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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나 공부 할래!(받아쓰기 1) 본문
초등학교 2학기가 되고나서 아들은 받아쓰기를 시작했다. 라떼를 생각해보면 받아쓰기 처음은 1. 아버지 2. 어머니 3. 나무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교 1학년 받아쓰기는 거의 문장에 가깝다. 햇볕을 받으며, 다리를 뽐낼 거예요, 놀이터에서 겪은 일. 수준이 상당하다. 받아쓰기할 10가지 문제를 사전에 알려주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습을 한다. 그리고 시험을 보지만 집에서 복습을 하지 않고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엔 무리다.
시험이 있는 전날, 아들에게 받아쓰기 공부를 함께 하자고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테스트를 해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 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틀린문제를 한번 더 확인하고, 다시 시험을 본다. 2번의 시험에서 반복적으로 틀리거나 헷갈리는 것들은 또 한번 나와 확인해보고 마무리한다.
테스트를 시작하는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다 맞으면 더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될거란 생각에 아들은 안틀릴려고 용을 쓴다. 그러다보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징징거리면서 글자를 지웠다 썼다 하는 모습에 또 화가 올라온다.
"엄마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야. 옆에서 엄마가 도와주는 것도 힘들어! 혼자서 하던지, 아님 하지 말자!" 이렇게 정색하면 좀 집중해서 할 주 알았는데, 예상외였다.
"엄마, 나 그럼 내일은 쌩으로 공부안하고 시험 한 번 쳐볼게. 몇점 나오나 궁금해."
그날 받아쓰기 공부를 접었다. 그리고 우리 아들은 6개를 맞춰 60점을 받아왔다. 이중 5개는 선생님이 답을 대부분 알려주신다. 못해도 절반은 맞게 해주려는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였다. 결국 1개를 더 맞춰온 것이다.
아들에게 물었다. "시험보는 거 어땠어? 다음주에는 공부하고 갈꺼야? 아님 또 그냥 공부안하고 칠꺼야?"
"다음주엔 공부하고 시험칠래." 짧게 대답하고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주 뒤, 아들은 받아쓰기 공부를 하고 90점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금껏 받아쓰기 공부하며 짜증내는 일은 없다.
언제나 아들에게 얘기한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그 태도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이다. 아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엄마인 내가 뺏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도성을 잃으면 더더욱 때부리는 아이로 변한다. 어른이라고 다를까? 직장에서 주도성을 뺏을수록 직장인들은 시키는대로, 시키는 만큼, 받는 만큼 자리에 앉아 게으름을 피운다. 물론 아이의 나이에 맞는 선택권을 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보도록 훈련해야한다. 받아쓰기를 망치는 일 정도, 하루 한끼 굶어 배가 고픈 정도, 준비물을 안챙겨서 창피해본 정도. 그 정도는 아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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