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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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1인가구, “한적한 소도시에서 살고 싶지만 일이 없어요”

O:nle 2024. 6. 5. 10:19

“정보시스템관리자 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학교다니고 일하고, 다른 지역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매일 지옥철 타고 출근할때마다 ‘이걸 죽을때까지 하고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래서 제가 보는 유튜브 영상은 늘 한적한 시골생활이에요. 혹시 00유튜버 아세요? 시골집 고쳐서 생활하는 pd얘긴데, 그렇게 힐링이 되요. 일단 사람이 없어요. 논과 밭 뷰를 보면서 힐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런 시골살이하며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요. 서울에서만큼 급여를 바라지도 않는데… 어렵네요.”
 
‘I hate people’ 최근 가수 브라이언이 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계속해  회자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서울에서 출근하는 내담자는 매일 아침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에서 출발해 한 번의 지하철 환승 후, 5분간 걸어서 출근한다고 합니다. 왕복 출퇴근 시간은 1시간 40분. 수 많은 사람들과 지하철안에서 부딪히고 스쳐지나갑니다. 직장에 도착해 또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시작합니다. 일을 하면서 ‘업무’가 힘든 것 보다 조직생활, 사람끼리 부딪히며 겪는 어려움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법이지요.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서, 혹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문화가 불편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사람에게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누구나 고요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길 원합니다. 그런데 방음 하나 되지 않게 만들어진 원룸 속에 있다보면 또 사람에 치여 쉴 수가 없습니다. 이런 1인가구들 중 지방의 소도시로 이주해 일하고 싶은 욕구를 한 번쯤 가집니다. 강원도 동해, 제주도나 남해의 통영, 거제 등 바다를 가진 휴양도시에서 한달살이, 1년살이가  한창 유행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소도시의 인구는 계속 줄고, 고령화됩니다. 소비의 중심인  경제활동인구가 빠져나가 지역 경제가 저조하니 고용률도 낮아집니다. 그러다보니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생겨납니다. 2009년 경기도 평택시를 시작으로 경남 통영시, 전북 군산시, 울산광역시 동구, 경남 거제시, 경남 고성군,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전남 목포시, 전남 영암군이 선정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1인가구가 늘고 있으나  소도시의 경우 독립한 청년층보다 40, 50대 가족해체로 인한 1인 가구가 많다보니, 20~30대의 청년을 위한 커뮤니티가 적고 그들이 소비할만한 문화, 그리고 일자리가 현저히 적습니다. 
 
“원래 제가 하던 일을 홍보 기획 업무였어요. 요즘은 영상으로 홍보하는 일이 많다보니 기획한 내용으로 영상물을 제작하고 온라인 릴리즈 작업을 합니다. 서울에서 숨만쉬고 사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아요. 저는 서울을 고집하지도 않고요. 방값이 저렴하고 출퇴근 가까운 소도시에서 살고 싶어요. 그래서 매번 다른 지역의 채용공고를 찾아보고 지원해요. 그런데 면접을 보면 늘 홍보 기획, 영상 촬영, 편집, 이미지 디자인까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요. 근데 급여는 더 적죠. 급여가 낮은 것 대비, 또 소도시 방값이 엄~~청 싸지도 않아요. 그게 문제에요. 한번은 급여도 포기하고 영상 편집도 제가 해보려고 했어요. 새로운 작업을 배워서 해보면 저한테도 남는 거니까요. 근데 회사 안에 그 일을 알려주고, 같이 논의할 사람도 없어요. 온전히 혼자서 그 일을 맡아야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업체도, 저도 협의점을 못찾고 끝나는 거 같아요. 하는수 없이 계속 서울에서 일하게 되네요.” 
 
위 내담자처럼 일자리도 현저히 적은데,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많다보니 업무가 세분화되지 않고 일당백으로 처리해야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 회사가 3가지 직무로 구인광고를 내 놓고, 그 중 한 개의 직무에  사람이 구해지면 그 사람에게 3가지 업무를 모두 맡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처음부터 1명의 사람을 선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으니 3개의 구인광고를 내는 겁니다. 위 내담자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홍보 기획, 동영상 제작 업무 두 가지 분야로 사람을 구한다고 공고문을 올리고 그 중 괜찮은 한 명을 뽑아 모든 일을 맡기는 겁니다. 실제 그렇게 일을 시작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급여는 낮아지고,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일을 하다보니 업무난이도는 높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잘 이해해주지 못하는 고용주를 만나면 단박에 사표를 내게되죠. 결국 서울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저는 상담을 통해 소도시로 거주지와 일터를 옮겼을 때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합니다. 소도시에 살길 바라는 1인가구 중 대다수는 큰 돈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급여가 적더라도 덜 스트레스받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과 과밀지역에서 빠져나와 살고 싶은 욕구가 크지요. 전반적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입니다. 
 
첫 번째. 소도시로 주거지를 옮기면 인구과밀지역에선 벗어 날 순 있습니다. 출퇴근할 때 덜 붐비고, 시간도 단축됩니다. 서울에 비해 근무지와 주거시설이 인접해있어 1인가구의 경우 10~20분 이내에 걸어서도  출퇴근 가능 합니다. 퇴근을 하고도 교통체증이 없으니 길거리서 보내는 시간이 적습니다.  정시에 퇴근할 경우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저녁시간, 내가 배우고 싶은 클래스나 내가 하고 싶은 운동 프로그램, 최근에 유행하는 취미활동에 참여하긴 어렵습니다. 소도시의 경우 청년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부족한 편이니까요. 그러나 문화시설에 대한 기대보다, 자연 속의 힐링을 바란다면 질 높은 삶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소도시에서 근무하는 것과 ‘스트레스 적은 노동환경’은 결개입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된 것 처럼 업무 분장이 명확치 않아 스트레스 받는 분도 계시고, 주먹구구로 추진되는 업무방식이 불편한 분도 계십니다. 서울의 직장이라고 모든지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진 않지요. 다만 이미 경력을 갖고 계신 분들은 ‘기준점’이 생깁니다. 일을 할 때는 (이렇게) 진행하는 것, (이렇게) 협의를 통해 업무를 추진하는 것, 업무 요청을 할 때는 (이렇게)하는 것. 이 같은 기준을 경험으로 얻어서 일을 잘 해내기도 하지만 그런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다” “상식적이지 못하다” 등등의 의견이 생깁니다. 자신이 가진 기준점과 다른 것들이 혁신적이고 획기적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욱 많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되면 확증편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그 첫 번의 경험을 끝으로 다시 서울행을 택하게 된 분들을 심심치않게 봅니다. 
 
이럴 때 가치 순위를 좀 더 명확하게 그려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일과삶에서 불만이 없을 뿐, 충족되고 있는 무엇가를 발견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한 점들이 어쩌면  지금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지긋지긋한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과감한 선택과 실행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싫지만 한 편, 그 사람들로 인해 만족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I hate people 은 한편 I like people도  내포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