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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아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주려고 합니다

O:nle 2023. 5. 10. 17:58

저는 종교가 특별히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독교학이나 불교학에에 관심이 있긴 합니다. 어린시절 부모님따라 절에도 가보고, 친척의 권유로 교회를 다닌 적도 있습니다. 성인이되고나선 꾸준히 무교였고, 결혼을 하면서 시부모님 뜻에 따라 교회도 꾸준히 다녔습니다. 지금은 절이나 교회를 나가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에게 종교활동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 지, 호기심으로 관찰하고 공부해봅니다. 커리어상담을 할때도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종교는 삶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에게 기독교 생활은 삶의 가치순에서 가장 높습니다. 신실한 기독교인입니다. 그래서 제 남편은 초등학생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지금은 종교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시아부지와 시누이는 이따금 교회를 나가나, 신앙이 있진 않습니다. 저희 아들은 불교에 가까운 외가에서 자란 무교 엄마와 신실한 기독교인 밑에서 자라 종교를 갖게 된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들은 태어난 후 세례를 받고 교회를 다녔습니다. 그러다 무교인 제가 더이상 교회 생활을 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아들 또한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한 가정에 하나의 신앙만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평화를 찾는 법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결혼하면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반나절동안 봉사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나갔습니다. 이로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기꺼이 노력해보겠단 생각으로 5년 넘게 교회를 나갔지요. 그런데 어떤 시점에 깨달았습니다. 나의 거짓된 종교 활동으로 지켜질 가정의 평화라면 그 가정은 결코 평화롭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나는 시어머니에게 사랑 받기위해 그동안 교회 활동을 했다는 걸 깨달았지요. 하지만 저는 존재 자체로 가치있는 사람이기에 애써 노력하는 일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아들에게도 이 점을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한 번은 교회에 나갔다가 '교회를 나오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을 듣고 와, 잔뜩 겁을 먹고 그 말이 사실인지 묻더군요. 엄마가 지옥에 갈까봐 걱정됐던 모양입니다. 아들에게 "하나님은 너그럽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야. 교회 안나온다고 지옥보내고 그럴 분이 아니야."하고 말해주었지요. 그리고 지구에 있는 동물 중 인간만이 종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브라흐마, 토속신 등등. 호모사피엔스는 다양한 신앙을 믿으면서 힘을 키울 수 있었고, 지금처럼 번영할 수 있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어떤 종교를 가지던 그건 너의 선택이야.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거든. 안그런 나라도 있는데 건우는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자유를 갖게 됐지. 그래서 할머니나 아빠를 따라 교회를 가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할머니가 속상했다고 말씀하셔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할머니는 건우가 교회를 가든 가지 않든 손자를 사랑하셔. 엄마는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면 다양한 종교 문화를 경험해 봤으면 좋겠어. 기독교인이 믿고 있는 중심 이야기가 뭔지, 불교는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우리 저번에 땀이 뻘뻘나는 더운 나라에 놀러갔는데도 히잡을 쓴 사람들 만났지. 그 옷이 종교랑 관련 있거든. 어떤 이야기를 믿길래 그런 옷을 입는 지 궁금하지 않아?"
 
아들은 이제 주말이면 저와 집에서 휴식을 보내거나, 아빠와 함께 교회에 나가 할머니를 뵙고 옵니다. 여전히 남편과 종교가 달라 매끄럽지 않은 순간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그 안에서 다양함을 지키며 평화를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기독교 신앙을 가진다 해도 아들에겐 종교의 자유를 주기위해 균형을 지켜가려 합니다. 저희 가정처럼 부부가 다른 종교를 가진 집이 꽤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럴 때 자녀의 종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 지 궁금합니다. 정답이 있진 않겠지만 저의 경우, 자식의 선택권을 뺏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부모나 조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혹은 죄책감 때문에 종교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살면서 아들이 진정으로 종교가 필요한 순간, 선입견 없이 다가가길 바래봅니다.
 
요즘 야구경기가 한창입니다. 저는 만년 꼴찌, 한화이글스를 응원합니다만 저희 아들은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합니다.  보통은 부모님 손잡고 야구장에 첫 발을 디딘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부모가 응원하는 팀을 응원합니다. 저희 아들은 달랐습니다. 이대호 선수의 응원법이 멋있어서 롯데자이언츠를 선택했지요. 남편은 야구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한 팀은 응원하면 좋겠지요. 그렇지 못해도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롯데와 한화전을 보며,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치킨과 맥주를 맛나게 먹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