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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성공 못하면 청년의 ‘쉬었음’은 사회적문제?

O:nle 2024. 7. 30. 09:32

최근 추적60분 방송 프로그램에 <‘쉬었음’ 청년 70만, 저는 낙오자인가요> 제목으로 방송이 나갔습니다. 처음 입사한 곳에서 빠르게 퇴직하고 경험과 쉼을 반복한 청년을 ‘방황’ 또는 ‘낙오자’로 설명하는 듯 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대기업의 이른 퇴사 후 이직준비와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던 청년이 누리는 삶의 질을 보여주며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배회하는 청년으로 그려집니다. 그 청년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이나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삶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했을까요? 그것은 평생 직장으로 노후를 보장해주는 곳이라고 해도 어렵습니다. 
 
야구는 결과론이란 말이 있습니다. 경기에 참여중인 선수가 순간의 판단력으로 도루를 할 때, 성공으로 끝나면 타고난 판단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다음 타자가 안타를 쳐, 도루 이후 점수까지 얻게 된다면 매서운 센스를 가진 훌륭한 선수라고 칭송하지요.  하지만 아웃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때 팀의 공격권을 잃게 되거나 기세가 뒤바뀌는 흐름을 만들어내면 그 선수는 모든 관객들에게 질타를 받습니다. ‘달리기도 느린 선수가 왜 도루를 시도해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를 듣게됩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청년의 경우와 크게 다를까요? 새로운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청년이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해외여행에서 얻은 경험으로 한국에서 창업을 했는데, 대박이 났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 청년이 한 결정을 두고, 탁월했다고 말할 것입니다. 무려 대기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용기와 결정력에 박수를 쳤겠죠. 배금주의 또는 성과만능주의에 따른 결과론입니다. 실제 삼성SDS에서 근무하다 퇴사하고 연기자가 된 배우가 있습니다. 그녀가 아직 이름을 알리지못한 무명의 배우이자, 다양한 경험을 위해 해외여행을 떠났다 지금은 수익 없이 오디션만 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다큐에 나온 청년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해외여행 후 다시 복귀해 공무원을 준비했고, 이후엔 중소기업을 다니다 그만뒀습니다. 길게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더 높은 연봉읕 주는 기업에 취업한 것이 아니기에 그의 ‘쉬었음’을 방황으로 낙인찍고 사회적문제로 삼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쉬는 것도 결과에 따라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더 큰 돈을 벌거나, 성공가도를 달릴 수 없다면 쉴 수 없는 걸까요? 
 
어쩔 수 없이 진로탐색의 여백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차이가 매우 큽니다. 대기업이 평균 100만원을 급여로 받는다고 가정할 때,  중소기업의 경우 66만원의 급여를 법니다. (2022년 고용노동부) 그런데 첫 직장을 대기업에서 시작하지 않고,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재진입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뭅니다. 그러다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학생’의 신분을 벋어나지만 대기업에 입사할때까지 스펙쌓기  활동을 지속합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실무경험을 쌓으려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대기업의 입사가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취업에 성공할 확율이 낮아집니다. 이력서 상에 남는 것이 없다보니 이들은 ‘쉬었음’ 청년이 됩니다. 
 
두 번째, 과거와 달리 대기업 입사를 해도 내 노후를 책임져주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안정적으로 고용해줄 공기업 혹은 공무원이 되기위한 경쟁이 ‘한 때’ 치열했습니다. 공시생으로 학원가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 있는 청년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지요. 엄청난 경쟁율 속에서 '취업준비생'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이 시간 또한 이력서 상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쉬었음’ 청년이 됩니다. 
 
최근들어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납니다. 정년을 보장하고, 연금혜택이 높은 공무원이 되었지만 당장 일상의 질이 떨어지다보니  30~40년 후를 바라보며 견디기엔 공무원 조직의 체제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최근 5년 이하의 공무원들의 퇴사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지요. 공시생으로 몇 년씩 준비하고, 한 두 해만에 공무원을 그만둔 청년들은 또 다시 갭이어를 맞이합니다. 그 밖에도 갑질문화, 직장내괴롭힘, 비윤리적인 상하조직, 경직된 사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청년들이 이른 퇴사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현재를 저당잡고 견디면  더 나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죠. ‘저성장’시대를 살고 있으며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현재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해야 미래의 손실이 가장 적습니다. MZ세대는 작금의 변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반응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른 퇴사, 전세계적 흐름인 대퇴사(The great qitting) 현상을 두고 우리나라 청년의 방황으로 결론 지을 수 있을까요? 
 
조각 커리어는 결국 ‘나’를 완성시킬 퍼즐조각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지속적으로 근로하지 못한 여성들에게 ‘경력단절’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은 MZ세대의 여성, 혹은 남성에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보다 나 다운 일, 나의 가치와 맞는 ‘업’ 또는 그 업을 실행할 '직장'을 찾기위한 과정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고자 시간을 갖고 새로운 실험을 통해 진로의 방향을 잡아가는 겁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짐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퇴사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Equity·Inclusion) 지수가 낮은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대한 결과값입니다. MZ세대에게 끈기가 부족하단 결과값은 아닙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습니다. 그간 자신이 해 온 경험들, 커리어 조각이 결국 하나의 그림을 맞춰가는 퍼즐이 되길 바랍니다. 물론 퇴사를 해야만 성찰의 기회를 갖고 진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퇴로를 막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큰 변화를 만들기위해 퇴사를 선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현재의 삶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방향성을 맞춰가는 정밀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과거의 경험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 뿐입니다. 이는 결코 낙오자가 되는 방황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