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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살이

감정에 솔직해져 얻는 것들

O:nle 2022. 3. 23. 14:46

진로 상담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감정의 흐름을 잘 살펴보란 얘기를 곧잘 합니다. 감정은 나 자신을 알려주는 좋은 신호입니다. 일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과 가치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 일할 때 경험에서 '감정'만 가지고 대화를 오랫동안 나누곤 합니다. 그러면 얼마지나지 않아 내담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희열을 느끼고, 어떤 일을 할때 흥미를 느끼는 지 찾게 됩니다. 그런데 좋았던 감정 뿐만 아니라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정에 솔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그 감정을 대면하는 일이 힘들어, 우리는 재빠르게 포장을 합니다. 그런데 그 불쾌한 감정은 없어지지 않고, 재알람이 뜹니다. '아까 회의시간에 내가 의견 말했을 때, 타 팀의 팀장이 꼭 내 앞에서 현실성 운운하며 반대하는 말을 했어야 했나? 평소 나를 무시하는건가? 지난 주 회의에선 다른 걸로 걸고 넘어졌는데, 이건 뭐지??' 그 상황을 다시 되새김하면서 다양한 추측을 시도해 봅니다. 그러나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은 아닐까 덮어버리지요. 

 

저도 그렇게 수년간 덮어두었던 감정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도 쌓이고 있는 감정이 있을거구요. 그런데 그 중 하나를 꺼내 직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을 꺼내들고 여럿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저는 '화'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 좌절 그리고 안도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내 감정과 메세지를 수용하는 사람에겐 이성적으로 얘기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땐 필요이상으로 화를 내고 공격하려했습니다. 이 폭풍이 지나고 나니,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나를 지키기위해 존재하는 경계라인이 있습니다. 그 라인을 누가 무단침입하거나, 금을 밟으면 경고등이 울립니다. 그것이 '불쾌'라는 감정입니다. 그 순간 불쾌함을 바로 표현하기 어려워, 지나칠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cctv를 돌려 반복 재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 경고등을 끄기위해 '의사소통'을 시작해야 합니다. 먼저는 나와의 의사소통이 필요하지요. '지금 이 불편한 감정은 뭐지?' 그 다음은 경고등을 울린 사람과도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이 끝도 없이 불어나고, 머리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우리의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기때문에 생각하는 데 과잉의 에너지가 쓰면, 밸런스가 무너지는 시점이 옵니다. 그게 신체에 영향을 줘 소화가 안되거나 잠이 오질 않거나 다양한 반응이 일어나는 듯 합니다. 저 자신을 유심히 살펴본 바로 그러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감정을 직면하고나니 묘한 해소감이 듭니다. 잠시지만 자유로운 느낌마져 듭니다. '잘 한 일일까?' 의구심도 들고 앞으로 변화가 없으면 실망이 클 수도 있지만, 대화를 시도하지 않은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그 감정을 끝까지 무시할 수 없나봅니다. 그렇다면 불쾌감을 느끼고, 대화를 시작하는 시간까지. 지금은 수년이 걸렸지만 앞으론 몇 달, 며 칠로 시간을 줄여가도록 수련하고 습관화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나 지금 어때?'라고 습관적으로 스스로에게 묻는 연습을 올 한해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