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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보이는 길만이 길은 아니다

O:nle 2024. 3. 8. 18:04

"제가 지원하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조건에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아직은 원서를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올해까지는 준비를 좀 더 하고 내년에 지원해 보려고요." 

"어제 채용공고를 발견했는데, 이미 지원서 제출일이 지났더라고요. 너무 아쉽지만 이제 다른 곳을 찾아봐야할 것 같아요."

 

"채용공고가 분명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사라졌어요. 아마 직원을 뽑은 것 같아요. 지원서 넣으려고 준비해 뒀었는데 이제 다른 데 지원해보려고요."

 

청년들의 진로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씩 듣게 되는 말입니다. 요즘은 공채로 사람을 뽑는 일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가능성을 보고 인재를 뽑은 다음, 학습과 훈련으로 원하는 인재를 만들기보다 이제는 준비된 인재를 선발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경력, 경험이 적은 신입사원들이 선발되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IT업계에선 최근 AI의 학습능력 덕에 간단한 코딩 작업을 진행할 신입사원은 굳이 뽑을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습니다. 지금 10년 15년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도 꽤 오래전이긴 하지만 '처음'의 기회를 얻어 일을 시작했지요. 

 

'처음'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간 진로 상담을 해오면서 느낀 바로는 '보이는 길만이 길은 아니다!' 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채용 공고문을 보고 위 내담자들처럼 채용일정을 놓치거나, 우대사항에 해당되지 않거나 등등의 사유로 지원 조차 하지 않는 경우를 봅니다. 지원자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고용 업체의 사정으로 앞으로 더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고 포기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딱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보면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지도에서 본 명확한 길은 아니지만 다른 길이 생깁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상담을 했던 청년들 중, 서류심사 기간이 지났다는 걸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최종합격 발표날을 지원서 제출 가능 날짜로 오인했던 겁니다. 열심히 작성해 둔 지원서를 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저에게 다른 회사를 찾아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기관에 바로 전화하도록 권유했습니다. 채용공고문을 뒤늦게 보았는데, 사실 입사하고 싶어 지원서를 준비해두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혹시 지원서를 추가로 받아주실 수 있는 지 묻게했지요. 회사에서 지원서를 하나 밖에 받지 못해 메일로 보내면 검토하겠단 말을 전해왔습니다. 그리고 면접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요.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채용공고문이 분명 있었는데 사라진겁니다. 지원서를 받겠다고 한 날까지 열심히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며 준비하던 청년은 갑작스레 사라진 공고문을 보고 실망했습니다. 짐작컨데 먼저 들어온 입사 지원서를 보고 사람을 이미 뽑았다고 생각한 것이었지요. 또 한 번 저는 전화해보길 권했습니다. 구인을 더 할 계획이 없어진 것인지 확인하도록 말입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업체는 명절이 다가와 유료구인광고를 잠시 내렸던 것이었습니다. 아직 사람을 구하지 않았고 혹시 전화를 준 김에 면접을 보러 오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 청년은 해당분야의 경력을 1년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채용공고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 분야와 딱 떨어지는 경력을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희망 직무로 채용공고문이 많지 않았고, 저는 지원서를 넣도록 설득했습니다. 5년 이상의 경력이 아니라 1년의 경력을 바란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 신입을 선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분야의 경험은 없지만 일을 대하는 사람의 자세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일을 했는 지, 잘 보여주도록 코칭했고 그 청년은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언제나 예외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예외적인 일은 딱! 한 발자국만 더 나가본 사람에게 생겨납니다. 제가 하는 일을 청년들이 딱! 한 발을 더 나가도록 넛지(슬쩍 찌르는 활동)를 할 뿐입니다. 그렇게 한 발자국 나아간 청년들은 '처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행동이 새로운 결과를 가져왔었다는 경험을 한 청년들은 앞으로도 보이는 길만 가지 않습니다. 일을 할 때도 이 경험을 적용합니다. 퇴사를 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갈때도 이 경험을 활용해봅니다. 

전화 한 통에 새로운 길이 생기는 결과를 듣게 됐을 때, 청년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경험을 또 얻기위해 한 발자국 나아가 봅니다. 나만 보이는 새로운 길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