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직장에 다시 나갈 계획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몇 곳에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았습니다. 면접을 직접 보면서 최근 여성노동자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 지, 여전히 출산과 육아가 업무의 방해요소로 고려하고 있는 지, 경력보유여성을 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 단편적 경험을 확대해석 할 순 없겠지만 다양한 업체에 지원해보면서 느낀 이슈를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여전히 여성이 여성에게 묻습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겠어요?"
저 질문은 사실 노동자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아닙니다. 자신의 조직에 물어야할 질문이지요. 1인 가구이든 결혼과 출산을 한 노동자든. 그들이 삶 속에서 일을 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육아 중인데 야근이 많아도 괜찮나요?(야근수당은 없습니다)"하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삶 속에 일을 녹여내려면 야근은 개인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기본 근무시간내에 모든 일을 마치고도 개인이 일의 완결성을 높이고 싶을 때, 자신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선택할 수 있어야하지요. 그런데 인력이 부족해 5명이 할 일을 3명이 하고 있어서 야근을 해야하는거라면 그건 노동착취입니다. 이런 질문은 조직원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입사지원자에게 묻습니다. 그것도 일과 육아릍 병행해본 여성들이 말이지요. 그 말은 개인이 조직을 위해 희생할 수 있냐? 하는 것이죠. 개개인의 희생으로 사업이 성과를 내고 회사가 지속성을 갖는다면, 결국엔 탈이 날겁니다. 채용응시자로서 면접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컸던 질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고용보험에 가입된 일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그 밖의 시간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최근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는 것에 의구심이나 불안감을 보이는 면접관을 보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선입견입니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배우가 자신을 소개하며 "18년차 연기자 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18년동안 계약을 체결하고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했던 시간보다 휴식기를 보냈던 시간이 더 긴 배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연기경력을 물을 때, 정확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던 날짜만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3년간 연기를 하지 않았으니, 연기력이 사라졌을거라 짐작하지도 않습니다. 왜일까요? 배우들이 쉬는 기간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연기자'에 두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10년 이상 요리사로 일해온 사람이 있습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일을 3년정도 멈췄습니다. 그렇다고해서 그 사람이 몸으로 체득한 일 경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럴때 중요한 포인트는 고용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은 순간, 이 사람이 했던 활동입니다. 자신의 '업'을 키우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공백의 시간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갖고 그 사람이 해왔던 경로를 살펴보면 '진짜'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3년간 요리학교를 다니며 다른 나라의 식문화와 요리법을 연구하고 봉사로 단체급식일을 했습니다. '시간 나서 봉사활동 했지만 일한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평가하는 게 옳을까요? 자신의 업을 사랑하고 키울 주 아는 인재를 선별할려면 '자유의지'를 갖고 했던 시간을 살펴야 합니다.
세 번째, 노동력 감소문제를 풀려면 '여성인력'과 '다국적인력' 활용이 핵심포인트!
직업상담사로서 지원할 수 있는 기관들을 채용공고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크게 직업훈련기관, 대학교, 고용노동부 위탁사업 기업, 지자체 사업비로 운영되는 청년 지원 단체 등이었습니다. 이 중 직업상담사가 가장 많이 유입되는 곳은 고용노동부나 지자체의 자원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청년’이 주요 대상자였습니다. 고령사회라는 큰 흐름을 보면 앞으로 5년에서 10년만 지나도 청년 노동력 감소는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2010년대 태어난 청년이 50만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는 대거 퇴직을 합니다. 어느 조직이든지 세대교체가 필요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습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mz세대의 욕구에 맞춰 사문화를 변화시키는 이유도 이것 입니다. 그렇다면 태생 자체가 디지털세대인 청년들의 취업난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자동화이슈도 있겠지만 가까운 고령나라 일본을 보면 청년들의 취업난은 줄어들 확율이 크지요. 그래서 제가 주목하는 집단은 경력단절여성과 다국적인력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경력단절여성들은 고등교육을 받았고, 일의 경험도 있습니다. 또한 일을 하고자하는 욕구도 갖고 있습니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임금문제가 개선되고, 육아를 하면서도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가 제공된다면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적자원입니다. 또 여성들이 사회에 재진입하게 됐을 때, 생기는 이점이 있습니다. 주된 수입원을 벌고 있던 남성에게 도움이 됩니다. 남성들이 은퇴 후 커리어전환을 할 때 안정적으로 연착륙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 그것은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이민자 200만 시대가 지났습니다. 베트남 출신의 국회의원이 생겨난 것도 이상하지 않지요. 노동력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들은 매우 중요한 대상입니다. 따라서 단일민족의 자긍심보다 다문화의 화합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미국이 가장 큰 힘은 다양성에 있다고 봅니다. 실제 미국은 이민자를 받아드리며 문화 충돌과 갈등을 개선하고 서로 융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관련 연구나 사업분야를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세대가 연대할 수 있는 모델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결과 각 세대별로 경험한 것이 확연히 차이납니다. 거기다 다국적인재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적습니다.
'다양성'의 수치가 높을 수록 기업의 성과는 높아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인적자원이 원활히 활용될 때, 더 부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직업상담사가 더욱 활발히 일을 해야 할 영역은 여성인력과 다국적인력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돕는 일에 자원이 몰려있는 듯 합니다.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최근 구직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바가 있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할 방향성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온 듯 합니다. 다시 설레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