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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그만둬도 괜찮아" 본문
수영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들이 요즘 수영 수업에 가기 싫다고 며칠간 때를 부렸습니다. '지겨워졌나?' 생각했는데, 주말이면 낮잠자는 아빠를 깨워 수영장을 꼭 갑니다. 수영을 여전히 좋아하는 데 왜 저렇게 수영 수업에 참여하는 걸 싫어할까 싶어 물었더니 선생님이 너무나 무섭다고 말합니다. 어떤 면이 무섭냐고 예를 들어 얘기해보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따라 하지 못했을 때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고 합니다.
"다른 모든 친구에게 다 그러니? 아니면 너한테만 그래?"라고 물었더니 여자 아이들에겐 화를 내지 않지만 남자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고 말합니다. 한 두번 그러다 말겠지~ 싶은 생각에 "오늘 무서웠겠네~ 다음엔 선생님 말에 더 집중해봐"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무서워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단 얘기가 반복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럼 선생님이 소리지를 때 너무 무서워요~“하고 얘기해보도록 했습니다. "니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알면 좀 다르게 알려주실 수 있을거야" 하고 조언해주었지요. 그랬더니 2,3일 정도 소리 지르는 걸 줄였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며칠지나지 않아 다시 무서운 선생님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수업받는 것을 심정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습니다. 그냥 그만두자니 수영을 좋아하는 아들이 이 고비를 넘기고 수업에 잘 적응하길 바랐지요. 하지만 강제로 보내는 일은 저 또한 싫었습니다.
"엄마, 나 너~~무 힘들면 수업듣다가 나와도 돼?"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언제든지! 엄마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괜찮아"하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날 아들은 수업 도중에 나오지 않고 끝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똑같이 대답해 주었습니다. 이번엔 수업이 시작되고 15분 정도 지나 옷을 갈아 입고 나왔습니다. 아들에게 선생님에게 어떻게 말하고 나왔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저는 그만 나가봐야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답니다. 선생님이 이유를 묻자 "그 이유를 선생님한테 말할 순 없어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답니다. 선생님은 나갈 수 있게 허락했습니다. 속으론 걱정이 됐지만 "수업들으면 고민이 엄청 많이 됐을 텐데, 용기내서 나왔네. 수고했어. 집에 가서 맛난거 먹자!"하고 나섰습니다.
속으로는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렇게 회피하려고 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친절할 순 없는데... 똑같은 선생님한테 문제없이 수업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하는 목소리가 제 안에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그만둬도 괜찮고,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선택권을 스스로가 갖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목표한 것이 무엇이든, '나'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고하자 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이룰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지요.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자기착취를 하면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일하는 청년들을 종종 봅니다. 저처럼 상담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보기도 하지요.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버텼던 직원,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있었던 직원 등. 극단적인 경우 그들은 이 고통을 끝내기위해 퇴사가 아니라 자살을 선택합니다. 최근에도 30대 농협 직원의 죽음과 관련해 보도된 적 있습니다. 존귀한 청년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극도의 스트레스 환경속에서 사람은 누구나 할 것없이 시야가 매우 좁아집니다. 우리에게 밝은 희망이 없어도 오늘 하루는 견딜만 합니다. 하지만 당장 지옥같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자신에게 단 하나도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큰 좌절을 느낍니다.
저는 아들에게 스스로를 지키는 일보다 앞서는 일은 없다고 반복해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엄마도 자식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진 못하니까요. 소중한 나를 파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사람의 특정 말이나 행동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알려야합니다. 경고해야합니다.
아들은 지금 즐겁게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다른 분입니다. 운이 좋게(?) 다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지요. 앞으로도 아들의 인생에서 이것과 유사한 일들이 또 생길겁니다. 그럴때 저는 언제나 똑같이 얘기해줄겁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네요.
"언제든 멈춰도 괜찮아. 그 어떤 것도 너보다 소중한 건 없어.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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