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로또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도 안맞기때문이랍니다. 웃으며 끄덕여지는 유머입니다. 저와 남편도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딱! 하나 잘 맞는 점이 있습니다. '여행 스타일'입니다. 첫번째 특징은 짐은 간소하게! 여행은 익숙한 것에서부터 가장 낯선 곳에 나를 던지는 행위입니다. 새로운 문화, 공간, 사람들 속에 둘러쌓여 그 체험을 즐기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내 주변에 있는 익숙한 것들은 내버려두고 짐을 간소하게 챙겨 떠납니다. 두 번째 특징은 선택의 기준은 New 0ne! 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안해본 것, 안 먹어본 것 등을 골라서 하는 편입니다. 그 선택이 성공적이지 못해도 즐기는 편입니다. 세번 째는 현지에서 때에 맞춰 계획할 것! 입니다. 여행을 가기 전, 유튜버나 블로거를 통해 여행 후기를 찾아봅니다. 보면서 꼭 가고 싶은 곳들을 한 두개 정합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언제나 여행 계획은 바뀌기 마련이죠. 그렇게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경험으로 새로운 시야를 가지며 여행합니다.
코로나가 있기 전, 가족여행으로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코로나로 3년간 국내에서만 휴가를 보냈지요. 그리고 올해들어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북마리아나제도의 사이판을 다녀왔지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아들과 함께 틈틈히 사이판 속 한국인의 역사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환경에 따른 사람들의 문화도 살펴봤지요. 그리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푸른 바다와 수많은 별, 어디나 볼 수 있는 야자수 나무 등 이색적 환경에 감탄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자연에서 위로를 얻고 감동할 나이는 아니지요. 뜨거운 햇볕은 불쾌하기만 하고 썩 즐거울 게 없는 자연환경에 감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재미없다고 징징거리는 아들에게 "너 이렇게 불평 불만할거면, 앞으로는 따라오지마. 엄마 아빠만 놀러갈래!"라고 마음에도 없는 얘길 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았습니다. 부모님과 국내 이곳 저곳을 구경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그곳의 구경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과 나눈 대화, 동생과 함께 장난치고 놀았던 상황들만 기억하고 있더군요. '산과 바다가 아름답고 깨끗해서 참 좋았어!'하는 기억은 없습니다. 이제 9살이 된 아들은 사이판이 매력적인 곳이 아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역사적 배경을 알고 방문한 공간에선 꽤 흥미로워하는 아들을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일본군이 최후까지 숨어있었던 공간이나, 한국인이 강제 징용돼 수모를 겪고 돌아가신 한국인 위령비가 모셔져 있는 곳은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얘기하며 따라 다녔습니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여행엔 자연이 아름다운 휴양지보다 체험거리가 많은 곳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학교 운동장에서 쉼없이 놀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철푸덕 누워서 다리가 아프고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엄마, 학교 운동장에서 집까지 오려니까 다리도 아프고 너무 힘들었는데 나 무슨 생각하면서 왔게?"라고 질문하더군요. "사이판에 한국인들은 그 어려운 시절을 겪어내고 살아남기도 했잖아. 먹을것도 없고 땡볕에 맨날 일하고. 나는 한국인이야!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집에 왔어."라고 말하더군요.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아들은 한국인으로서 긍지가 생긴 모입니다. 지금은 미국령이지만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던 그 섬의 현재 주인은 섬을 방문해 소비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 해 평균 사이판을 관광하는 외국인의 절반이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아픈 역사를 딪고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인이 이제 사이판을 먹여살리고 있지요. 아들 덕분에 저 또한 사이판 여행이 다르게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사이판 다녀오길 잘 했구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곳을 찾아 아들과 부지런히 여행을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