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사이판으로 여행을 가, 해변가에서 모래놀이를 할 때였습니다. 전날 수영을 신나게 한 아들의 손등과 얼굴이 빨갛게 그을려있었지요. 그래도 여전히 바닷가 햇살을 받으며 신나게 노는 아들이 사랑스러워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그림자로 아들을 가려주기위해 아들이 움직일때마다 요리 조리 따라 다니는 저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아들은 몰랐겠지만 한 조각의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일, 아들이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행동이었지요. 여행을 마치고 아들과 대화를 나누다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건우는 어떨 때,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느끼는 거 같애? '엄마가 날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언제야?"
건우는 "엄마가 내 머리 쓰담쓰담 해주며 칭찬할 때?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 몰라? 잘 모르겠어."
그 순간 저도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내가 부모에게 사랑받는다고 느끼던 순간들은 언제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 순간 떠오르던 한 장면이 있습니다. 22살 휴학을 하고 정형외과에 입원한 적 있습니다. 그 사건은 제 인생의 많은 것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습니다. 20대가 되고 혼자 생활을 하면서 제 자신을 다 큰 어른처럼 느끼며 지낼 때였죠. 지금 생각하면 여전히 부모가 필요한 나이었어요.(사실 지금도 여전히 엄마가 필요합니다.) 그 때 저는 대학병원 검사를 앞두고 엄마와 둘이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던 길이었습니다.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왔습니다. 커튼으로 풍광을 가리고 싶지 않아 눈을 찌푸리며 밖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엄마와는 별대화 없이 그렇게 무덤덤히 가던 길이었어요. 그런데 햇볕이 떨어지는 곳에 제 손등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제 손등에 손수건을 살며시 덮어주었지요. 그럴 필요 없다며 짜증부리며 엄마에게 수건을 다시 건냈지요. 틱틱거리는 딸에게 엄마는 별말없이 자신의 손바닥으로 그 햇볕을 슬그머니 가려주었습니다.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미 다 큰 딸인데도 엄마 눈에는 '아이'였겠지요? 한 조각의 그늘을 만들어주는 일, 저에게는 사랑이었습니다.
건우에게 저런 소소한 추억 조각들이 쌓이고 쌓일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 자라면서 다치고 상처받을 일이 많을텐데 그럴때마다 밟고 일어설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같습니다. 이 기록이 쌓여 아들이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사람이란 걸 잊지않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에게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니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나 실수를 저질렀어도 엄마는 널 사랑해. 건우가 잘못을 해서 혼내는 순간에도 엄마는 널 사랑하고 있어. 건우는 태어난 것만으로도 니가 해야할 일은 다 했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삼촌... 건우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었거든. 건우가 어떤 모습이건 엄마는 사랑하고 응원할거야~ 알았지?"
아들에게 하는 이 말이 진심으로 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볼겁니다. 내 부모가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