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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결혼, 또는 육아 이주여성입니다

O:nle 2024. 5. 23. 09:35

결혼이주여성이라고 하면 보통은 외국인여성이 한국남성과 결혼해 대한민국에 거주하게 된 여성들을 많이들 떠올립니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을 검색하면 앞서말한 여성들을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프로그램이 확인됩니다. 하지만 경력단절 여성들 중 결혼 또는 육아 이주 여성의 케이스가 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녀들은 일반적으로 취업스킬이 부족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과는 다른 상담과 다른 지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진로를 설정하는 방향성과 도움이 될만한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는 지 얘기나눠보려 합니다. 

 

“남편 직장에서 발령이나 이 곳에 오게 됐어요. 남편 혼자 따로 집을 구해 사는 것도 고민해봤는데, 주거비가 많이 들기도 하고. 직장 말고는 그 전에 살던 지역도 연고가 없어서…. 아이들 유학때문도 아닌데 굳이 가족이 따로 살 이유가 없었어요. 제가 하던 일은 출산하고 다시 잡은 직장이라 급여가 그렇게 높지 않았고,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만두는 데 그렇게 아쉬운 건 없었어요.” 

 

“주말부부로 일하며 살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 일을 정리하게 됐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려 하니 다른 사람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의 직장이 있고, 시댁의 도움을 얻으려고 이사하게 됐습니다. 하던 일은 적성에 잘 맞고, 좋아하는 일이었어요. 남편보다 전망도 좋은 일자리였어요. 그런데 급여는 남편보다 적었죠. 남편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제가 있는 지역으로 옮겨와 새직장을 구하라고 하기엔 위험 부담이 컸어요. 당장 집안의 소득이 확! 주니까요. 은행빚이며… 지출만 줄여서는 생활이 가능하지 않으니까요. 아이를 직접 케어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서 결국 제가 그만뒀습니다.” 

 

가정의 주 수입원을 버는 남편을 중심으로 이주하거나, 출산과 육아에 도움을 얻고자 이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주거지를 옮길때 아내 중심이 아니라 남편 중심으로 이동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급여차이 입니다. 똑같은 직장에서 같은 급여로 시작했던 부부의 경우도 결국 여성이 출산으로 휴직을 하게 되면서 승진의 기회를 놓치거나 복귀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로 배정되면서 꾸준히 일해온 남편의 급여를 따라잡기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가정의 수입원의 무게가 남성에게 쏠리면서 남성 중심으로 주거지가 정해집니다. 반대로 여성의 급여가 더 높거나, 혹은 여성의 원가족으로부터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 여성 중심으로 주거지가 변경됩니다. 

 

두 번째는 여전히 ‘돌봄’영역의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육아에 더 많은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성이 임금노동에 주력해야합니다. 또한 육아에 대해 여성들이 더 많은 책임을 부여받고 있어 아이의 정서적 문제나 학업에 있어 문제가 생기면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그 책임의무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내 연애로 결혼했습니다. 제가 먼저 입사하기도 했고, 급여도 더 높았어요. 육아휴직 이후에 바로 복귀했고 여전히 제 급여가 높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일을 힘들어했어요. 많이 아프기도 하고, 일하는 도중에 선생님께 연락도 자주 받았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어린이집’ 전화 번호가 휴대폰 화면에 뜨면 불안하고 피하고 싶더라구요. 주변에서 엄마랑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결국 제가 일을 정리하게 됐어요. 이후에 남편은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다고 그만뒀었는데… 너무 아깝죠. 일반 여성 직장인한테 그렇게 급여를 주는 곳이 잘 없거든요. 남편이 그만둘거였음 제가 계속 일을 했을텐데…. 남편이 새직장을 얻으며 이사했고, 이제 아이도 잘 적응한거 같아 다시 일하고 싶어요.”  

 

이렇게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 여성들은 1인가구로 직장을 얻기위해 이주한 여성과는 분명 다른 차이를 보입니다. 보편적으로 1인가구의 경우, 직장이 정해지고 해당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타 지역에 새로운 지점을 내게 됐을 때나 혹은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거친 다음, 합격한 지역 근처에 주거지를 구하면서 이주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로 이주한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자신의 커리어와 관련된 진로 계획을 하지 못한채 이동하기 때문에 막연함이 큽니다. 특히나 남편 또한 이주한 지역에 연고가 없을 경우,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여성의 경우 커리어 설계를 하는 데 겪는 장애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역의 노동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나 서울에서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 기존에 했던 커리어를 이어갈만큼 일자리가 많지 않고, 지역의 특색에 따라 여성의 일자리가 편향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색을 모르고 구직활동을 하다보면 실패의 경험이 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소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게 됩니다. 취업 뿐만 아니라 창업 등. 다른 형태의 일을 시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그 밖에 가족 외에 인적 네트워크가 단절된 상태가 장애요인입니다. 이럴 경우 자녀로인해  ‘엄마’로서 네트워크가 가정 먼저 만들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육아에 필요한 정보들은 빠르게 수집할 수 있으나 원하는 커리어를 쌓아가기위한 정보 수집은 어렵습니다. 

 

이럴 때, 진로 계획이 세워지면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권유합니다. 특히나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교육에 참여할 때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장애요소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희망하는 직군을 목표로 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통하다보면 그들 사이에서 최신의 지역 정보들을 얻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한 지역별로 직업훈련을 운영하는 기관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지역내 관리하는 업체의 정보를 소개받기도 하지요. 

 

훈련에 들어가기 전,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희망직무의 노동환경들을 살펴보는 등. 나를 들여다보고 밖을 내다보는 작업이 우선되야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상담서비스의 질은 균질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당신보다 구직경험이 없는 상담사가 배정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행정처리하기 바빠 상담은 형식상 이뤄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받아보길 권유하는 이유는 새로운 자극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input’이 생겨야 결과 값이 달라지죠. ‘엄마’로서 만난 것이 아닌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는 ‘구직자’로서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면  그들을 관찰하면서 자신이 앞으로 준비해야할 것, 고민해야할 지점들도 찾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3~6개월 한 가지 분야의 직업훈련을 마치면서 작은 성취감도 얻게 됩니다. 교육에 참여하면서 삶의 규칙성이 생기기 시작하면 활동반경이 넓어지며 활력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단절된 다양한 인연이 생기면 심리적 고립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