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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아들이 뿌듯함을 배운 날

O:nle 2022. 10. 27. 15:41

1시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야할 아들이 3시까지 오질 않았습니다. 이따금 그런 일들이 있기때문에 신경은 쓰였지만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조금지나지 않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들이었습니다. 

 

"엄마 놀이터에서 그네타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오느라 늦었어. 근데 나 나가서 또 놀라고. 그냥 계속 놀까~ 하다가 엄마 걱정할꺼 같아서 집에 들렀어." 

 

퍽이나 엄마를 생각해 주는 척(?)합니다. 밖에 나가면 또 친구가 있냐고 물으니 1층에서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투를 챙겨주며 언제쯤 돌아올꺼냐 물었더니, 금방 올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녁 6시가 지나도 집에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되어가도록 나가 놀았던 적이 없었기에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 아이를 납치한 흉악범들의 얘기도 떠오르고요. 저녁을 준비하며 '밖을 나가봐야할까?' 고민하던 중. 아들이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얼굴이 조금은 상기되어 있었고, 열심히 뛰어온듯 숨이 가빴습니다. 아들은 제가 묻기도 전, 신발을 벗기도 전에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엄마 나 오늘 찻길을 친구3명, 2학년 형 1명이랑 같이 건너갔다! 붕어빵 사먹으러 갔는데, 2학년형이 붕어빵 먹느니 컵라면 먹겠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편의점가서 라면 2개를 사서 4명이서 나눠먹었어! 조금 매웠는데 먹을 수 있었어! 라면을 많이 먹으면 배불러서 엄마가 만든 밥 못먹을까봐 조금만 먹고 왔어! 그리고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6시가 넘었다고 해서, 엄마가 저번에 늦어도 6시가 되면 집에 오라고 했던게 생각나서 친구한테 인사하고 집에 뛰어 왔어. 오래전에 엄마가 한 말인데 나 그것도 기억하고 기특하지?"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아들에게 저도 자세히 하나씩 묻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찻길을 건너간거야? 편의점 어디? 어떤 친구들이였어? 라면은 누구 돈으로 산건데? 2학년 형은 건우가 알던 형이야? 저녁 더 먹을 수 있겠어? 엄마는 건우가 금방오겠다고 했는데 6시가 넘어서 안들어와서 걱정했잖아. 그래도 무사히 집에 와서 다행이네~ 건우 오늘 설레기도 하고, 한번도 안해본거 하느라 떨리기도 했겠는데?"   

 

"응!! 엄마 나 지금 뭔가 좀 뿌듯해! 새로운 모험을 해낸거 같애! 라면을 사준 친구는 오늘 일은 엄마한테 비밀로 해야한대. 말하면 혼난다고. 근데 엄마한테 말하면 혼이 날수도 있지만, 뿌듯하고 떨리고 했던 것도 같이 얘기할 수 있는건데. 엄마한테 나처럼 말하면 더 좋을껀데~" 

 

아들은 오늘 '뿌듯함'이란 감정을 만났다고 합니다. 찻길도 건너가보고, 편의점 테이블에서 친구들끼리 처음으로 라면을 사먹어보면서, 그 감정을 느꼈다고... 그리고 그 감정을 엄마와 나눌 수 있어 좋다는 얘기도 했지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얻을 수 있는 뿌듯함은 저런 소소한 모험에서 시작되는구나. 내 걱정과 불안을 앞세워 아들을 혼내기만 했다면 우리 아들이 느낀 뿌듯함이 죄책감으로 얼룩졌겠구나. 오늘은 기다리기 잘했다. 화를 먼저 내지 않아 다행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간 아들이 부모를 떠나 새로운 경험을 다양하게 하게 됐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엄마와 대화하다보면 회고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이때 아이들은 옳고 그른것을 배우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오늘일로 엄마가 해주는 반영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하지 또한번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