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이 줄넘기 인증제를 실시한다는 안내문을 알림장으로 보내왔습니다. 여름방학동안 줄넘기를 꾸준히 연습해서건강한 건우가 되어보겠다고 목표 세웠지만 단 한번도 줄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수영을 배우며 건강한 건우가 되었지요. 알림장의 안내문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 줄넘기 얼마나 해? 이번주에 줄넘기 인증제 한다는데 줄넘기 몇개나 뛸 수 있어?"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한 50개 뛸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한 개밖에 못했거든요. 그래서 산책하러 나갈 때 줄넘기를 들고 갔습니다. 역시나 한 개를 겨우 하더군요. 한 개씩 50번은 뛰어 넘을 수 있단 소리였습니다. 인증제 평가를 하던 날, 아들에게 몇등급을 받게 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5등급인데, 마이너스 일등급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친구들은 x자 뛰기를 하는데 나는 z 뛰기를 할 수 있거든. 그건 나만 할 수 있는 거야. 선생님도 보고 신기하다고 했어. 묘기같다고 하셨어. 그래서 나는 마이너스 일등급이야."
"친구들은 대부분 1등급인데, 건우는 어땠어? 재밌었어 아니면 창피했어 어땠어?"
저는 남들과 달리 내가 소수의 입장에 서 있을 때, 늘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다수가 되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죠. 체력장을 하면 늘 점수미달로 제일 마지막 등급을 받았습니다. 멀리뛰기도, 오래매달리기도, 뜀틀도 뭐 하나 저한테 쉬운게 없었습니다. 그럴때 빨리 포기하고, 연연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들도 포기를 한 걸까? 궁금했습니다.
"왜 엄마? 그거 창피해야할 일이야? 나만 z뛰기를 할 수 있어 재밌었는데!"
역시 아들은 내 예상과 달랐습니다. 아직 어려서 인지, 아니면 창피했던 속내를 말하기 어려웠는 지 모르겠으나 정말 궁금하다는 말투로 자신이 창피했어야 했냐고 되묻더군요.
"그건 아닌데, 건우가 어땠는 지 궁금했어."
"친구가 두발 모아 뛰기가 훨씬 쉬운건데 나보고 어려운 z뛰기를 하면서 5급을 받았냐그러더라~ㅋㅋ"
"친구들은 학교 밖에서도 줄넘기 연습을 열심히 했을거야. 태권도 학원이나 합기도 학원에서도 줄넘기 운동을 한대~ 그래서 1등급 받은거고, 건우는 줄넘기를 학교에서만 가끔 연습했잖아. 그런데 아무도 안가르쳐준 z뛰기 기술을 익혔네! 혹시 두발뛰기도 잘하고 싶으면 엄마가 알려줄께, 엄마한테 노하우가 있어! 알았지?"
아들은 진심으로 자신만이 터득한 기술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건우 말이 옳았습니다. 줄넘기 못한다고, 받아쓰기 50점 받는다고 무조건 창피할 일은 아니지요.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키가 작다고, 승진을 못했다고, 차가 없다고, 결혼을 안했다고 또는 이혼을 했다고 창피해야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에 무리를 일으킨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는 다수와 같아지려고 끝없이 남과 나를 비교했고, 경쟁했습니다. 그 결과는 내가 나답게 사는 법을 잃어버렸죠.
제가 하려던 일도 개개인인 자신만의 z뛰기를 할 수 있게끔 도우려는 것입니다. 모두가 두 발 뛰기를 한다고, 1급을 받게 부추기는 일은 더더욱 아니지요.
요즘 저는 줄넘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준비물로 줄넘기를 사주며 제 것도 하나 샀었지요. 좁은 공간에서도 줄넘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어딘가를 찾아 가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도움도 필요없습니다. 돈도 들지 않지요. 특히나 시간이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 생각됩니다. 집에서 숨쉬기운동만 하던 저에게 최적이라 생각됩니다. 아들에게도 줄넘기의 장점이 와닿을 수 있음 좋겠습니다. 1급만이 그 장점을 찾아내는 건 아니지요.