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때로는 감정과 돈이 너를 지켜낸단다 본문

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때로는 감정과 돈이 너를 지켜낸단다

O:nle 2023. 4. 13. 12:56

작년 겨울방학 내 열심히 수영을 배운 아들은 실력이 늘어 중급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반이 바뀌며 새롭게 만나게 된 선생님은 소리를 지르고 퉁명스러워 아들이 수영을 그만두고 싶어할만큼 무서워했던 선생님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일주일간 수업을 듣더니 더이상 수업을 받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보이콧을 선언한 샘이지요. 

 

설득해보았습니다. "이제 실력도 늘었고, 선생님의 말투나 소리 치는 것에 조금은 적응되지 않았을까?" 제가 말해놓고도 이게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린 가 생각했습니다. 평소 때를 쓰는 아이가 아닌데, 결단코 가기 싫다고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 합니다. 수업을 들으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 지, 탈의실에서 잠시 선생님을 만나도 움찔거리게 된다는 아들의 말을 들으며 '설득할 일은 아니구나~' 속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선생님이 너와 안맞을 뿐, 아직도 수영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자유수영을 해보자고 권했더니 너무 신나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바뀌면 그 때 수업에 참여하기로 약속했지요.

 

"건우가 울면서 힘든 마음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조금더 노력해보자고 말했을거야. 그런데 평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데 건우가 정말 슬퍼하고 화도 내길래, 엄마도 더이상 강요하지 않기로 한거야. 그렇게 널 지키기위해 울음이나 화가 필요한 순간도 있어. 엄마한테 얘기해줘서 고마워. 근데 매번 하기싫다고 울고 화내면 안먹히긴 해. 알지?"

"응. 알아. 나 원래 이렇게까지 엄마한테 때부리지 안잖아. 진짜 진짜 그 선생님한테 수업받기 싫어. 수업 받으면 꼭 내 가슴에 화살을 맞는 기분이야. 어른들을 모르겠지만 난 다른 친구들도 상처받는 게 눈에 보여. 수업끝나고 샤워할 때 애들이 모두 선생님 무섭다고 얘기해." 

 

"알겠어. 근데 엄마가 이미 한달치 수강료를 지불했는 데 어떡하지? 돈이 좀 아깝긴하다."

 

"얼만데?"

 

아들은 방에서 저금통을 가져왔습니다. 지폐를 모조리 꺼내서 “엄마 이걸로 대신해. 게임팩 사려고 돈을 모우긴 했는데 어린이날되면 난 또 선물 받을꺼니까 이 돈으로 자유수영 다시 등록하자”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눈물을 닦고 작은 손으로 지폐를 가져오는데 제 맘이 애달팠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았습니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는 데, 가끔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나를 지켜줘. 지금처럼 말이야. 건우가 수영은 너무 하고 싶은데, 건우가 더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야하잖아. 그런데 돈이 없으면 수영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상처받는 걸 모르는 척 해야하잖아. 그지? 그래서 자신을 지키거나 성장시키위해 돈을 모아둬야해. 친구들과 맛난거 사먹기 위한 돈도 따로 모아놔야하고. 내일부터는 자유수영 하자!"  

"응 (끄덕 끄덕)"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들을 토닥이며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저는 아들이 꾸준히 즐기면서 체력을 단련시킬만한 운동을 습관으로 가졌으면 합니다. 그게 수영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만 아들은 축구나 자전거타기 등의 다른 운동에는 크게 흥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영을 좋아하지요.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된 아들에게 어른이 주는 압박감을 견디고 참아내라고 말하기 싫었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이 싫어지지 않게, 꾸준히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지요.  

 

이런 경우가 어른이라고 없을까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법에 접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납득할 수 없는 비난과 핀잔을 주는 직장동료나 상사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때 1차적으로 당신의 말로인해 내가 상처 입는 다는 사실을 알리고, 경고를 해야합니다. 저희 아들이 용기내 겨울방학 때 했던 것 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곳에서 벗어나게 나 자신을 도와야합니다. 그런 선택을 하려면 준비해야합니다.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는 비용이 있어야겠지요. 제가 저축을 하는 이유 중 하나 입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줄순 없지만 불행을 막아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크게 공감합니다. 이번일로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게 두 가지 있었습니다. '감정'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위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돈은 물건, 서비스와 바꿀 수 있는 화폐이면서 때때로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선택을 돕는다는 것! 자신을 돕기위해 필요한 돈의 액수는 아마 사람마다 다를겁니다. 아들은 자기를 지키기위해 저금통을 털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