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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아이는 훌륭하다

O:nle 2022. 8. 27. 15:00

요즘 저는 비폭력대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과 연결된 나의 욕구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존중하고, 타인과 내가 연결될 수 있는 대화를 하고자 노력합니다. 말로는 이렇게 이해한 것 마냥(?) 설명하지만, 실생활에서 제 대화법은 아주 못됐습니다. 왜냐면 스스로를 보지 못한채 나를 향한 불편한 말과 행동에만 집중하고 있거든요. 남을 가르키던 손가락을 나에게 돌리게 된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들의 말' 때문이었지요.

 

그날은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집안의 타일이 깨져 타일 수리를 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온 집안에 히뿌연 먼지가 날리고, 바닥이 쪼개진 타일가루로 엉망이었지요. 먼지가 심하고, 소음이 커 그 공간에 아이를 둘 수 없었습니다. 먼지 알레르기가 심한 아들에게 헤로울 것 같아 밖으로 데리고 나왔지요. 1분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카페로 가려고 했는데, 카페는 오픈 시간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20분이 지나도 문을 열지 않았고, 저는 아들의 손을 잡고 20분을 걸어나가야 했지요. 

 

그 순간이었습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얼마전 스마트뱅킹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지요. 덥고 추운날에도 축의금이나 부조금을 보내러 매번 은행을 방문하는 엄마에게 편리할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전화를 해, 돈 천만원의 행방을 못찾겠다며 저한테 보낸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돈을 받은 적 없으니 '억울해!' 하는 것과 간단히 내역만 확인해봐도 알 수 있는데 스마트폰을 활용할 주 모르는 엄마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내역을 확인해봐! 나한테서 찾지말고!"하며 화를 냈죠. 

 

전화를 끊고 신호등 불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손을 잡고 있는 아들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 왔습니다.

"엄마 할머니는 옛날 사람이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걸 잘 못할 뿐이지 엄마를 사랑하고 우리가족을 사랑하셔~

할머니가 다시 전화오면 화를 내지말고 얘기해보는 게 어때? 엄마도 연습이 필요해."

 

  흠칫 놀랬습니다. '아! 내 아이가 듣고 있었구나.' 순간 창피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해명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말이 옳다고, 엄마가 깨닫지 못한걸 알려줘 고맙다고 말했지요. 사실 저 말은 제가 자주 쓰는 유형의 말입니다. 건우가 약속한 시간보다 게임을 더 하고 싶을 때 발을 동동거리고 짜증부리며 저에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니가 그렇게 화내거나 짜증부리며 말하지 않아도 엄마는 다 알아들을 수 있어. 그렇게 말한다고 니가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없고. 효과적인 말하기 방법이 아니라고. 니가 지금 원하는 걸 정확히 엄마한테 말해봐.

그것도 연습이 필요한거야. 엄마도 잘 안돼."  

 

본인이 자주 듣던 말을 저에게 해준 것이지요. 화에 휩싸이면 제가 화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침묵보다 가치 없는 말들을 후루룩 뱉어냅니다. 그랬을 때 상대는 물론 저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지요. 실제로 엄마와 대화가 저렇게 끝나고 나서 며칠을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아들에게 보인 저의 모습이 실망스럽기도 하니까요. 이런것들로 대화방법을 배우려 했습니다. 그 전에도 화법을 배우려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그 때 저의 목적은 지금과는 다릅니다. 그때는 이기는 말하기, 설득하는 말하기 또는 세련된 화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진정으로 타인과 연결되는 말하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야 제 욕구를 살피고, 대화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아들은 8살 나이에 타자와 연결되는 말하기 방식을 알고 있더군요. 그래서 또 한번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모든 것에 숙련가가 될 수 없습니다. 훌륭한 아들에게 때론 배워야합니다. 아이는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