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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조직개편,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O:nle 2024. 2. 21. 13:37

"퇴사를 고민 중입니다. 제조회사에서 영업지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한 뒤 주기적으로 관리해주는 일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외부인을 들이는 걸 불편해하는 고객이 커졌어요. 그래서 회사는 기술을 개발해 셀프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관리해주는 직원들의 고용이 줄었고, 그들을 관리하는 저의 역할도 점점 축소됐어요. 그렇게 코로나 기간동안 조금씩 변하더니 올해는 지점 두개를 하나로 통합한다고 해요. 사무실도 바뀌고 팀으로 일하던 사람도 바뀌고, 심지어 제가 하던 업무의 성격도 조금 바꼈어요. 출근할때마다 한숨이 나와요. 회사의 기조가 바뀌는데 제가 원치 않는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요. 그럼 얼른 적응하고 빨리 마음을 잡아야하는데, 그게 안돼요. 너무 힘들어요. 근데 다른 팀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만 유리멘탈 같기도 하고... 그만 둬야하나 싶어요."  
 
새해가 되면서 각 조직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합니다. '효율성' '수익창출'이란 단어에 더 까까워지기위해 새로운 그림을 그립니다. 특히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시장, 대면보다 비대면의 서비스들이 생활 속에 자리잡히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내담자를 통해 느낍니다. 조직의 변화로 부침이 있다보니 직장인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점검해야할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이를테면 내담자가 이 기업에 입사한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이었나 하는 것입니다. 그 회사의 위치가 가장 맘에 들어서 다녔던거라면 사실 그만둘 큰 요인이 됩니다. 또 기존에 했던 업무와 새롭게 하게 된 업무의 집합점이 없는 경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입사지원했는데 현재 맡은 일은 내가 전혀 모르는 일이거나  혹은 원하는 직무로 커리어를 쌓길 바랬는데 주어진 업무가 너무 이질적이라면 그만둘 요인이 됩니다. 또는 이것 저것 이유를 따지기전에 일을 좀 멈추고 싶었는데 회사가 나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게 된거죠. 울고싶은데 뺨맞은 격으로 그 변화를 좇아 갈 에너지가 생기지 않을 때 그만두기도 합니다.  
 
내담자의 경우, 남들은 굳건한데 자신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리멘탈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일을 그만둘 가장 큰 이유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정상/비정상을 나누는 저마다의 관념이 있습니다. 내담자의 경우 회사의 지침을 자연스럽게 따르고, 순조롭게 새 일을 익히는 게 정상적인 직장인의 자세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즐겁게 일하러 나서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실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것 밖에 안되나?'하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려오는 것이지요. 결국 맥없이 일하느니 그만두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새로운 변화를 즐겁게 맞이하며 일하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마져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예견되지 않은 변화는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하물며 기질이나 성격상 반복된 업무를 틀림없이, 완성도 높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담자같은 경우라면 지금의 변화가 달가울 수 없지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해야하지만 하기싫은 일을 맡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할 때 나만 아는 마음의 자세까지 긍정적이고,  즐거워야할까요? 포인트는 하기싫지만 오늘도 해내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요. 하기싫다고 회사에나와 동료에게 짜증부리고, 태만하게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정상입니다. 알고보면 같이 사무실을 옮긴 팀원들도 익숙치 않은 일이 손에 붙지 않아 불편하지만 내색을 안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을 익숙한 것을 선호합니다. 그것은 안전하다고 검증이 되었으니까요. 해외에 여행을 갈때 평소 먹지 않던 식재료나 음식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때 평소보다 더 많이 먹지 않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지요. 새로운 것을 먹고 탈이날 수도 있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기에 불안감을 가집니다.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자연스러운 자세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루저'라고 하거나 '겁쟁이'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내담자는 상담이후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짜증스럽지만 다음날 또 출근을 했습니다. 일이 숭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성한 마음으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요. 성공한 사람들, 존경받는 사람들이 늘 그런 마음으로 일을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No! 즐길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이미 그렇게 하고 있겠지요.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좋은 성과는 즐기고 있을때보다 고통 속에서 묵묵히 해낼 때 생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