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욕 뜻을 가르칩니다

어느날 아들이 학교를 다녀와 슬며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엄마 오늘 어떤 친구가 손가락욕을 했어. 그래서 깜짝 놀랐는데, 선생님이 그 욕이 남자의 성기를 뜻한대. 그리고 절대 써서는 안되는 욕이라고 알려주셨어. 욕의 뜻을 모르고 욕을 쓰는 친구들이 많아서 알려주시는 건가봐."
 
담임 선생님께서 매우 현명하게 대처하셨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들에게 이미 욕의 사전적 뜻을 모두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씨X, 좃X 등으로 파생된 다양한 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정확히는 욕의 뜻을 알려주었지요.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이 욕설을 쓰는 빈도를 측정하고 욕의 뜻을 교육한 후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본 실험카메라를 본 적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당장 불편하고 짜증나는 기분을 표현할 방법으로 욕을 선택했지만 사실 그 뜻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입밖으로 내뱉는 욕의 뜻이 남녀의 생식기 또는 성교를 뜻하거나 시체를 훼손하는 등의 저주를 퍼붙는 말임을 알고서 함부로 쓰지 않았죠. 
 
아들과 티비를 보는데, 삐~처리가 되었지만 욕하는 입모양의 출연자 모습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왔습니다. 아들은 삐~처리된 말이 무슨 말인지 저한테 물어보더군요. 그런데 물어보는 눈치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티비프로그램을 보다말고 아들에게 욕의 사전적 의미를 가르쳐주었지요. 처음엔 꽤 놀란 듯 보였습니다. "형들과 놀때 들었던 욕들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는 지 몰랐다"며 눈이 휘동그래지지요. 그전엔 욕을 흥미롭게만 생각했던 듯 합니다. 
 
"아들~ 저번에 엄마한테 왜 계산 끝나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냐고 물었지? 계산을 도와준 분에게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엄마 입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나면 엄마 귀로도 그 말을 들을 수 있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런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고 행복해지잖아. 엄마에게도 좋기 때문에 그런 말을 자주 쓰는거야. 그런데 아들이 화가 난다고 욕을하면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지만 건우 귀가 그 말을 듣게 돼. 그럼 건우 자신의 몸에도 나쁜 영향을 줘. 그러니까 화가 나더라도 다른 말로 표현해보자. 욕은 건우를 지켜주는 무기가 되지 못할 뿐더러, 건우에게도 해로워."
 
"알겠어~ 오늘 욕을 3번 넘게 내 귀가 들었으니까 그럼 '감사합니다' 6번 들어야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엄마도 얘기해주께. 아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ㅋㅋㅋㅋ"      
 
고백하건데 저 또한 중학교 시절 상당한 욕쟁이었습니다. 사실 저의 어머니는 아주 찰지게 일상생활에서 욕을 하시는 분이었고, 그게 익숙해서 그런지 저도 기분 나쁘면 곧잘 욕을 썼던 듯 합니다. 욕을 하는 순간, 나쁜 기분이 해소되는 느낌도 받고 어떤 순간에는 '내가 이런 욕을 쓸만큼 다 컸다'라는 느낌을 얻었습니다. 타인이 위험을 가할 때, 몸을 크게 부풀려 상대를 위협하는 동물들 처럼 '욕'이 나를 부풀려주는 갑옷 같았다고나 할까요? 특히나 저는 키가 작고 왜소해서 더더욱 쌘 욕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영화 <써니>에서 두 그룹이 욕배틀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출전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 집단에서 키도 작고 왜소한 친구들이지요. 그러던 어느날 욕을 하는 저의 음성이 우연히 녹음되어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너무 부끄럽고 제 자신이 못나보였습니다. 이후로 욕을 끊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아들이 더 자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욕을 쓰게 될 거에요. 딱! 그 욕이 아니면 대체가 불가능한 순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고 있다면 필요 이상으로 쓰는 일은 없지 않을 까 싶습니다. 부모 앞에서 욕을 하지 않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욕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내 자식은 그런걸 모르는 아인데, 어떤 친구에게 배워온 것 같다'며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그럴 때 '누구한테, 어디서 어떻게 배워왔는 지'는 덜 중요한 거 같아요. 욕의 뜻을 교육하는 게 어쩌면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 
 

"나쁜말 알아?" 초등학생들의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