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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아들의 첫 문제집을 사다!

O:nle 2023. 5. 10. 11:54

아들이 단원평가를 보고 집으로 온 날입니다. 간단한 연산 문제를 시험으로 본 듯 한데, 손가락을 접어가며 계산하다보니 몇 문제 풀기도 전에 주어진 시간이 다 흘러버렸다고 합니다. 반면에 친구들은 모두 여유롭게 시험문제를 다 풀었다고 합니다. 걱정이 되었는 지, 학교를 다녀와 아들이 말을 겁니다. 

"엄마, 시험을 잘 본 친구들의 공통점은 모두 학원을 다니는 거였어. 그리고 우리 반에 구구단을 모르는 친구는 나 포함해서 3명밖에 없어. 다들 학원에서 미리 배웠대. 학원다니는 친구들을 못따라 갈까봐 걱정이 조금 됐어. 근데 학원은 앞으로도 안다니고 싶어." 

"문제를 푸는 것도 숙달되면 잘 할 수 있는데, 우리 아들은 친구들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아마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끝까지 풀었을텐데 아쉽다~ 학원가긴 싫고, 걱정은 되니까 엄마랑 같이 문제 푸는 거 연습해볼래? 니가 맘에 드는 문제집 한 권 사서 같이 연습해보자." 

"그래. 그럼 내가 맘에 드는 걸로 고를께.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만 하고 싶어. 자주 하면 힘들어." 

"알았어. 그럼 엄마랑 서점가서 예쁜걸로 하나 골라보자. 아들이 좋아하는 케릭터 그림이 있으면 좋을텐데. 찾아보자!"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서점을 가기로 했지만 아들은 하루만에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는 지, 문제집을 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수학시간이 어렵지만 연습하는 건 더더욱 싫다고 하더군요. 공부하기 싫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고민이 되었습니다. 학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해놓고 노력하기 싫다는 아들을 그대로 둬야할 지, 학습을 강제로 시켜야할지 말입니다. 그간 아들이 원치 않는 학습은 시키지 않았습니다.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은 시작하지 않는 아들이라 제 뜻대로 학습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나름 시도해본 적도 있습니다. 1번은 가능했지만 지속하긴 어렵더군요. 결국 아들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는 노래하는 걸 좋아서 하는 거겠지? 근데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기위해 하기싫은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해. 태권도 선수는 태권도가 좋아서 하겠지만 훈련을 즐거워하지 않아. 그래도 땀흘리며 훈련하는 거야. 훈련해서 실력이 늘면 태권도가 더 재밌고 좋아지거든. 아들도 그런 경험 있잖아. 수영을 좋아하지만 예전엔 물장구만 쳤잖아. 잠수도 못하고. 그래서 7살땐 워터파크에가서 얕은 물가에서만 놀았잖아. 근데 하기 싫은 수영을 배우고나서 실력이 늘었지! 그리고 지난 3월달에 워터파크 갔을 때 어땠어? 진짜 제대로 신나게 놀았잖아. 좋아하는 걸 더 재밌게 하려면 연습이 필요해. 집에서 문제 푸는 것도 연습하고나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더 더 재미있을 걸! 근데 실력이 점점 줄어들면 2학기도 재미없고 어렵고, 3학년은 더더욱 어렵고 계속 그럴꺼야. 어떡할래?" 

"으~~ 하기 싫은데... 알겠어. 그럼 내가 원하는 만큼만 할 거야. 많이 하기 싫어!"

"알겠어. 니가 하고 싶은 만큼 해. 근데 엄마가 문제집을 사주면 끝까지는 풀어야 돼. 시간이 얼마가 걸리 건 상관없어. 끝까지 한 권을 풀고나면 엄청 뿌듯하다! 이건 해 본 사람만 느낄 수 있거든."
 
새  문제집에 이름을 쓰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색깔의 펜으로 구석 구석 이쁘게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첫 장을 펴서 풀었습니다. 반복되는 연산 문제의 난의도가 낮아서 즐겁게 풀었습니다. 그리곤 할만하다며 빙그레 웃더군요.  

이렇게 아들과 합의하에 첫 문제집을 사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 또한 이런 학습지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원해서 시작하기도 했고, 부모가 시켜서 시작한 것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귀찮고 하기 싫어서 쟁여놓다가 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 문제집이 쌓여가지만 끊지 못할때도 많았지요. 그렇게라도 뭔가를 해야만 덜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해서 시작해도 끝까지 해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계획대로 해내지 못한다고해서 크게 혼낼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연습을 통해 실력이 느는 기쁨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길, 수업시간동안 즐겁게 선생님 말을 들을 수 있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