 그래서 업무를 진행할 때 다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조율하고 합의하는 지점이 필요합니다. 경력자 직원에게 ‘의사소통 기술’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에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나, 대안제시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거나 혹은 미성숙되면 그 자체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반대로 의사소통을 잘하는 경력자는 대게 업무 파악이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업무 뿐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간의 관계도 빠르게 읽어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업무성과가 따라오지요. 

 

저는 새로운 조직에 입사를 앞둔 분들께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개인의 목표과 조직의 목표를 완성하기위해 열린 자세를 가질 것, 그리고 자신의 내부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저항감을 인지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에 집중할 것. 주의할 것은 ‘과잉적응’입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위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하면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생기거나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만약 일하는 방식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없고, 새로운 조직의 업무 방식이 개인의 가치관과 급격히 다르다면 때에 따라 ‘퇴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모두에게 두루 인정받으려는 생각때문에 자신을 잃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