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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나 닮은 집을 꾸민다는 것 본문
티비에 보면 한 인물을 알아보기위해 기획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하루 일과(시간)를 어떻게 쓰는 지 알아보는 프로그램, 인간관계를 통해 한 인물을 조명하는 프로그램, 또는 관심사를 알아보고자 옷장, 냉장고, 서재 등 몇가지 아이템으로 그 사람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집합체는 바로 '집'입니다. 집은 내가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공간이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지요. 한 공간에 시간이 더해지면 그 사람과 닮은 공간이 서서히 만들어집니다.
최근 이사하면서 리모델링을 하게 됐습니다. 리모델링을 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는 무엇인지, 그 공간을 또 어떤 물건들로 채울지. 시간날때마다 서칭했습니다. 이토록 고민한 이유는 공간의 힘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사람은 또 그 환경을 만들어가니까요. 다방면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위해 수많은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이러한 선택을 하면서 몇가지 고민해볼만한 주제가 생겼습니다.
SNS에보면 집안 곳곳을 아름답게 꾸미고, 그것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올려서 보여줍니다. 그렇게 집안을 꾸미기위해 들이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집의 위치도 매우 중요합니다. 창 밖으로 강이 흐르고, 탁 트인 뷰를 가진 집을 갖기위해 아주 큰 돈을 쓰지요. 보다 넓은 집을 갖기위해 영끌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집을 떠나기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공부는 집에선 절 때 안되지요. 공부에 집중하기위해 스터디카페를 가고, 게임을 하기위해 PC방을 가고, 몸을 씻기위해 사우나를 가고, 운동을 위해 피트니스를 가고, 음식을 먹기위해 식당을 가고, 친구와 대화하기 적합한 곳을 찾아 카페를 가고, 숙면에 최적화된 공간을 시간단위로 빌려 수면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집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내가 소비한 물건들을 쌓아두는 창고일까요? 얼마나 예쁘게 쌓아두었는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전부가 된 것일까요? 나에게 집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집에 사는 3명의 가족 구성원과 어떤 시간을 채워가길 바라는 지 생각했습니다. 우선 저에게 집은 '비우고, 채우는 곳'이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신발을 벗고, 옷을 벗고 깨끗히 씻어내며 집밖에서 주어진 내 역할을 비워냅니다. 그리고 본연의 나를 채우기위해 건강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정서적 허기를 채우고, 오늘의 나를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그러기위해 3가지 지향점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따로 또 같이 즐거운 집이길 원했습니다. 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활동을 해도 방해받지 않고, 공용부에서 함께 무엇이든 해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거실을 가급적 가구를 줄이고, 비우고자 했습니다. 두번째는 물건을 적재하는 곳이 아닌 경험을 채울 수 있는 집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가족은 하루 중 드레스룸을 활용하는 시간이 10분 남짓입니다. 그래서 드레스룸은 따로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방 한 가운데, 책상 하나를 들여놓았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티비를 볼수도, 친구와 수다를 떨수도, 컴퓨터를 할 수도 있는 공간이 되었지요. 세번째는 순환이 잘 되는 집입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물이 잘 통하고, 햇빛이 잘 통하도록. 고이는 곳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생활하는 사람이 건강할테니까요. 베란다를 잘 활용하는 것이 일환이었고, 개인적 공간을 제외하고 문을 없앤 곳이 많습니다. 이렇게 저의 집을 몇가지 기준을 두고 비우고 채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정돈이 되고, 기대했던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번외로 이사하게 되면서, 제 부모님께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유년시절 내가 살아온 그 집을, 우리 부모님은 어떤 이유에서 선택한 것일까? 저희 부모님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린 자식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 또한 그러합니다. 저와 남편은 한적하고 산이 가까운 곳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옥 주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들은 '주변에 친구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했지요. 아들에게만 부모의 취향을 강요할 수 없었고, 셋의 의견을 절충해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 저층을 선택했습니다.
이사갈 집을 고를때부터 느낀거지만 '조금은 다르게 살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을 선택할 때 대다수가 유사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모여든 곳에 집값이 치솟는 이유를 너무나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나다운 일과 삶을 설계하는 것과 내가 살 집을 선택해 꾸미는 것은 매우 흡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몰려있는 선택지에서 벗어나 나다운 삶을 선택한다는 게, 때론 가까운 누군가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균형잡기가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말이 참 부정적으로 느껴졌는데, 요즘은 이도 저도 아니기 참 쉽지 않단 생각이 듭니다. 상황과 여건을 모두 통제할 수 없겠지만, 주어진 범위안에서 나에게 맞는 삶의 정의를 찾고,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이도 저도 아닌 오늘을 사는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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