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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나는 그순간 엄마였나? 잼민이었나?

O:nle 2023. 2. 13. 16:30

오늘은 정말 부끄러웠던 제 모습을 떠올리며 글을 써볼까 합니다. 며칠전 아들과 아들 친구가족과 함께 야외 숲 놀이터를 가게 됐습니다. 그날따라 아들이 하는 행동이 모두 탐탁치 않았습니다. 동갑내기 친구와 놀고 있는 데, 모든게 비교됐습니다. 여러모로 아들이 하는 말, 행동에서 교정할 것만 잔뜩 보이던 날이었습니다. 눈오는 놀이터를 신나게 뛰어놀고, 따뜻한 카페에가서 음료를 하나씩 마시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꼭 먹지 말았으면 하는 탄산음료를 골랐습니다. 순간, 밉상처럼 보이는 아들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밀며 “니 몸에 안좋아!“하고 싫은티를 팍팍 냈습니다.

음료를 결제하고 있는 데 아들이 내 옆에 와 저를 툭!치고 도망갔다. 자기나름 기분 상한 것을 나에게 복수하는 심경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순간 열이 올랐다. ”어디 감히!“라는 단어가 절로 나왔다. 곧장 아들을 찾아 등짝스매싱을 날리며 똑같이 대응했습니다. 아들 또한 한 대 맞은 게 억울해서 2대를 때리고 도망갔지요. 저는 다시 3대를 때리려 쫓아가다 순간 멈췄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순간 저는 잼민이가 되었습니다. 

어른답지 못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지만, 화가 난 것은 식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한 곳으로 데려가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몰아부쳤습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니 몸에 안좋다고 얘기해준거 아니야!” 처음엔 “엄마는 내 맘도 모르면서!”라고 불평하다가 내 말투와 눈빛으로 심각성을 느꼈는 지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커피숍에 앉아 빵과 함께 음료를 먹으며 그 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일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어른이고 엄마인 나를 응징하려 했던 아들이 버릇없고 예의없다는 생각에 순간 화가 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옳바르게 가르친게 아니라 저 또한 초딩이 돼 싸우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집에와서 하는 말이 "엄마~ 이제 나랑 화해하자"라고 하더군요. 아이는 엄마한테 훈육을 들은 게 아니라, 싸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럴만 했지요. 

 

아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엄마가 화가 너무 났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보고 있는 빵집에서 건우를 혼낸건 잘못한거 같애. 엄마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했어. 그런데 너도 잘못했어. 엄마한테 기분 상한 일이 있어도 엄마를 때릴려고 하면 안되지. 선생님이 한 말이 맘에 들지않는다고 선생님을 때리진 안잖아. 그럴때 니 기분을 충분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왜그랬어. 우리 앞으론 그러지 말자." 아들도 수긍하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시작점은 남과 제 아들을 비교했던 옹졸한 제 마음이었을 겁니다. 가끔 아들은 탄산수를 사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따라 그 모습이 싫었던 거죠. 우린 모두 다른 인격체이고, 아이들 각자 특장점이 다르고 속도 또한 다르다는 걸 압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소명이 있고 그것을 발견해가는 과정임을 머리론 이해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내가 인지한만큼 쫒아가지 못하고 어딘가 덜그럭하고 발목이 잡혀버립니다. 그 결과 내 아이를 남과 비교해 질타하는 경우가 생기지요. 

 

반대로 내 아이가 나를 비교 대상으로 둔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상상만해도 소름끼치게 싫습니다. 어떤 엄마와 비교해도 더 나은 엄마가 되긴 힘들 테니까요. 부모가 어느 순간부터 내 아이를 현실적으로 평가하게 되듯이, 내 아이 또한 '나'라는 어른을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날이 올겁니다. 그럴때 제가 옆집 엄마보다 턱없이 부족하더라도, 아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어른은 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마저 놓쳐선 안될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