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동안 즐겁게 수영을 배워오던 아들이 초급반 등원을 위한 테스트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떨어지고 말았지요. 쉬지 않고 자유영과 배영을 랠리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호흡하는 게 익숙치 않아 중간 중간 쉬었다 다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다음 주에 다시 기회를 줄테니, 다시 도전해보라고 말씀했다 합니다. 재시험이 있기 전, 주말에 아빠와 함께 연습해보자고 했습니다. 아들은 그냥 수영은 할꺼지만 테스트 연습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부담스러웠나봅니다. 왜 연습이 하기 싫은지 물었더니 아들이 얘기합니다. "또 실패할까봐 싫어. 실패하는 기분 별로란말이야."
"맞아. 엄마도 실패하는 기분 정말 싫어. 근데 실패가 많다는 건, 도전을 많이 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작년에 건우는 스키타기를 처음으로 해봤잖아. 계속 너머지고 혼자 타는 건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스키타기를 도전해본거야. 엄마는 매년 12월이되면 얼마나 많이 실패 했는 지 기록해놔. 그거 보고 있으면 참 열심히 도전했구나~ 싶어서 뿌듯해. 건우도 마음껏 실패해봐. 다음주 테스트에 또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한 달 뒤에 붙으면 되지. 친구들보다 한 달 늦게 중급반 된다고 뭐 큰 일 나는 거 없어. 기분 나쁜 건 하는 수 없어. 근데 건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꺼야. 결과는 건우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건우가 할 수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는거지 뭐~ 아빠랑가서 물놀이도하고 연습도 조금만 해봐. 알았지?"
아들은 입이 뾰쪽 나왔지만 수영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있었던 테스트에서 합격했습니다. "숨쉬기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참고 했대?"라고 물었더니 "엄마, 죽을똥 살똥하면서 끝까지 했어! 이제 친구랑 같이 중급반에서 계속 수영할 수 있어 신나! 그래서 말인데 나 젤리 하나만 사주면 안돼?" 슈퍼에가 젤리를 하나 사주며 집을 향했습니다. 도전했기때문에 얻은 결과라고 짚어주었지요.
우리는 어른이되기까지 수차례 실패한 경험을 갖습니다. 지금도 저는 실패하는 경험을 반복합니다. 그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기분이 별로에요. 나만 뒤처지는 기분,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좌절하며 느끼는 열패감. 머리론 실패는 과정이라고,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걸 알다마다요. 하지만 제 몸은 따라가질 못합니다. 그래서 도전이 참 어렵습니다.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도전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저 또한 힘을 얻습니다. '인생 8년차도 저렇게 힘내서 하는데, 엄만데! 말이아니라 삶으로 증명해야지!'하는 생각에 다짐을 해봅니다. 2023년 제가 해볼만한 실패는 뭐가 있을 지 세어봅니다. 그리고 올해 겨울이되면 아들과 함께 실패 배틀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실패는 '낯선 것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조금은 익숙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