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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살이

10년전과 지금, 나는 어떤 언어를 쓰고 있나?

O:nle 2022. 11. 23. 14:57

최근 남편과 대화를 하다 방어모드에 불이 들어오면서 공격개시를 하려고 준비한 적 있습니다. 아이를 교육하는 문제로 대화하다 제가 남편에게 지적을 했고, 지적을 당한 것에 반감이 든 남편은 아이의 문제를 저때문이라고 귀결시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는 뭐가 잘나서! 너처럼은 안길러!"하고 말하고 싶어졌지요. 그 마음이 드는 순간, 꿀꺽! 한번 삼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시작했습니다.

말의 골자는 당신이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 그리고 그 욕구를 채우는 '방식'을 고집하지 말라. 그 방식을 고집하며 아빠의 권위 앞세워 화 내고, 강제로 굴복 시키려 하지 말아라. 그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고해서 당신의 욕구를 아이가 거절한 것이 아니다. 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한 소리했다고 욱!해서 필요치 않는 말, 상처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었죠. 더불어 당신이 쓰고 있는 대화방법이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부적절함이 있고, 이것은 직장생활을 할때도 집안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공부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남편은 이 논쟁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미안해, 덕분에 다시 생각해본다."라고 말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남편이 자신이 쓰고 있는 말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랐습니다. 왜냐면 저 또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기때문입니다.

개그맨 장도연이 신문을 매일같이 읽고 일기를 쓰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상처주지 않기위해'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누군가를 자신도 모르게 상처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아마 방송인이기에 방송에서 쉽게 했던 말들이 일으켰던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처주지 않으려면 알아야했을겁니다. 공부해야했습니다. <상처주지 않는 대화>라는 책이 있습니다. 처음 그 책 제목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말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통은 '상처받지 않는 말하기'와 같은 책들이 팔리지 않을까? 대부분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내 상처가 아파서 남의 상처를 들여다 볼 여력이 안되지요.

그런데 요즘들어 내가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 내가 줬던 상처를 찾아보게 됩니다. 내 상처를 계속 끌어앉고 피해자모드로 지내는 것이 한동안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나를 유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족간의 관계, 직장에서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내가 더 상처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저에게 묘한 자유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약자로 설정하면 주변 사람에게 위로을 얻고, 관심을 얻기에 참 좋죠. 뿐만아니라 상처를 준 사람에게도 조금은 당당(?)해집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그것이 결코 위너(winner)가 아니고, 그것이 결코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말과 글들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여전히 모가 나고 날카로운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 피해자모드를 켜기도 합니다. 습(習)이라는 게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언어의 레벨이 인생의 레벨이란 주제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20년전 당신이 쓰던 언어와 지금쓰는 언어가 어떻게 다른 지 묻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저의 경우를 생각해보았습니다. 10년전 내가 쓰고 있는 언어와 지금 쓰는 언어의 차이는 뭘까? 10대에는 '나'에 대해 그리고 '내 상처' '내 꿈'에 집중된 언어였다면 지금은 '(나를 포함한)우리'에 대해, 그리고 '내가 주는 상처'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하는 듯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다음 세대를 만나면서 그럴 수 있었습니다. 나로인해 큰 영향을 받을 아이,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저의 의식과 언어가 확장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저는 또 어떤 언어를 쓰고 있을까요? 바라건대 위로의 언어를 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러면 알아야합니다. 공부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