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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8살 아들의 꿈

O:nle 2022. 11. 9. 13:37

어느날 학교에서 다 배운 교과서를 집으로 갖고 왔습니다. 어떤것을 배웠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바른자세로 말해요'라는 챕터를 보았습니다.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보는 시간을 가진 듯 합니다. 예시로 요리사가 꿈인 친구가 삽화로 나옵니다. 그 아래엔 소방관, 경찰관, 의사, 축구선수, 교사을 뜻하는 그림이 나옵니다. 옆장엔 자신의 꿈에 대해 작성해도록 되었습니다.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우리 아들은 어떤 꿈을 써놓았을 까? 

 

내 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 저의 꿈이 생길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꿈에 대해 알아볼겁니다. 어쩌구~ 어쩔tv~ 

 

저 글을 읽고 저는 박수를 쳤습니다. 제 아들이 쓸 수 있는 최고의 답이었습니다. 솔직하고도 당당한 포부로 보였습니다. 지금 당장 꿈이 없어도 흔히들 작성하는 직업 하나를 골라 빈 곳을 채울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꿈은 정해지지 않았고, 꿈에 대해 앞으로 알아볼 것이란 글이 그토록 자랑스러웠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너 정말 건강하게 자라고 있구나~'하구요. 

 

하지만 아들은 제 마음과 달리 저 글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어요. 아마도 조금은 부끄러웠나봅니다. 그럴싸한 꿈이 아직 쓰여지지 않았고, 당당하게 발표하지 못했던 마음이 생각났던 모양이에요. 

 

"꿈이 지금 없을 수 있어. 너무 당연한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서도 꿈이 없는 사람도 있고. 꿈이 매번 바뀌는 사람도 있고.  꿈이 자주 바뀌거나 없다고해서 그 사람들이 불행하지 않아. 창피하지도 않아. 훌륭한 사람들이야. 건우 말처럼 언제 꿈이 생길지 모르니 알아보려고 하면 돼. 어떻게 이렇게 멋진 말을 생각해냈어? 엄마 이 글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보관해야겠다. 아들 최고야!" 

 

아들은 내가 그 종이를 오려 화일에 보관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 했습니다. 20대에 저도 꿈이 있었습니다. 어느 강연장에서 한 사람의 열정과 솔직함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열정이 제 가슴에도 조그맣게 불을 피웠습니다. 한동안은 거침없이 그 꿈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저의 상황과 성향에 맞게 조금씩 모습을 달리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꿈과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습니다. 그게 정확히 어떤 모습의 나인지 모르겠으나, 이 방향이 나에게 어울리고 옳다는 생각으로 나아갑니다.  

 

아들의 꿈 자리에 무엇이 자리 잡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최선을 다해 집념을 갖고 실천해보길 바랍니다. 앞으로 꿈 자리가 바뀌거나 비워져있어도 그 기억으로 또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널 응원한다. 사랑하는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